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본 세편의 프랑스 영화들은 일련의 다양한 상념들을 일으키게 했다. 먼저 더글라스 케네디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빅 픽처'는 상당히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리플리' 같은 작품을 기대했었는데, 그냥 평범한 범작이 되어 버렸다. 특히 초반부의 주인공 내면의 상황 묘사들이 되게 피상적인데, 아마도 그런 여피족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렇겠지만, 그 큰 사건 전후로 벌어지는 묘사 들은 한결같이 심도깊지 못하고, 벌어진 일의 압축 언급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큰 변화에 선 주인공의 내면의 양상이 큰 공감이나, 스릴러적 긴장을 유발하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또다른 삶. 그러니까 진정한 삶이긴 하나, 진정일 수 없는 딜레마에 갇힌 사진작가의 삶을 공감어리게 보여준다. 차라리 처음 소설을 읽을때 연상했던 배우, 브래들리 쿠퍼 주연으로 헐리웃에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감독은 구스 반 산트나 알렉산더 페인, 샘 멘데스 중에서.. 


 원작을 읽지 않았으면 또 어떤 감흥이었을까가 궁금해지지만 소설의 기억이 남아있는 나로써는 수박 겉 핥기에 지나지 않는 영화였다. 그런 면에서 영화 '리플리'는 얼마나 대단한가..배우들의 탁월한 매력과, 정체의 탄로를 앞둔 그 긴장감은..



 왕년에 천재 감독으로 추앙받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아주 오랬만에 돌아왔다. 4번째 작품 폴라X 를 종로3가 단성사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다. 리뉴얼 하기 전이라 스크린이 작고, 관객석이 길쭉한 그 관은 홍상수 감독의 첫 작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이상한 영화적 체험을 하며 보던 기억이 있다. 영화와 현실의 이상한 조우의 느낌이라 할까. 현실의 삶처럼 영화도 계속 이어질거 같은..  난생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난, 이상한 체험이었다. 좋은 영화 작품은 그런 생경한 체험을 작던 크던 던지는 것일 게다. 레오 까락스는 첫 작품 '소년 소녀를 만나다''나쁜피''퐁네프의 연인들'로 이어지며 대단한 영화적 감각을 일깨워줬다. 그러다 (마지막 이었던) 네번째 작품 폴라X 이후로 잊혀진 감독이었다. 예전의 단성사 극장이었으니, 정말 오래된 잊혀진 기억들을 헤집고 근래에 다시 레오 까락스란 이름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감독의 페르소나인 드니 라방이란 배우도 함께.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말할지 감감하다. 대단히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며, 아름답고, 추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트와 광기. 그런걸 느꼈으나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나 의미를 읽기에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영화는 구체적 현실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모호한 추상의 지점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란 매체에 대한 감독의 헌사 같은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도.. 모션 픽쳐에 대한 성스러운 다면성을 현실과 영화, 실제와 가상의 삶, 가상속의 가상에 대해서 어지럽게 관통한다. 재미있다기 보다 흥미로웠는데, 영화 매체에 대한 감독의 탐구가 대단한 걸작 같다가도 다른면에선 작의적 허세 같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화였다. 고로. 진짜 예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다시 본다면.. 글쎄.. 난 미국산 예술영화인 데이빗 린치 감독이 떠올랐다. 



 일본에 젊은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프랑수아 오종이 있다. 그들의 모든 작품들은 섭렵해도 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수아 오종은 '스위밍 풀''5X2''타임 투 리브''시트콤'등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인지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정도로 그만의 색깔이 있었다. 문학적인 면이 영화의 저변에 깔려있다고 느꼈다. 이 작품 또한 글쓰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한 가정의 인물들을 관찰하고 글쓰기를 통해서 상상과 허구의 나래를 펼치는 지점이 영화속의 글쓰기. 이 영화적 허구..상상..관음적 관찰의 욕망등..다양한 상념을 불러온다. 이런 것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야기속에 풀어 내는 능력이 전작들에 비해 범접할수 없는 경지에 오른듯 하다. 프랑스 영화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오랜 편견을 오종 감독은 특유의 감각으로 타파한다. 글쓰기와 닿아있는 이야기로써의 영화에 대한 엿봄을 통한 상상적 허구에 대한 욕망을 위트 있게 그려 낸다. 사실 가장 재밌는 부분에서 갑자기   졸음인지 모를 순간 의식이 끊겨서 다시 한번 봐야 할 것이나, 영화의 매 순간들이 흥미롭게 몰입될 수 있었다. 그런데 왜..정신이 깜박했을까나.. 현대 미술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나와 여러가지 모로 예술. 창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시 이 영화를 보고 곰곰히 음미해 봐야겠다. 글쓰기에 대한 소재의 영화였던 구스 반 산트의 '파인딩 포레스터'에 비교하면 이 영화는 참으로 발칙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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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개봉했을때는 주연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챙겨 보질 않았다. 아주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배우들의 트리오 였다.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나니, 작년부터,베를린-신세계-감시자들-더 테러 라이브 를 잇는 한국형 액션영화?의 수작들을 편성하게 된 것 같다. 

