환절기래서 그런지 피곤한 기운이 몸을 사로잡는다. 많은 말들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던 하루였다.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확신어린 자신감이다. 종종 단어들은 흩날린다. 머릿속에 부유하는 단어들을 순차적 연결고리의 끊임없는 무의식의 작용으로 끄집어 낸다. 

 몇일전 저녁을 먹으며 상대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게 사실이었고, 그런 결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지적을 받으니 내 자신에게 이거 밖에 못돼. 라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무뎌디지 않고 생생히 작동하고 있다는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봄 이래서, 나는 경솔했는가. 

 어렴풋한 어떤 부탁의 언급을 굳이 왜 그 자리에서 했는지 후회가 된다. 나중에 물어봐도 좋았을 것을.. 상대 입장에선 그 만남이 부탁을 위한 목적의 자리 라고 느꼈을걸 생각하니,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진다. 진심은, 간만에 마주하고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거였다.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헤어지고 나서 먼저 메시지가 왔다. 자신을 낮추며 날짜 정해지면 맞춰보겠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그 마음씀에 송구해졌다. 그러곤 내 자신에게 조금은 질책을 가했다. 


 주유를 하고 무료 세차를 했더니 곧 바로 비가 내렸고, 호두과자를 한입에 넣었다가 뜨거운 팥앙금에 입천장이 호되게 데여 너덜너덜 해졌다. '이런 망할!' 

 미세먼지에 일주일 내내 헛기침이 나왔고 텁텁한 봄에 싱그러움은 자취를 감췄다. 피곤이 쌓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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