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 답지 않은가..ㅎ ^^
 저 사진의 기타는 로드원 스트라토캐스터 이다. 한 40년후 내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는 저렇게 이쁘게 늙을까..같은 색상이지만 피니쉬가 우레탄이라..
9월 3일에 구입한 내 첫 펜더 기타는. 2008년도  아메리칸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  20 ~ 30 만원대 기타만 써오다, 본격적인,, 비교적 고가 기타의 첫 구입이다. 머 아직 실력이야 자아도취형 방구석 기타쟁이 지만, 이 기타를 구입하면서 긴 인생의 여정에서 음악에 대한 어떤 목적의식과 열망이 확고해 졌다고 할까.

 내가 기타를 사야겠다고 생각한지는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앞둔 1999년 마지막 날 이었다. 자정즈음에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다, 신중현씨의 콘서트를 보았고, 다시 채널을 돌리다 일본bs2 채널에서 에릭 클랩튼 콘서트를 방영해 주고 있었다. 눈과 귀와 가슴을 움직였다. 공허했던 마음이 에릭의 기타에 의해 촉촉해졌다. 나이들어서 저렇게 내 마음을 쥐어짜듯 기타를 연주하고 싶다고.. 그렇게 해서 기타에 대한 애정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음악연주보단, 음악감상 자체에 푹 빠졌고, 기타실력은 요지부동이었다. 내 자신이 음악에 전혀 재능이 없음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뭐 사실 큰 노력도 안했고 20대때 이것저것 기웃거려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F코드를 잡았을때..그 희열은 생생히 다가온다. 손가락이 아무리 해도 안될꺼 같아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 척 하고 잡히는 그 순간. 신이 내게 답을 주시는것 같았다.

 책을 읽다 잠시 의자에 기대어, 스탠드에 놓인 기타를 바라본다. 6줄의 쇠줄을 팽팽히 지탱하고 있는 기다란 넥이, 고통의 울림을 기약하듯 은은한 빛을 발한다. 마음의 회한을 긁어내리듯이 한번의 스트록크로 기타 온 몸을 울린다. 북미의 앨더 나무는 내 배의 따스함을 간직한채 여운을 울린다. 쇠줄과 손가락 끝의 살들은 같이 고통으로 몸부림 친다. 그 고통이 무덤덤해지는 사이 내 손가락 끝에서 잠시나마 마법이 일어난다.

기타 헤드의 저 펜더 로고 얼마나 가슴 떨리는 문양인가.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존 프루시안테, 커트 코베인.. 등등. 무수히 많은 전설같은 뮤지션들 그 들과 같은 펜더 기타를 소유했다는 그 자체의 희열, 그것이 전통과 역사의 힘이다. 아무리 품질 좋고 소리 뛰어난 다른 브랜드의 기타가 나와도 펜더와 깁슨 기타만이 가진 개성과 대중 음악역사와의 교차점은 몇백년 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소리의 품질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역사와 천재적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 일렉트릭 기타의 대명사 스트라토캐스터가  처음 세상을 나온지가 1954 년 레오 펜더란 사람에 의해서이다. 정말 혁신이란 저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렉트릭 기타를 일렉트릭 답게 사용한 지미 헨드릭스 또한  천재적 혁신가 이다. 앰프에서 일그러진 기타 소리를 음악답게 사용한 선구자 이다. 그 이전에는 기타의 클린 소리를 앰프가 단순히 큰 음량으로 증폭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미 헨드릭스는 앰프의 볼륨을 최고로 높여서 나오는 찌그러진 노이즈 소리로 연주했다.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듣고있는 무수히 많은 록. 대중음악의 원류다.

 와인에서의 빈티지 개념과 비슷하게 펜더 기타도 빈티지 에 대한 큰 애착이 있다. 그 중 57년과 62년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유명하다. 오리지날 57. 62 는 현재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의 . 김종진 씨의 펜더가 가장 비싼걸로 알려진다. 경매로 나오면 1억을 호가한다는.. 스트라토캐스터가 가장 좋았다는 해 57.62년의 사양을 그대로 현재에 다시 만든 리이슈 시리즈를 사고 싶었는데. 워낙 저 위 사진의 2008년 스탠다드 모델을 싸게 구해서. 만족한다. 아마 50년 후에 08년산 스탠다드 스트라토캐스터가 지금 62년 스트라토 처럼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내 아들 혹은 딸 까지도 물려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까지고 색이 바래고 녹이 슬고, 멋진 레릭 기타가 될 것이다. 레릭 이란 말은 오래 사용한 듯한 기타를 말하는데. 펜더 에서는 일부러 기타를, 한마디로 완전 중고틱하게 만들어서 새 상품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아래 사진은 펜더 커스텀 샵에서 나오는 고가의 레릭 기타이다. 저것이 신상품으로 몇백씩에 팔린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10만원 주고 중고로 샀다고 하면 믿어줄까.ㅎㅎ


스트라토캐스터의 가장 유명한 기타는 에릭 클랩튼의 블랙키 이다. 아마 기타역사에서도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름이 있는 기타라니..
http://www.fender.com/blackie/blackie_home.html  플래쉬로 만들어진 멋진 페이지이다. 한번 구경하시길.. 저 기타의 복각판이 최근 엄청난 가격으로 순식간에 팔려버려서 뉴스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었다. 하지만 저렇게 낡은 기타 자체도 멋지지만.. 정말 멋진건 자기와 함께 나이먹어가는 모습의 기타이다. 그리고 외관 뿐만 아니라.. 나무도 자연스레 건조가 되면서 소리도 더욱 빈티지하게 변하는 그 맛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언제나 내 손에 쥐어져 울리는 소리 그것을 사랑하면서 말이다.

 에릭 클랩튼의 음악이 감동을 주는건 그의 인생 자체가 고스란히 음악에 뭍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생자체가 블루스 였다. 에릭에 관한 글은 다음 시간에..

 사물을 단지 사물로서만 보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본다면 그 어느것도 아름답다. 내 살들이 비비고 부비고, 내 온기를 품은,  저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사물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펜더 기타를 계기로 내 안의 열망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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