 이 영화의 꽉 짜여진 만듦새는 마치 헐리웃 영화의 흥행작을 본 듯한 몰입과 재미를 주었다. 


 경찰의 지휘본부와, 작전차량안을 빼고 모두 서울의 로케이션 촬영을 한 것도 인상깊고 고무적이었다. 희뿌연 공해로 텁텁한 서울의 겨울 경관들과 거리나 골목,지하철,편의점 등등. 현실의 서울의 있는 그대로의 공간들은 일상 생활속에서 암암리에 감시자들의 활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즉,영화속과 현실의 실상을 단절시키지 않고 익명의 군중속 시선의 감각을 일깨운다. 


 특수범죄와 특수경찰들의 세밀한 작전들은 꽤 흥미와 재미를 제공한다. 제목 그대로 경찰들의 감시망을 더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만, 악역인 정우성의 지능적 계획(범죄전 설계)도 좀 더 디테일 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비밀(사연)같은게 좀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었으면 하는..한마디로 악역의 캐릭터가 심층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특수전문직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를 넘어서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심리(감시와 폭력,선과 악)를 표출할 수 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같은 지점에 놓였을거다. 너무 욕심이 큰가..어쨌거나 이 영화는 500만이 살짝 못 미치는 관객이 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최뭐시기 감독의 도둑들 보단 훨씬 잘 만들고 좋은 영화였다. 감시자들의 후속작도 나올수 있을 거 같은데, 좋지만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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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를 처음 접해 보았다. 훌륭했다. 동화 였는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을 생각에 매우 설레인다. 이 단편집을 통해 그의 유미주의.탐미주의에 숨은 냉소의 유머,위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뭔가 교훈적으로 흘러가다가도 뒤통수 치는 반전이 흥미롭고, 여운이 남는다. 이 사람 자체가 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비운의 삶을 살았는데, 그런 삶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통해 각박한 현실에 쓰고 달콤한 심상을 마련해 준다. 


 자연의 대상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의 문장들은 종종 한편의 아름다운 시의 구절 같다.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작은 미물에도 생명성을 부여하고 아름다움을 찾는 듯 하다. 자기의 삶은 고되었지만 그의 심성과 아름다운 시선은 독자들을 전염시킨다. 


 



 더위와 습기의 끈적거림에 머리가 더이상 어떠한 사고과정에 태업했을때,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은 아주 훌륭한 휴식이 되어준다. 이렇게 아무런 정보 없이, 마음 다 비우고 그저 눈과 귀에 현실의 더위를 잊게 하는 감각의 집중을 제공한다. 좋은 영화는 알게 모르게 마음의 각성을 불러온다. 몰입의 재미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 순간, 오늘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은 바꾸게 한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인간을 통해 삶을 대하는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우연찮게도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알라스카 혹은 시베리아의 극한 자연환경의 배경에, 소름끼치도록 무서움을 보여주는 늑대무리들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어떠한 좀비, 공포물 보다 더 이러한 자연의 재앙 앞에 진짜 공포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눈보라 치는 설악산의 늦은 오후에 인적드문 곳을 걷고 있자니 막막한 두려움이 가슴 밑바닥에서 스멀거리는 느낌을 상기해 본다. 또 외계의 땅 같은 화이트샌드 사막에 홀로 선 그 기분, 결국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던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속 같은 지경은 아니어도 대자연의 공포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영화속 추위를 보다보니, 이런 더위쯤이야 라고 읊조리게 된다. 하지만 빤스만 입고 있어도 너무 덥구만..


 주인공 리암 니슨 (오트웨이) 은 극지에서 석유 시추하는 회사에 고용된 안전 요원이다. 저격용 총을 들고 늑대들의 습격으로부터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늑대들이 사람을 향해 전광석화로 달려드는 과감함에 기존의 늑대에 대한 상식보다, 훨씬 더 무섭다. 영화를 보다 보면 늑대들의 그런 용맹함과 끈질김은 자기들의 영역 싸움에도 기인하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그런 오지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에서 오는 듯 하다. 


 영화의 시작, 주인공의 낮고 굵은 목소리로 성찰적인 자아를 들려준다. 그는 슬픔과 절망에 쉽쌓인채 글을 쓰고 있고, 떠나버린 옛 연인의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사랑하는이에게 버림받은, 혹은 잃은 상처가 지금 이런 극한의 오지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가게 만든 것이다. 자신의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울음 소리에 다시 한번 더 삶 속으로, 두려움에 맞서 최고,최후의 전투를 향해 오늘 살고 죽을것이다.라고 읊조린다. 그가 쓴 글은 상처받은 영혼에 신념이 되어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을 때, 어떤 부적 처럼 그에게 힘을 준다. 인생의 위기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신념이었다. 


 그를 포함해 노동자들이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 살벌하게 실감난다. 예전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얼라이브'에서 처럼. 눈보라 치는 설원에 갈갈이 뿌려졌다. (영화속 생존자들이 '얼라이브' 영화를 언급하는데, 재미있다.)


