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았다. 연극에 문외한이라 딱히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배우 이혜영의 연기는 당연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있었다. 목소리가 너무 멋져서 그 특유의 톤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신이 아름다운 악기자체인 이 배우는 우아한 카리스마를 연실 뽐내었다. 


 인터미션 포함 약 3시간의 작품이라 관람하는데에도 힘들었다. 배우들은 이 연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는가. 대단한 집중력과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난 연극을 보면 그 극에 몰입이 되기 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몰입에 찬탄하곤 한다. 나는 영화 장르에 감상이 특화되있어. 연극은 너무 생소하게 다가온다. 렌즈를 통한 환영의 이미지와 이야기에 천착이 된 것이다. 실제 배우가 내 눈 앞의 공간에서 연기하는 걸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건, 보드리야르가 말한 이미 가상현실의 삶을 더 익숙하게 여기는 시뮬라크르에 대한 친화력 아닐까. 


 예전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몇편의 연극을 감상할때 부터, 연극 관람은 왠지 참 힘들다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헤다 가블러는 아주 좋은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이서인지 참 쾌적했다. 또 연출과 배우의 힘 이겠지..겉도느냐 집중하게 만들 카리스마가 있느냐.. 이혜영은 정말 대단한 배우 같다. 


 어떤 아저씨 관객의 스마트폰 음악소리가 흘러나온 것 빼곤,, 말의 아름다움에 집중했다. 15분의 인터미션때, 화려한 명동의 네온싸인 거리를 걷다 다시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헨리크 입센의 말년작이라고 하는데 19세기 말의 인간 군상들의 욕망..특히 헤다 가블러란 귀족 집안의 딸의 내밀한 심리..욕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당시엔 되게 앞서간 통찰을 드러낸 작품일 것이다. 지금의 현실의 여자들의 내면을 보는듯이.. 뛰어난 예술가의 통찰은 시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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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도로엔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가 많이 보였다. 너덜너덜해진 살점들을 빠르게 지나치면서 선명한 핏자국이 뇌리에 꼿혔다. 천안부근에선 1분도 채 안걸렸을 정도의 갓 일어난 사고 차량을 목격했다. 아마도 졸음운전으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고..튕겨져 갓길 쪽에 차량이 널부러져 있었다. 주변에 파편이 산재해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의 졸음은 싹 달아났다. 대책없는 졸음엔 어떤 주문을 외는 게 효과적이란걸 알았다. 


 오전 수업중에. 가까운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안과 밖이 어수선해졌고. 곧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좀 있다 다시 창밖을 보니, 반경 50미터 안의 또다른 건물 너머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학생이  학교 버스가 폭발해 불타고 있다는걸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알렸다. 헉, 학생들이 다쳤을까.. 이래저래 수업은 조금 늦게 끝났고, 나는 점심 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생각해 보니 그 쪽에 주차된 내 차가 걱정되었다.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는 경부 고속도로 평택-안성간 고속도로 빠지는 지점에서, 어떤 차량이 내 바로 옆에서 사고가 나는 걸 목격했다. 다행히 그 차는 분리대를 넘어 나를 덮치지 않았고.. 파편만 내 앞유리에 쏟아냈다. 마치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이 내 옆에서 펼쳐졌다. 


 아마도 졸음운전을 하다 그 앞에 일어난 사고의 여파로 정체된 곳을.. 달려오던 속도를 못 이겨.. 급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타이어의 굉음과 함께, 차체 제어가 안되면서 고속도로가 나눠지는 분리 난간에 강하게 부딪혔던 것이다.  2차 사고의 일종인데, 분명 그 운전자는 그 앞에 일어난 정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 같다. 


 내 차와 나는 무사했다. 위험이 엄습했지만, 운이 좋았다. 오늘의 이런 일들은 일종의 경고 같았다. 운전에 대한 경각심?  어떤 징후들?  

 집에 돌아오니. 경찰청에서 온. 등기수령 예고 약속 같은 통지서가 날아왔다. 젠장, 저번주에 과속 카메라에 하나 찍힌것 같더니만, 

 또 가방을 열어 맥북을 까니 애플 마우스가 보이질 않는다. 강의실에 놓고 온 것이다. 반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아침에 확인좀 해달라고. 

 오늘 일진이 안 좋은날인데..그나마 심각한 불운은 넘어갔고. 이러한 자잘한 실수로 액땜하는 것일까..


 집에와서 인터넷 뉴스를 보니. 버스 기사의 자살기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엔 비애가 넘친다. 울지 말고, 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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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수카라에서 저녁을 먹고 제대로된 요리를 먹었구나 란 느낌이 가득했다. 요새 채식을 위한 새로운 식당들을 알아나가고 있다. 평소보다 좀 더 걸어서 괜찮은 식당을 찾아가는 보람도 있다. 물론 맛이 있고 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보통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은 실망하는 법이 없는것 같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식당과..메뉴들이 점점 쏙쏙들이 보인다. 잘 안 가던 구역도 걸어가보고,, 홍대 구역만 조금 벗어나도, 가격은 좀 더 싸며, 괜찮은 가게도 상당히 많은것 같다. 