 심각한 부상으로 죽어가는 동료에게 주인공이 편히 죽게끔 인도하는 과정이 인상깊다. 리암 니슨의 무게감과 카리스마가 물씬 느껴지는데, 제목(회색) 처럼 흑과 백, 삶과 죽음의 중간의 찰나에서 사실을 인식시키고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 자연스럽고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들이 생존을 도모할때, 추위와 배고픔 보다 더 큰 위기는 늑대들의 공격이다. 이때 부터 늑대와의 사투가 펼쳐진다. 사운드 디자인으로 연출한 늑대의 소리는 공포를 배가시킨다. 

 한명씩 죽어가는 와중에 그들은 이런 상황이 닥친것에 대해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교환한다. 주인공 오트웨이는 신, 천당을 믿지만 그의 신념은 철저히 실존주의에 입각해 있다. 현실에 처한 이 순간의 진실이 오로지 진리란 신념. 어떤이가 자기 딸에 대한 추억을 체념하며 말하자. 그는 좋던 나쁘던 어떤 기억들이 네가 1분이라도 더 살고 싶게 한다고, 삶을 위해 싸우게 한다고 말한다. 

 어릴적 아버지와의 추억을 말하며. 아버지가 쓴 단 네 줄의 시를 읊는다. 

 " 다시 한번 싸움 속으로

   내가 맞이할 최후, 최고의 전투를 향해

   오늘 살고 또 죽을 것이다. 

   바로 이날을 살고, 또 죽을 것이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 독백투로 쓰던 글의 요지다. 



 마지막 장면, 그는 홀로 늑대굴의 우두머리 늑대를 눈앞에 두고 최후의 싸움을 준비한다. 손에 미니 양주병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테입을 둘둘말아 고정시켜 싸움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네 줄의 시를 읊는다. 처음에 스스로 죽으려 했던 자가, 끝까지 생사의 악전고투에서 포기 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엔딩씬 이었다. 이 영화의 감동은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나름 숙고하게 만든다. 지금 현재에 철저히 집중하고 시시각각 당도한 난관을 헤쳐나가는 길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처한 상황에 대해 절망은 할 수 있으나 굴복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홀로 남게 될 때 까지 인상깊은 씬들이 많지만, 글이 더 늘어질까봐, 여기서 줄인다. 

 자막이 끝까지 다 올라가고. 마지막 짧은 영상은 강렬한 울림을 준다. 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숙고할 여운을 길게 남겨 놓는다. 대단히 인상깊고 마음을 요동치게한 영화였다. 이렇게 우연한 걸작을 만나다니. 이런 한여름의 폭염에 축복이었다. 개새끼들의 오싹함이란..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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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올해 LA 다저스 경기들의 내용을 포함해, 그들의 시즌 행보는 최고의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어 말 그대로 언빌리버블한 경기를 계속 펼치고 있다. 어젠 경기 후반 6:0으로 지던 경기를 뒤집어 승리했다. 매일 헐리우드 야구 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5월 말인가. 30승 42패로 지구 꼴지를 달리던 이전 경기들의 내용을 보면 저렇게 한심한 팀도 없었다. 라고 누구나 탄식했다. 뉴욕 양키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 돈 매팅리는 경질의 위기에 임박했고 기자들과 신경질적 설전을 벌였다. 그러했던 팀이 그 후. 36승 8패를 기록했고, 지구 1등이 됐고, 지금은 거의 무적의 팀이 되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단 연봉 1위 팀 (2000억 이상) 다운 성적을 내고 있는데, 그런 돈 과의 상관관계를 떠나서 선수 면면의 야구 인생사의 사연들이 참 흥미롭다. 그들의 실력 뒤엔 드라마 같은 인생의 굴곡들이 숨어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야구 경기의 결과에만 치중해 본다면 그냥 매일 행해지는 스포츠일 뿐이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들의 인생 스토리가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의 감동의 인생 드라마가 숨어있는 것이다. 너클볼 투수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동은 그런 것 이었다. 2012/08/27 - [영화] - 너클볼 [EIDF 2012]



 그런면에서 최근에 (옆 사진) 알렉스 로드리게즈를 위시한 약물 사건은, 그 사안이 대단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누구는 정직하게 자기와의 투철한 싸움을 통해 한구, 한구, 한 타석, 한타석, 메이저리그 생존에 사투를 벌이는 것인데. 그런 약쟁이 들에게 평범한 플라이 볼 아웃이 홈런이 되었던 것이고, 이것은 진짜 비겁한 일인 것이다. 말 그대로 약쟁이들은 그냥 꺼져!야 한다. 


 현재 다저스의 천재 타자,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의 과거 사연들도 흥미롭지만, 나는 사이영상 투수 잭 그레인키가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 새벽 5시부터 시작한 경기도 말 그대로 우완 투수 최고 연봉 계약자 답게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외모에서 뿜어나오는 범상치 않음은 4차원 멘탈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게 한다. 그것은 그의 군더더기 없는 솔직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LA 다저스에 온 계기를 말할때도, 솔직히 돈 많이 줘서~ 말그대로 우승에 대한 거창하고 클리쉐적인 수사가 아닌. 그냥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 그의 선수 경력중에는. 5승 17패로 리그 최다패 기록도 있고, 사회불안 장애로. 1년을 통째로 쉰 경우도 있다. 그런 정신적 문제를 극복하고 2009년 최고의 투수 영예인 사이영상을 받게 되고, 최고의 대우로 다저스에 온 것이다. 


 그의 경기 모습을 보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총기, 영기, 똘기 모든 것을 느끼게 하는 그의 눈매는 처키의 인상을 엿보이게 하기도 한다. 4월과 6월에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집단 난투극)엔 그가 중심이 됐고, 호기롭고 멋졌다. 그 덩치의 타자가 뛰쳐올때, 몸으로 되받는 모습은, 정말 남자 다웠다. 결과는 쇄골 골절로 한달을 못 나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6월에는 상대 투수의 공에 머리를 맞고 실실 웃는 모습 또한 묘했다. 이때의 집단 난투극으로 선수단 전체가 반전이 된 것도 같다. 확실히 이날 벨리사리오의 분개한 모습은 그가 다시 정상의 불펜투수로 돌아오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저스 벤치클리어링이나 잭 그레인키 등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음. 대단히 살벌함. 야구가 어술렁해 보이지만 팀웍. 매너. 불문율.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대단함)





 조용하고 침착한 그의 표정에 서려있는 놀라운 집중과 강인한 의지는 남자가 봐도. 참 멋지다 라고 여겨진다. 타석에서의 그 집중력 또한 . 왠만한 타자 보다 잘 치는 그의 타격은 승리를 직접 이끌기도 한다. 투수지만 타율이 4할 이라는 건, 경이로운 일. 


 메이저리그 통산 300승을 거둔 90년대의 대표적인 우완 투수 그렉 매덕스를 능가할 수 는 없겠지만 나는 그가 매덕스 이후 최고의 우완 투수가 되는 것을 꿈꾼다. 200승 이상을 넘는걸 꼭 보고 싶다. 다저스 저지를 산다면. 난 단연코 21번 GREI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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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열차에 이어서 이 영화 또한 참 재미있게 봤다. 영화 초반부 부터 긴박하게 막 달려나가는데, 그 긴장과 몰입도는 감독의 연출을 포함한 편집의 감각과. 배우 하정우의 연기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짧은 컷 편집의 리듬 가지고 관객의 감정의 집중을 쥐락펴락하는 경지. 폐쇄된 공간안에서 궁지에 몰린 주인공의 머릿속 갈등상황을 하정우는 한 치의 흐트럼 없이 연기한 것 같다. 이런 편집 기법이라면, 같은 연기를 무수히 반복했을 텐데, 아님,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여러대의 카메라를 돌렸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하정우의 연기, 특히 목소리는 초반부터 끌림과 집중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폰부쓰' 와 많이 비교하던데,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더 좋은것 같다. 테러범의 이유, 사연이 개인적 원한 보다는, 사회적 부조리함에 대한 공감 내지 안쓰러움이 깔려서 일까. 이상하게도, 이 영화나 폰부쓰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몇일전에 봤음에도 이 영화는 더더욱.. 워낙 몰입을 해서 그런지. 결말에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기억이 안 나는듯..


 


 하정우의 전성기가 롱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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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아쉽긴 해도 재밌게 보았다. 아마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너무 기대가 큰 것도 있을 것이다. 봉준호의 작품에는 아쉬운게 더욱 크게 보이는 점은 그만큼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인정받았고 전작들을 넘어서는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더더욱 내놓아라하는 서양 배우들과 스탭진들, (한국자본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다른 비주얼, 김지운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박찬욱은 근본적으로 내 취향에 안맞고,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만큼은 무척 기대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영화는 의미있고 재미있게 잘 보았지만 봉준호이기 때문에 아 !!


 초반부 설정이나 그들이 처한 구조적 상황들이 상당히 몰입이 잘 되었다. 레 미제라블의 미래형 기차버전 같아, 그들이 어떻게 혁명을 이루어 갈지가 무척 고무되었다. 주인공 배우가 존 푸르시안테 외모 같아서 친근한 느낌이고, 그의 심복인 젊은 아이는 어디서 많이 본 배우였는데,?? 그러다 송강호와 그의 딸 고아성이 나오고 우리말이 나오면서 뭔가 타이트한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송강호의 특유의 한국말 대사와. 그 환각물질에 쩔은 캐릭터가 좁은 기차안 꽉 막힌 상황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여준 느낌이다. 그의 역할도. 그런 것이고(문 따는 사람), 매트릭스에서의 키메이커 같은 느낌.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송강호의 캐릭터는 뭔가 긴박하고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있으나 마나한 느낌의 부록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표면에 드러난 대로 너무 현실의 구조적 계급론에 입각해서 보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감독도 딱히 그것을 의도하지 않은 듯 하다. 그랬었다면 중간계급이나 상류층의 구조적인 묘사들이 더 있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영화는 교조적으로 흘러갔을테고, 유치한 프로파간다가 될 듯. 영화는 영화인거고 영화를 통해서 어떤 혁명의식을 도취시키는 프로파간다도 아니고. 현재의 영화는 오락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큰 것이니까. 다만 이런 설정, 의도를 통해서 조금은 우리의 삶과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하고 의심을 가져보는 건 의미있다고 본다. 표면적인 상징을 넘어서 재미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느낌이다. 그것이 조금 허무할지라도, 뻔한 틀과 상징과, 교훈적 태도를 벗어나는 어떤 디스토피아적 위트가 숨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느껴졌다.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야외 생물체 북극곰과의 조우라니.. 어린아이들이 코카콜라의 광고를 보고 북극곰을 사나운 맹수가 아닌 우리의 친구라고 느낀다고 하는 마주침.