 그런데 길거리에서나 식당에서 맡는 고기 냄새는 그렇게 고소하고 향기로울수 없다. 예전엔 몰랐는데,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찐한 고깃 기름 비릿내가.. 참 애증적으로 다가온다. 

 최고의 저주스런 냄새는 일요일날 집에서 였다. 


 아버지가 시골에서 어찌 개고기를 가져와. 어머니는 사위들을 불러다, 보신 만찬을 준비하느라 낮부터 개장국 끊이는 그 특유의 비린내가 집안을 진동했다. 이건 지금의 내겐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저녁까지 내내  그 냄새는 짜증을 내포했다. 평소 처럼 조카들과 별로 놀아주지 않고.. 내 방에서 기구한 개의 영혼과 살점들을 위해 명복을 빌었다. 나는 이제 고기를 먹지 않지만..어쩄든 미안하구나..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에 위치해 있는 수카라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강추할만한 식당겸 카페였다. 일본인들이 하는 식당인듯 하고 음식도. 퓨전일식?..  일하는 사람도 전부 여자. 손님들도 거의 다 여자. 거기다 정성어린 요리까지..다 좋다. 왠지 내 선입견엔 일본여자는 요리를 잘 한다..란 생각이..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나의 음식 취향이 일식과 맞는 것 같다. 양이 적은것만 빼곤.. 우리들은 양을 많이 달라고 했다. 메뉴판에 원하시면 그렇게 말하라고 써있었다. 채식은 할 수 있되. 소식은 내겐 너무 먼 이상향이다. 뭘 안 먹어도  행복으로 충만할 사랑에 빠지지 않은 이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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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한지 일주일 됐다. 아직 기운이 딸리거나 몸이 확 좋아졌는지는 모르겠고, 단지 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오늘 저녁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이 먹어, 지금까지도 배부른 느낌이다. 부추 부침개에.. 두릅.. 울릉도에서 가져왔다는 이름모를 나물. 시금치.. 오이 소박이, 콩나물 국 등등.. 풍성했다. 채식주의를 선언했는데.. 그것조차 과식으로 이어지면.. 뭐 막 가자는 거다.. 


 여러가지로 건강관리..체력증진에 힘을 쏟고 있다. 한 순간 마음먹기에 따라 나태로 떨어질 수 있지만. 나이살에 의한 지혜로 절제하고 욕망을 관리할 수 있다. 순간 마음먹고. 행동하는게 중요하다. 


 헬쓰를 한지 한달 반이 넘어가는데. 한주에 5번은 나가는 빈도수다. 그것도 아침에..  좀 대견한걸..

아침에 운동하면. 하루가 기운차다. 피곤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낮 동안의 집중도가 좋아지는 것 같다. 육식을 끊었기 때문에. 가슴 근육을 키우는데..녹록치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헬쓰의 효용은 여러모로 좋다. 식스팩의 근육이 아니어도 신체의 밸런스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거울을 자주 보며 나의 얼굴과 몸의 변화에 관심있게 지켜보는게 좋다. 서른 중반의 나의 몸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아침에 운동했는데..저녁 먹고 또 갔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기 보다. 집의 하수도에 문제가 생겨.. 샤워를 하러 간 셈인데..또 간김에 운동을 하고 왔다. 그러나 우람한 갑바는 아직 요원하다. 과식을 해서. 배가 맹꽁이 처럼..부풀어 올라.. 마치 임산부 같은....ㅜㅜ  절대 과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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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전에 문자로 오늘 저녁에 아현동 닭발집에서 모인다고 했다. 화요일날 나는 육식중단 선언을 했다. 발심을 품고.. 친구들 이하 부모님에게도 알렸다. 부모님은 건강걱정의 투로. 친구들은 과연 하는 심정으로 몇주후 고기뷔페집이나 가자고 조를것이라 예언했다.

 나는 귀는 얇지만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타인과의 모임에 이런 문제가 올줄 알았다. 일단 조금 늦을꺼라고 답변을 했고, 식사후 차 마실때 등장할 예정이다.. 나의 채식주의가. 타인의 식사 즐거움에 해를 끼치기 싫다. 


 채식주의 선언과 동시에 두가지 더 발심을 했다. 여기서 말 할 성질은 못 된다. 

 육식의 중단은 어떤 책의 영향이기도 하고.. 요근래.. 지인에게 닥친 변화와. 그럼으로써 나의 성찰과 반성에서 불어닥친 변화에의 의지였다.  병은 입으로 부터 온다. 라는 말을 믿게 되었다. 생명에 대한 작은 발원이 행동으로 이어져서 기쁘다. 


 여하튼 나의 탐식은 종말을 고했다. 