 초반부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기차의 앞으로 갈수록 마무리에 대한 기대와 걱정속에 결국은 뭐랄까. 퍵퍵한 투수전 와중에 깊숙한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3루에 있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기여이 1점을 뽑은 느낌이다. 이걸 보고나니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 1,2 는 다시금 너무 완벽한 영화같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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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글에 이어서..


 바닥에 풀들이 깔려있지만, 배수가 원할하지 않아 진흙 뻘의 거대한 야외 클럽이 되어 있었다. 작년 펜타포트와 아니 비교할수 없었는데, 전반적인 환경은 펜타가 심플하고 깔끔했던거 같다. 무대가 더 크고 소리도 여기가 더 우렁차지만 왠지 공기가 탁하고 모기도 엄청 많았다. 그 많은 관중들 중에서 유독 나만 무는거 같은 억울한 기분. 경망스런 서양애들의 행동거지도 간혹 눈쌀이 가지만, 더욱 짜증나는건, 가끔 한국애들의 경망스런 영어 사용같은거, 뮤지션 빨리 등장하라고 "퍽킹 컴온"을 외친다거나..뭐 그러한 자잘한 것들. 힙합 좋아라 하는 한국 애들이 흑인인양 건들먹거리며 요 왔쓰업 맨..하는 꼴쌍사나운 장면과 별 다를게 없다. 여기에 온 서양인들은 아마도 80퍼센트 이상은 전국 초중고 학교의 원어민 교사이거나 학원 선생 일텐데, 취해서 노는 꼬락서니가 참 한심한 놈들을 보다보니 저런것들한테 울며겨자먹기로 영어를 배우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성조기를 망토 마냥 두루고 다니는 한국 여자애를 사진 찍었어야 하는데, 자전거 타고 오면서 얼굴에 바른 썬크림이 땀과 비에 씻겨 자꾸 눈으로 들어와서, 뭔가를 집중해서 보는거를 포기했다. 

 

 간혹 내가 이런식으로 생각을 피력하면, '보수적이시네요' 란 반응을 보이는데, 나는 정치적 의미의 보수가 아니라. 삶에 있어서 상식선.을 추구하는 보수는 당연히 지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상념하에 잔디 뻘을 거닐다. 옆 무대에서 자정 넘어 시작하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공연을 기다렸다. 거의 맨 앞에서 셋팅 된 장비를 보아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드럼 오른쪽으로 보이는 리더 케빈 쉴즈의 앰프 들의 종류와 가짓수가 기타 가게의 한쪽벽을 통째로 가져온듯 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스매싱 펌킨스의 리더 빌리 코건이 좋아한다고 해서 찾아 듣게 된 밴드 인데, 91년작 러브리스 란 앨범과 바로 전 앨범으로 일약 슈게이징 장르의 거물이 되었다. 노이즈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음악인데, 무대위에서 고개숙여 신발만 응시하며 연주하는 스타일에서 비롯한 장르 이름에서 유추하다싶이 대중적이기 보단 노이즈의 아방가르드한 예술 실험 같은 음악이다. 자주 듣진 않지만 이 음반의 오묘한 매력을 동경하던 차에, 올초 내한공연에 가고 싶었으나 놓치고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었던 것 이었다. 


 라이브 위주로 감상평을 쓰자면, 음반과는 달리, 훨씬 매니악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사전 경고로 음량이 무척이나 클 것이며, 청각이나 심장에 무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초 내한공연에선 사전에 귀마개를 나눠주었다고 하니, 얼마나 소리가 크길래란 의문의 와중에,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걱정할 정도로 크진 않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커진것 같다.  


 앞에 있어서 뒤 쪽 반응을 잘 몰랐는데 처음에 관중들이 많이 몰렸다가. 이들의 노이즈의 예술에 식겁하고? 절반 이상이 빠졌다고 한다. 물론 내가 피아를 싫어하는 것 보다 더 크게 실망하고 경악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노래를 한다기 보다, 소리로 추상 미술을 하는 듯, 마치 잭슨 폴록이나 마크 로스코, 드쿠닝의 추상 회화를 음악으로 구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심상이 든다. 그러니 보컬의 멜로디나 가사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음반에서 보다 보컬이 거대한 기타 사운드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살짝 그 늬앙스만 있었다. 그것도 하나의 부유하는 악기가 되어 미세하리 만치 영향을 준 것이다. 