 -- 채식주의 선언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했다..쿠폰을 사용해야 해서..마지막 고기 요리 만찬이었다.. 내 기억속엔.. 엄청 맛없다.라고 기억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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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아침. 수업을 하기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박찬호의 첫 선발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나의 팀. 두산 베어스와의 대결.. 장소는 청주야구장.. 오후6시에 대전에서 일이 끝나니..맘만 먹으면 올라오면서 들를 수 있었다. 피곤한 몸 이었지만.. 핸들은 청주로 빠지는 곳으로 향했다. 

 생각이 많을때. 사우나탕과 야구장이 생각난다. 야구장은 고작 일년에 한두번 갈까말까 이지만, 일상의 환기차원에서 매우 유효하다. 그것도 혼자가는 야구장은 더더욱.. 무라카미 하루키는..외야에서 야구를 보면서..어느날 소설을 쓸 생각을 했다는게 생각났다. 물론 그는 생각이 바로 실천으로 이어졌지만..


 아주 오랬만에, 청주로 들어서서 그 유명한 가로수길을 달렸다. 그러나 청주 시내로 들어서자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이 정체가..단지 퇴근시간에 겹쳐서 인지.. 박찬호 효과인지 잘 모르겠으나, 나는 이때까지 조금 늦게 도착해도..당연히 야구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약간, 지방 야구장이라 만만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간과 돈을 들여 야구장에 도착했지만.. 헐..완전매진.. 난감한 상황이었다.  역시 박찬호의 첫 선발 경기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자아냈다. 허탈하게 뒤돌아서며 차를 세워둔 청주 예술의 전당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로 가기전 화장실을 찾아 기웃거렸다. 어둠이 내리깔렸고. 그나마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은. 지하였다. 사람들이 몇 왔다갔다 하길래.. 지하 건물 안으로 일단 들어갔다. 강당에서 뭘 하는 모양샌데, 급한 볼일을 보고.. 나와 두리번 거리니.. 팜플랫을 주었고.. 자연스레 다름 사람들처럼. 입장하게 되었다. 


 객석이 ㄷ 자로 된 소극장. 무대 안개가 홀 전체를 휘감았다. 자리에 앉자 팜플렛을 보니 클래식 공연 이었다. 제목은 클래식 스캔들. 콘서트 가이드라 불리는 사람이 나와 사회를 보았다. 사회를 꽤 능수능란하게 잘 했다. 김제동도 티비에 나오기 전 저러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공연장의 조명과 시설이 딱 적당했다. 소극장이어서.. 어쿠스틱 소리가 자연스러웠다. 대형 스피커를 통한 전기적 증폭 소리가 아니어서 되게 편안했다. 소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꼈다. 여성 합창. 남성 합창..하프 연주.. 소프라노..등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펼쳐졌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전혀 계획에도 없는 예상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상한 우연들이. 내 발걸음을 여기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삶은 우연들의 연속이고.. 정말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매일매일이 궁금해졌다. 나의 작은 선택이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삶은 작은 선택들의 연속.. 주저하고 망설이지 말자. 움직여야 한다는 진리..


 허무를 품고 청주를 뜨지 않아 다행이었다. 신은 내게 작은 선물을 준 것이었다. 복제된 소리가 아닌, 진짜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들려주었다. 하프 독주를 언제 들어보겠는가.. 실제 하프를 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그리스의 신전 기둥을 하나 뽑아다 악기를 만든것 같았다. 소리 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손과 팔 동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팔뚝을 보고 감명받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탑 스폿 조명이 연기에 부드럽게 산광되며 하프와 연주자를 비추었다.  나는 내 기타 마샬앰프가 여기서 울린다면..소리가 어떨지 궁금했다. 그 조명 아래서 일렉기타를 마구 쳐보고 싶었다. 


 나와서..다시 야구장을 가 보았다. 야구장은 8회 이후론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출입구 바닥엔 반입못한 주류들이 산더미 였다. 들어가보니..김현수 자리 뒤편의 외야석.. 관객은 만원.. 한화가 8대 1로 이기고 있어서 인지..관객들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박찬호는 한국에서의 첫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두산이 졌지만.. 박찬호의 승리에 경의를 보냈다. 98.99.2000년에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투구는 큰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바로 좀전의 클래식 공연장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 지방 야구장엔.. 구수하며 적나라한 군상들의 반응이 재밌다. 야구장의 묘미는 이런것이었다. 작고 흰 공 하나에 애걸복걸하는..희노애락..


 탁트인 잔디밭 만큼, 내 마음도 초롱초롱 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쿠스틱 클래식을 뒤로하고, 레드 제플린과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들었다.. 쌀밥과 김치를 먹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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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계속 육식을 끊자 라는 욕망이 꿈틀대는데 그 금육에 대한 크기만큼, 고기에 대한 식탐이 늘어난다. 내가 생각하는 채식은, 그저 삽겹살..보쌈. 소고기. 치킨. 오리.. 생선.. 요리등.. 완전한 육식 요리만 먹지 말자 이니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김치찌개..미역국에 들어가는 고기 정도는 당연히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동물성 식품의 완전 배제는 사실상 어렵지 않나..