 대부분,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진짜..이게 뭥미?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극단적인 소리의 예술 체험은 공연 중간에, 노이즈의 끝판왕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3~4분 이상,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리를 계속 냈다. 거대한 우주선이 내는듯한 소리랄까. 일렉기타가 내는 노이즈의 진수성찬을 경험했다. 매번 곡이 끝날때마다 기타를 바꿨는데, 죄다. 펜더 재즈마스터나.재규어,간혹 머스탱. 아마도 곡마다, 변칙 튜닝이 많아서 그렇게 기타 쇼핑몰 진용을 보여준것 같다. 

 이들의 공연은 기타를 좋아하는 내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데, 음악을 더 큰 차원의 소리의 예술로 인식하게 되었다. 존 케이지의 혁신적 사고 방식도 떠올라 지고, 소리로 그림을 그리는 그들의 무대는 결코 뻔하디 뻔한 심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다채로운 마음의 반향을 거대하고 부유하는듯 반복적인 노이즈를 통해 느끼게 했다. 



 그 후 세번째 크기의 무대에서 국내 밴드 로만티카 란 밴드의 공연을 보았다. 관객이 거의 없었지만, 연주는 열심이 했다. 대부분 모과이 같은 보컬이 없는 연주 음악이었는데, 자연스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경우와 비교가 됐다. 로만티카는 그들만의 색깔을 좀 더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음악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다시 두번째 무대에서 홀로그램 필름 이란 국내 밴드의 공연을 보았는데, 이때는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 관객이 정말 없었다. 난 멀찌감치 뒤에서 낚시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 팀이 애처로워 보였다. 자기들한테는 이 무대에 선다는게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꽤나 상기돼있었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 관객은 처량할 정도로 없었고, 열심히는 했으나 뭐랄까. 실력 혹은 경험 부족이 드러나 보였다. 특히 보컬이 다듬어지지 않았다. 고음에서 저음으로 급격한 음정 변화때, 저음 소리가 발성이 안 되거나..하던데, 라이브 경험 부족 같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대학 동아리 밴드 같았다. 


 새벽이고 비도 부슬부슬 오는 와중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철 첫 차를 타기 위해 3시 반에 자전에 올랐다. 자전거 타고 올 때를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졸음 때문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어둠이 깔린 까마득한 시화 방조제는 막막함만 심어 주었다. 가로등이 꺼져있는 구간을 지날땐, 꽤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그걸 달래기 위해 말도 안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이 트고 가로등이 훅 꺼질때, 오이도 역에 도착했다. 다리를 보니 무수히 모기에게 흡혈당한 흔적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엄청난 소리를 몸으로 느끼는 와중, 내 다리는 모기들의 만찬이 되었던 것이다. 거긴 모기들의 적십자 였다.ㅜ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올 여름, 여러 록 페스티발이 열리는 가운데 일찌감치 안산 밸리 2번째날(27일 토요일) 표 를 예매했다. 대망의 스테레오포닉스를 보기 위해, 또한 그날. 덤으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bv) 까지, 작년에 이어서 난 확실한 헤드라이너 타겟만 본다. 다른 페스티발에서 하는 위저,스웨이드,펫샵 보이스, 어쓰 윈드 앤 파이어, 메탈리카 도 보고 싶긴 한데, 올해는 스테레오포닉스,mbv 만으로 만족하련다. (사실 다 가기엔 돈이.ㅜㅜ) 이렇게 해외 대중 음악의 거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반갑긴 한데, 한편으론 걱정스럽기도 하다. 거물급 출연자들을 섭외하기 위한 경쟁으로 과도한 개런티 인상은, 결국 무슨 제로썸 게임 처럼, 제살 깍아먹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한때, 광주 비엔날레를 효시로 전국에 유행처럼 퍼진 미술 비엔날레는 전세계에서 비엔날레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웃지못할 해프닝 꼴. 이처럼 이런 음악 축제도 현재 과포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사실, 가장 성공적인 국제 행사인 부산 영화제를 본받아, 이런 록 페스티발도 2개 정도 국제적인 행사로 키워나가야 한다.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발과, 슈퍼소닉 처럼. 그래서 말인데, 이런 록 페스티발의 효시 였던, 인천 펜타포트 와 지산 밸리 이 두개를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전에 오아시스와 라디오헤드 의 티켓 파워의 사례에서 이문에 눈이 돌아가는 대기업들이 나도나도 하는거 아닌가. 펜타포트의 취지가 가장 좋지만, 재벌들이 손을 대면서 별 특징없고, 혼탁한 진흙탕 꼴이 되가는거 아닌가 싶다. 

 여하튼 토요일날 기쁜 마음으로 대부도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 경기를 다 보았는데, 팽팽한 투수전 너무 재밌었다. 요즘 다저스 경기는 믿을수없는 경기의 연속이다. 난 이미 다저스 (열혈)팬이 된 듯, 커쇼가 추신수와 대결할 때도, 커쇼를 응원하고 있으니.. 
 3시에 나와 자전거를 끌고 전철에 싣고 4호선 끝 오이도..아니 전철에 문제가 생겨 안산역에서 내려, 대부도로 들어가는 시화방조제를 향했다. 난 전철 1시간. 자전거 1시간 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도합 세시간이 걸렸다. 몇달전 주말에 대부도 넘어를 차로 가다가 무지막지한 교통체증에 혼쭐이 나서 전철과 자전거를 선택했지만, 돌아올때는 막심한 후회가 몰려왔다. 전철역에서 방조제 까지 가기위해선 공장 단지들을 지나야 하는데, 어떤 공장에선 심한 악취가 났다. 시화 방조제의 길이는 12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자전거로 체감 거리는 두 배는 되는 듯. 일직선 길 이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단조로움. 방조제에 갇힌 바닷물은 적막하게 잔잔하고, 그래도 스테레오포닉스를 본다는 설레임으로 간간히 비를 맞고 묵묵히 페달질..하며 하이네켄 한캔하며, 대부도 입성. 

 티켓을 수령하고 자전거 파킹하고, 한참이나 걸어서 입장하니, 멀리서 점점 크게 들려오는 소리는 밴드 피아의 고래고래 살쾡이 멱따는 소리..솔직히 ㅈ나 짜증. (혹시 피아 팬이거나 그들이라면 이 글 읽지 마시라.)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밴드는 왜이리 자주 마주치는 걸까. 언젠가 우연히 어느 한강 공원에서 열린 록 공연에서 보구, 비호감으로 낙인 찍혔는데, 그 후 계속 보기 싫어도 보게 되서 진절머리가 났던. 90년대 중,후반의 하드코어 음악에 맥이 닿아있는 밴드인데, 린킨 파크의 시원한 청량감도 아니고 림프 비즈킷의 라임이 살아있는 그루브 감도 아니고, 개성 없는 기타 리프에 거북한 고음만 꽥꽥 질러대는 보컬. 별볼일없는 연주에 록밴드의 후까시, 밴드가 인정한 밴드라는데, 개븅신들이나 인정하라지. 다른 분야에 대해선 편견을 안 가지려 노력하나, 음악에 대해선 나의 호불호에 대해서, 편견과. 독설을 절제없이 발휘하련다. 난 노엘 갤러거 횽아의 독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록 페스티발에 오면서, 어느 정도의 관용이나 열린 마음이 있으련만, 불행하게도 초장부터 피아의 소리를 들으니, 몸매 좋은 여자들의 활보에도 불구하고 흥이 깨졌다. 음악은 대체적으로 행복감을 주지만, 화를 돋구기도 한다는 점을 피아를 통해 깨닫는다. 록 페스티발에 와서 너무 심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 어떤 분야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회색인은 가당치 않다. 음악을 두루두루 편견없이 다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은 음악에 별 관심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부지 내의 위치를 파악하며 돌아댕기다가 메인 무대에서 넬 의 공연이 시작했다. 사운드가 좋은 편인데, 신디사이저 소리가 너무 컸다. 그들의 음악적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4인조 밴드의 기타 두명임에도 신디가 장악하는 밴드 사운드는 촌시럽게 들렸다. 킬러스를 흠모하나.. 무대에 키보드 연주자가 없었는데, 샘플을 튼 모양. 그리고 보컬의 전달력이 불명확하다. 보컬이 있는 밴드 음악에서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나중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공연평에서의 경우만 제외하고) 어느 악기 파트 보다 보컬이 가장 중요한 음원이고, 가사의 전달력과 수려한 멜로디는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점일 것이다. 거물급들의 공연과 그 여타의 차이는 이 점이 큰 것 같다. 라이브 믹싱의 기술이나, 보컬의 노련함.등등등 많은 점들이 있겠다. 작년에 펜타에서 본 데이브레이크 란 국내밴드는 정말 잘 하더라. 넬의 보컬은 좀 칭얼대는 보컬이라..더 그런 느낌인지도. 모던록 기타의 전설적 기타리스트인 조니 마 도 기본적으로 기타는 보컬을 위한 반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인터뷰에서 피력한 걸 읽으며 감탄했었다. 그런 기타의 대가도 대중 음악에서 뭐가 중요한지 명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넬의 공연이 끝나고 40~50분 후에 스테레오포닉스. 옆, 무대에선 박정현의 공연이나, 스테레오포닉스에 설레이며 집중하기 위해 이동하지 않고. 정중앙 메인 콘솔 바로 앞에서 낚시 의자 펼치고 앉아 기다렸다. 소리를 듣기 에는 가장 중립적인 위치이고. 어짜피 대형 스크린으로 얼굴이 다 보이니,  앞으로 가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했지만, 나중엔 좀 후회했다. 작년 스노우 패트롤 때 처럼 앞에서 사람들과 같이 떼창하고 동화됐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뒤 쪽에선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나 메이비 투마로우, 다코타 등등의 대표적인 싱얼롱하는 노래들은 나만 열심히 따라 부르더라. 그러나 앞쪽에선 관객들이 호응도가 장난 아니었던 듯. 