 생각해보니, 식탐이 왕성해진건, 운동을 하니 대사량이 는 것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어떤 반사 작용도 있는 것 같다. 다행인건..많이 먹어도. 보통 사람들처럼 금새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고 운동을 하면 금새 또 근육이 잡히는.. 비교적 좋은 체질인데.. 장기적으로 봤을땐..분명..과식에 의한 포만감은.. 해악 일 것이다. 


 어제도 비오는 날 간만에 광화문을 거닐었더니..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강한 욕구가.. 친구와 식당에 들어가.. 한 가지씩 메뉴만 시키는 게 아닌 다른 메뉴 하나 더 시켜 먹으려 했다가.. 약간 타이밍을 놓쳐, 다른 집을 다시 가려 했다가.. 그냥..참고..커피집을 갔다. 비오는 시내 거리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운치도 나쁘지 않았다. 

 요즘 음식에의 애착을 생각해 보니..어떤 정신적 불균형 아닐까.. 좀 미식가 이긴 했어도. 어떤 욕구불만의 발로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20대 때처럼 공허해서 뭔가 막 먹는것 보다. 음식 자체의 맛을 음미하는게 너무 좋다. 



 아침에 좀 느즈막히 일어나서..투표를 하고 와서.. 화이트 스트라입스 의 음악과.. 김창완의 기타가 있는 수필을 듣고 있다. 잭 화이트.. 21세기 록의 구루.  두 천재들의 음악을 연달아 듣다 보니..

 할게 많아도.. 점심 먹고 지하실에서 기타나 우당탕 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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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아침에 나갈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다. 밤늦게 비가 오는줄 알고, 우산도 안 챙겨 나갔는데, 점심때부터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더니..비가 내리기 시작.. 흠.. 오늘 오전 까지 강력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과.. 오전시간 까지..비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어제 저녁엔 홍대에서 진중권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오래간만에 듣는 강의라 대학생들 틈에서 싱글벙글했다. 자리가 군데군데 한 곳씩 밖에 없어 친구와 떨어져 앉았는데, 멀리서 친구왈.. 웃음꽃이 피었군요.. 

 그랬다.  다시 수신자의 입장이니 맘이 편하기만 했고, 젊은 여대생들의 틈에서..다시 학생이 되고싶은 몽상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강의를 하면서도 내면의 아이는 분신같이 학생의 자리에서 즐거워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젊은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시선을 받는걸 즐기기도 한다. 내 마음은 아직 이중적이다. 그들의 청춘에 빛을 밝혀 주는 노력은 내 청춘에의 고함이기도 했다. 

 진교수의 강의는 파타피직스에 대해서였다. 대중강연이라 학문적이기 보다. 일상의 사례속. 새로운 골때린 디지털 세상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 였다. 이 강연의 진면목은 1시간 반의 강의 후에.. 40분여의 질문 타임이었다. 다양한 질문에..막힘없이..몇 마디 말로..답변하는 진교수를 보면서..역시.. 하는 마음이..

 자신의 생각과 논리가 명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쾌도일담이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미디어를 통해서 판단하는 의심과 편견은 일단락 되었다. 예전에 수업 들을때 보다 더 좋았던 점은. 청자에게 애정이 뭍어있어서 좋았다. 간혹 모르는 신조어가 나와 주변에선 다 웃는데..난 이해를 못해 멀뚱거리며 있는 경우가 있었다. 멘붕이란 말이 나왔을때가 대표적인데, 내가 소셜미디어 지향적이지 않아서 인지.. 살짝 소외감이..그런걸 느끼니 최근에 어떤 학생한테 받은 메일에서 내 말에서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 자기만  못 따라가는것 같아 걱정된다는..내용의.. 음 그럴수도 있지..하지만 최소의 교양수준이기 때문에 그런건 개개인의 문제다. 나도 옆의 대학생에게 멘붕이 뭐에요..라고 물어볼뻔 했다..


 강연이 끝나고 우루루 나오다 진교수를 많이 좋아하는 어떤분이 생각이 났는데, 문자라도 보낼껄 그랬나..하는 지나간 후회.  비가 오다말다.. 봄에 내리는 장마빗 같다.  

 잘 느끼지 못했던 진교수의 따듯함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 선배와 대화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어릴적 부모로부터의 트라우마 같은 걸 얘기 했는데, 진교수의 어릴적 일화와 연관해서, 이런 상처?가 기억의 수면에 떠올랐다.  나도 다락방에서 비행기 프라모델을 만들며..비행에 대한 상상을 키우던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날.. 몇일에 걸쳐 공들여 만든. 아팟치 헬리콥터를 바가지에 물을 담아 전사지를 물에 불려 붙이는 마지막 완성단계에서.. 누나가 실수로 바가지로 엎어..그 물이 안방 장농밑으로 다 들어갔는데, 화가난 엄마가..그 모형을 순간 발로 밟아 버린 것이다.. 비행에 대한 꿈과 희망은 그 사건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가..ㅎㅎ  진교수처럼 다락방에서 했어야 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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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에 먹은 파스타가 너무 맛없어서, 오늘 점심에 알레올리오 해먹었다. 

 아웃백 스테이크에서는 파스타를 왠만하면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 뭐 이런데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으니.. 





 스프와 빵은 맛있고. 스테이크는 보통. 파스타와 커피는 최악. 

 파스타 맛은 이랬다.. 상한 짬봉 국물에 쫄인 면발 맛이랄까.. 드라마 파스타 에서 이선균의 가시돋힌 코멘트들이 생각났다.  다시! 를 외치고 싶었으나.. 맘만 그럴뿐. 어쩄든 음식앞에선 맛이야 어떻든 성실하게 싹싹 비운다. 그게 일단 음식에 대한 예의다..

 언젠가 홍대앞의 어느 중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때. 옆 테이블에 커플이 와서 앉더니..내가 먹고 있는 굴짬봉 외, 여타 요리 세가지를 시켰다.. 그들은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맛이 없다며 모든 요리를 채 반도 안 먹고 나갔다..아니 거의 안먹고 깨짝거리다가만 하고 나갔다.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지만, 속으론 되게 화가 났다. 배고파 보지 않은 자들에 대한 경멸이랄까.. 내앞에 그런 여자가 음식앞에서 그러고 있다면,  속마음은 머리채를 휘잡아 짬봉 국물에 쳐박아 주고 싶다. 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정색하며, 한마디 하겠지.. 그래도 좀 드시라고.. 

 사실 외국 여행중의.. 특이한 향토 음식이나..극단적인..맛이나 냄새가 아니라면 못먹을 음식은 보통의 우리나라 식당에서 없질 않나.. 

 내 안엔 예전 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이 들었는지.. 남은 음식 꼴을 못 보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배불러도.. 남기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현대의 건강학적으로 당연히 좋은게 아니지만, 음식과의 그러한 인연도 소중한 것이다. 그게 음식과 요리를 한 수고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맛있는 음식에 대한 반응은 저절로..맛을 음미하는 탄식과 신음이 절로 나온다. 영화 밀리언 달라 베이비 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기가막힌 팬케익을 먹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러한 순간들이 삶의 짧은 행복들인 거지..

 참고로 신촌의 아웃백은 서비스가 영..   왠지 말뿐인 친절.  이런 서양식 외식 프랜차이즈에 올때마다 느끼는건..맛과 양에 비해 더럽게 비싸지만..항상. 손님은 많다는거.. 특히 여자들이 많다는거.. 조명의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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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았다. 아니 별이 보였다.

카페를 나서는데..완전 무방비 상태로 씩씩하게,투명 유리문에 꽝 했다.

평소에 간혹 몸개그를 작살하기는 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너무 아픈데도 불구하고..나조차도 어이가 없어서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고스란히 보고있던 선배는 이 카페가 추억이 있는 장소?여서 여기로 오자고 한것 같은데..또다른 추억을 내가 선사했다. 카페안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ㅜㅜ

 사소한 에피소드라 치부할 수 있지만,,

 요즘 나의 생각과 고민들을 나눈 선배와의 대화속에서 많은 환기가 이루어졌지만 마지막 결정적으로 내 몸뚱아리가 원해서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꼴 이었다. 절의 일주문을 나서기 전에..번뇌의 집착을 끊으라는 듯이.. 주장자로 정통으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

 몇일전에..누군가한테. 이런 메일을 보냈다.  착각좀 그만 하시라고..~ 마음 다 잡으시라고.. 사실 그런말은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살다보면 내가 하는 모든 말은..결국 나 자신에게 화살이 되돌아 오는 경우를 깨닫게 된다. 타인은 나를 보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다.

 찰나였지만 그 별은 그와같이 무지 아프며..실없이 웃으며..나를 비췄다.

 

 나의 비전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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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린후의 어제 아침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데 설레임보다는 긴장이 조금 앞섰다. 처음 참석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예전에 그런 자리의 분위기를 옆에서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내 기억속엔 엄숙함과 무게감이 장난아니었던 기억은 그래도 막상 별거 아니구나란 안도의 식은땀이..
 이런, 스시를 먹는데..이마에 땀이 맺혔다.. 
 식사가 끝난후 밖에 나오니 압구정동엔 펑펑 눈이 내렸다. 3월의 겨울은 이젠 익숙하다. 왜 압구정역은 실제의 압구정 로데오거리 지점에서 이리도 멀까..처음 친구와 함께. 압구정역에 내려 난감했던 방문기가 떠올랐다.  

 네시에 명동에서 예식이 있어, 한 시간여를 명동거리를 거닐었다. 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부터 나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평소에 자전거나 자동차로 주로 이동하니.. 대중교통에서의 사람봄이 꽤나 신선했다. 

 아침에 신림역에서 탄 내 또래 부부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신혼집내지 첫 이사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서류를 들고 보금자리를 알아보았던 것 같은데. 처음 전철을 탈 때 부터 여자의 미묘한 얼굴 표정이 흥미롭게 했다. 남자는 벙쪄하며 살짝 흥분 상태인것 같은데..여자는 그 표정의 심리가 변화무쌍하다고 할까..샐룩거리는 그 표정이 귀엽기도..섬뜩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론 부러웠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란 책 광고가..살찐 미소를 날리는 김정남의 얼굴은..부처의 평온한 인상처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느낌의 상황이었다.. 사진적 장면이었다..이럴때야말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들고다니는 카메라가 없었다. 

 교대역의 인파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삶속에 현재 옆에 있는 사람의 관계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많은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데도 자신만의 섬을 가꾸어 나가는 공허한 눈길이 많이 보였는데.. 내가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카메라 렌즈의 눈이 되어가는 내게 어떤 충격이 필요하나..
 한 눈에 팍 꼿히는 대상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의 인파들 속에서도 예식장의 많은 하객 속에서도 괜찮다 싶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여자의류 쇼핑몰의 이쁘장한 모델들은 오히려 역겹다. 사람의 매력은 내면의 정신계가 좌우한다. 영혼없는듯한 껍데기들은 이제 눈길도 안간다. 

 
무언가가 충만하게 내안에 채워지기 위해선 공허가 아닌 다시 내려놓음의 단계가 필요하다.  

 명동 유니클로에서 머플러 두장을 사고..하나를 택을 띠어서 직접 착용했다.  근래에 어떤 여자아이?한테 위아래 입은 옷이 딱 유니클로 스타일이래서, 둘 다 유니클로에서 샀구나..라고 했다가 면박 당했다..
 유니클로건 아니건..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이 더 중요하지..근데 남자인 내가 보기엔 유니클로면 되게 좋아 보이던데..ㅋ

 결혼식장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실내인데 자연 채광이 되고.. 야외 테라스가 있다. 야외 결혼식 같으면서도 시스템은 실내의 웨딩홀.. 나는 여자쪽의 하객이었지만..우리는 신랑쪽에 앉았다. 역시나 있는집 아이래서(비아냥 아님) 결혼식이 좀 화려했다. 마술사와.. 라이너스의 담요? 라는 가수의 노래가 인상적 이었다. 주례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람이고.. 부조금의 액수가 민망했으나..이렇게 온 것만 해도 어디야..암..  

 친구의 6살베기 딸과 놀며, 먹으며..바빴다. 점심에 일식을 과하게 먹어서..평소답지 않게 저조하게 식사했다. 하객중에 조금이라도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렇게 자상한 아빠와 같이 놀아주지 않았을지도..
 예전에 첫조카의 얘기 사진을 매형이 내 자동차 키에 달아놔서..한동안 그러구 다녔는데. 나중에 내가 유부남이라 생각했다고 오해를 많이 받았었다.  
 자주 보는건 아닌데, 나를 좋아라 해서..더욱 너무 이뻤다. 지 아빠가 자리를 왔다갔다 하는데도.. 나랑 장난치며 잘 놀았다. 마지막에는 지 아빠가 차를 빼러 일찍나가..내가 옷을 입히고.손잡고 일행들에게 인사하니..내가 아빠같다고.. 묘한 느낌.. 진짜 내 아이 였다면 더욱 뿌듯했을 듯하다. 

 합정동에 오니..창문 넘어 저 앞에 완전 붉고 똥그란 태양이 지평선에 걸쳐 있었다. 오랬만에 보는 멋진 장관이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없었다..그 붉은 태양을 마음에 담아 간직할 수 밖에.. 

 집에 오니 피곤했지만...오늘 먹은 단백질들을 생각하며 헬쓰장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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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장이 좋은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오늘 같은 경우도 늦은 저녁에 언제라도 땀을 흘릴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건. 늦은 밤 뿐만 아니라 어둠이 내리깔리면 뛰질 못한다.
그리고 더이상 비오는 날 달리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 

 또 헬스장엔 물구나무서기 기계가 있어. 왠지 혈액순환에 좋은 것 같다. 요가에서도 제일 으뜸으로 치는게 물구나무 서기 자세라 하던데 기계의 도움을 받더라도 좋을 것이다. 
 반면. 런닝머신 앞에 달린 TV모니터를 없애면 창밖의 비오는 거리가 더 운치있게 보이며 달릴 수 있는데..시선이 답답하다. 오늘 처음으로 12키로 속도로 달려봤다. 이 속도로 계속 거리를 늘려야 겠다.

 일주일 전인가. 홍대 롤링홀에서 공연을 보았다. 블루스 록 밴드 로다운 30의 신보발매 기념 공연.. 게스트가.. 김창완 밴드여서..얼씨구나 좋아라 했다. 드디어 우상을 실제로 보게 되는 구나.

 오프닝 게스트..1부 2부 3부..로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오프닝은 통기타로 델타 블루스를 우리말 노래로 부르는 하헌진 이란 젊은 남자였다. 21세기에 한국에 울려퍼지는 정통 목화밭 블루스 사운드 였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로다운 30의 윤병주의 아기자기하게 생긴 스킨헤드 머리가 등장했다. 수염 때문에 더더욱 심슨가족의 심슨같이 생긴..모양새.. 예전에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보고.. 멋지다 라고 감탄했다. 지미 헨드릭스 풍의 블루지한 록..을 추구하는 그들의 음악은 내 취향과 비슷했다. 

 드디어 2부에서 김창완 밴드가 나왔다. 기타리스트가 하세가와가 아닌..젊은 한국인 남자애로 바뀌었다. 김창완 님은 나이가 무색하게..젊은 오빠의 분위기가 물씬.. 실제로 연주를 들어보니..역시나 굉장히 파워풀했다. 2대의 기타에서 뿜어 나오는 퍼즈 드라이브 소리는 옛추억의 카오스 같았다.
 내 앞 4.5미터 앞에 있는 우상과 눈이 맞는 순간..그의 음악 재능이 내게 좀 텔레파시로 전수좀 해달라고 간절히 바랬다.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노년의 내가 되어야 할 모습이었다. 
 산울림의 명곡들도 많이 연주했다. 아니벌써.가지마오.기타로 오토바이 타자..등등.. 연주가 굉장히 하드했다.  

 3부는 다시 오늘의 주인공 로다운 30 인데.. 김창완 밴드에 워낙 흡족해서 좀 김이 빠진 모양새.. 계속 비슷한 분위기의 블루스 록.. 그러다.. 어느 랩퍼와의 협연.. 처음엔 신선했으나..나중엔 좀 짜증..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빨리 집에가서 마샬 앰프를 키고 내 기타를 울리고 싶었다. 즁즁즁 쾅꽝.. 마구 소리 질러.. 내 속의 열정을 깨우고 싶었다. 

 김창완 밴드를 보니..언젠가 김수철의 공연도 꼭 보고 싶다 란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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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밤은 완전 녹초가 되는 날. 거의 씻자 마자 잠든 시간이 10시 반 인데.. 2시 반에 깸. 너무 피곤하면 중간에 잠이 깰 수도 있나. 굳이 잠을 다시 잘 필요성을 못 느껴. 멍 때리다, 블로그라도 관리..

 인간의 신체 생리상 밤 10시 부터 새벽 2시 까지는 잠에 푹 빠져 있는게 아주 좋다는 걸 들었는데, 그런 이치인 듯..
 요즘은 예전같지 않게 가끔 불면의 밤을 보내곤 한다. 생각이 많아져 침대에 누웠는데도 머릿속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끔 이럴때도 생각을 단절 시키는 명상의 힘이 도움이 된다. 내려놓음 이라는 삶의 지혜는 유용하다. 자의식이 너무 팽창해버려 가끔 바늘이 필요하다. 오늘이 그런 날 이었다.
 흡사 선발투수가 120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온 느낌이다. 컨디션 조절의 핵심은 만법유식. 

 봄이 오는 소리에 예방주사라도 맞을겸 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해야할 게 많음..
 
 그동안  애독했던  42살 누님의 블로그엔 슬픈 비보가.. 간만에 남자를 만나 알콩달콩해 보이더니 남자에게 고백했단 글이 마지막으로 글이 없길래, 잘 안됬나보다 했는데...역시나.. 
 나보다 연배도 높으시고, 노처녀의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에 글들이 지혜로 가득했다.
 20대 초반에 만난 남자를 6개월 만에 차버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그 남자와의 이야기는 솔직한 재미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응원의 마음이 절로 들었는데,  실로 안타깝다. 
 노처녀가 멋있을수도 있단 느낌을 처음 준 사람이었는데 그 속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실제 외모(몸매)도 출중하시어 한번은 새로산 속옷을 입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걸 보고 실소를 터트렸다. 사실 애환어린 귀여움이랄까.. 그런 사진이라도 남기고..나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심리..

 그렇다. 노총각이 품위있어질 경우는 없다.  처음의 실수와 무지가 되풀이되는 악연의 징크스를 없애야 한다. 그렇담..

 봄이 오는 소리에 놀라 허둥대는 개구리의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
 내게는 봄비가 아니라 가을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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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네시 넘어서 잤다. 새벽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무슨 일을 하기엔 효율적이지 못할 것 같다.
 반면 새벽의 소일거리는 달 위를 걷는듯 달콤하다. 케이블 채널의 몇 바퀴 순례는 몇 시간을 훌떡 삼켜버린다. 
 블로거의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도 어느새 이미 알고 있었던듯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볼륨을 한없이 줄인 새벽의 나즈막한 음악은 안개의 읊조림 이다. 

 목요일. 금요일의 무리가 토요일을 피곤에 지쳐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게 했다. 
 금요일 밤. 오랬만에 고깃집에서 술을 마셨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금요일 저녁은 남자 다섯을 소금구이, 껍데기..등등의 고기 부속집에 데려갔다.

 언제부턴가..고기를 멀리하자는 마음이 생겼고, 되도록. 곱창. 같은건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합정동의 새벽까지 하는 고깃집을 찾다가. 결국. 그나마 평범한 소금구이. 껍데기 집을 갔다. 

 언젠가 고기 뷔페집에서 껍데기를 먹었는데, 타이어를 씹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걸 돈주고 사먹다니 했는데, 왠걸..이렇게 맛있을수가..뇌의 자극이 '헐..어찌 이런 맛이..'를 연발했다. 

 제대로된 고깃집이었다. 고기의 질 부터..불.. 소스.. 부추와 마늘. 김치 등등이 완벽했다.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 얼마만에 먹는 소주인지..이또한 맛있었다. 집에서 먹는 와인보다도 약한 느낌이다. 이날의 소주는 봄비가 내려서 인지 막연한 그리움의 땀방울 이었다.

 언젠가 또, 안먹던 과자를 먹고 나서 왜이리 맛있지..하며 놀란 눈으로 애들처럼 마구 먹었다. 아마도 그 표정을 그냥 찍어서 일반인 광고로 내보내도 될듯한 숨김없는 반응이었다. 되도록 가공식품을 멀리하자는 몸의 생각들이 간혹 이런 식품에 엄청난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제주도 삼다수로 입가심을 하면 될 일이다.. 공장의 맛을 지우는데는 생수 만한게 없다. 

 자정을 한참 넘어 어수선한 금요일 밤은 집으로 가는 자전거에 오르게 했다. 살짝 음주 라이딩. 부슬부슬 비를 맞으며, 왠 주책일까냐마는.. 비오는 새벽 한강의 고요는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살짝의 취기는 바람을 달콤하게 한다. 부슬비가 눈 속으로 파고 들어 눈알을 뻑뻑하게 했다. 퍼뜩 방사능 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봄비에 젖은 흙냄새가 그런 걱정을 지웠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며 새벽을 응시했다. 그러고선 스스륵 잠들었다. 머리가 복잡할땐 몸을 혹사?시키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어느 작가가 말했다. 

 내일 부턴 이른 아침에 헬쓰장에 나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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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처음 나갔는데, 조금은 성급하게 선택했나 하는 후회가 든다. 친구로부터 홍대앞이 더 싸고 이쁜 여자들이 많이 온다던데..라는 말을 들어서라기 보다, 좋은데는 샤워 시설 뿐만 아니라 온탕이 있다고 하더라~ 도 사실 큰 영향은 없다.
 저녁이래서인지 사람이 꽤 많았다. 런닝 머신은 꽉 찼고,  군데군데 트레이너 들도 많았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평소의 사우나탕 습관처럼 아랫도리 속옷하며 양말까지 싹 벗었다. 금새 습관의 힘은 참 무섭구나를 읖조리며 실없이 웃었다. 다시 양말을 신고 살짝 딜레마가..찾아왔다. 팬티를 입어야 하는지 벗어야 하는지 일단 입고 했으나 샤워후 땀에 젖은 내의를 다시 입기는 좀 그랬다. 결론은 여분을 준비하는것..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고 무슨 검사를 했는데, 다 평균치 였다. 괜히 돈 들여 헬쓰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람한 갑바를 상상하며 기계들을 노려보았다.  스트레칭 하는걸 배우는데도..내 몸은 유연하였다. 같이 배우는 옆의 아가씨는 나이가 무색하리 만큼 막대기 같았다. 다음에 더 배우기로 하고.. 런닝 머신을 기다렸다. 사람이 많아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다가 자리를 잡았다. 저녁시간에 사람 많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30분여 달리는데, 실제로 땅을 달리는 것 보다 덜 힘들었다. 아직은 어색하다. 기계와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해서인지.. 좀 바보가 된 느낌이다. 옆 유리방엔.. 어두운 데서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아주 미친듯이 자전거를 단체로 타고 있었다...천장엔 싼티나는 원색의 돌아가는 조명하며, 뭣하는 짓들이람.. 

 그렇다. 런닝 머신 위에서 내내 뭣하는 짓이지.. 라는 생각이 떨치지 않았다. 
 어릴적 새장 안에 갇힌 다람쥐가 쳇바퀴도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현대사회에서 어쩔수 없는 일이라 생각을 바꿔, 막연한 꿈이었던 하프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연습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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