 8시 20분 등장할 때 부터, 비가 내렸다. 3년전 그들이 펜타포트에서 공연할때도, 비가 내렸고, 관객들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유독 여타 브리티쉬 록 밴드들에 비해 스테레오포닉스는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하지만 이날은 사람도 많았고, 잘 몰랐던 관객들도 그들의 출중한 라이브 실력과, 멋진 노래에 흠뻑 빠진듯 하다. 마지막 곡 다코타가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의 반응은 "스테레오포닉스 랬지? 개 쩐다!!!." " 보컬 졸라 잘 생겼다" " 목소리 쩐다." 그런 분위기.. 데뷔때 부터 그들의 팬으로써.. 이제야 그들의 진가가 알려져서 내심 뿌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워낙 유명한 노래인 해브 어 나이스 데이는 들어봤어도. 그 노랠 부른 밴드의 음악엔 전혀 몰랐었던, 아쉬움. 라이브를 워낙 잘하기로 유명한 보컬 켈리 존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위에 곡은 공연 중간쯤에 부른 블루지 한 노래인데. 나도 처음 들어본 노래인듯, 처음 켈리 존스의 목소리를 들으면, 쇳소리..심하게 쉰소리, 누구는 썩은 목소리 라고도..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지면, 엄청 섹시한 목소리의 보컬이구나란 걸 느낄수 있을 것이다. 원래 쉰소리니까. 아무리 열창해도 공연의 처음과 끝이 같고, 뒤로 갈수록. 그 목소리의 매력이 더욱 물씬 나온다. 우리나라 오기전 호주 투어에서 목에 문제가 생겨 공연 하나를 취소하고 온다는 거라길래, 공연의 질이 무척 걱정됐지만,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른 공연에서 만큼 열창을 했다. 


 다만 초반부에 컨디션이 안 좋은지,, 아님, 보컬 모니터에 뭔가 불만이 있는지. 무대 사이드의 엔지니어에게 수신호로 올리라는 제스쳐를 자주 했는데, 다른 밴드들도 공연 초반부엔 많이 그러긴 하는데, 신경이 좀 날카로워 보였음. 결국, 새 앨범의 어느 노래 끝나고 마이크 스탠드를 쓰러트렸는데, 새노래 래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아서 화를 낸 것도 같았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이 열정적이서 점차 판타스틱 크라우드 라는등. 올해 공연중 가장 멋진 관객이라는 둥. 칭찬을 수시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 다코타가 끝나고.. 바로 횡하니 퇴장하지 않고. 환호에 웃으며 답례하며 퇴장. 


 작년 같은 웨일즈 출신의 영웅인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감동에 비견되는 멋진 공연이었다. 



 다음 공연은 공동 헤드라이너인 일렉트로닉 DJ 스크릴렉스. 유명하다지만 잘 모름. 사실 그런 클럽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상용 음악이라기 보다 그냥 이런 축제엔 그나마 인정하는. 하지만 록페스티발의 헤드라이너라니,, 이런 음악은 한켠에 마련된 클럽 라운지만으로 족하단 생각인데, 사람들은 되게 좋아한다. 워낙 고 출력의 사운드를 뿜어내서, 습기에 눅눅한 팔뚝의 솜털도 다 털털털 일서설 기세고, 비에 젖은 귓속의 귀지가 다 떨거져 나올정도로 음향적 촉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스트로빙 라이트로 인해서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어서 30분 여만에 공연에서 벗어났다. 나는 확실히 몸으로 즐기기 위한 음악보단 감상용 음악에 맞춰져 있다. 같은 일렉트로닉이래도 DJ 쉐도우 는 무척 좋아하고 공연도 보았지만, 이런 클럽 음악은 도통 모르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거겠지. 그나저나 나도 이런데 와서 내가 챙겨줄 여자가 있었음 하는 한숨어린 바램이..


다음에 계속.~~


 근래에 여기저기서 반값 할인 도서를 많이 사들였다. 그 시발은 11번가 도서 할인 행사 였는데, 할인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들이 수두룩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담다보니 36만원어치, 주문했다가, 곧 취소하고 엄선해서 10만원어치만 골라 담았다. 구입한 책은 바로 안 읽는것임에도 선별한 책들은 소장하거나 선물을 해도 좋은 것들이었다. 이 책 '나의 사랑, 백남준'은 용산의 대형 서점에서 반 값 할인코너에서 구입했다. 책을 고를때, 꽤 기뻐했었다. 사람과의 만남뿐이겠는가. 우연한 책과의 만남도 큰 행복이다. 더욱이 신간이 아닌 이런 구석진 특가 코너 같은데서의 만남은. 


 88올림픽을 기억하는 우리 세대에선 백남준은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이다. 요즘 학생들은 그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던데, 아마 예술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 젊은 대중들은 그런듯하다. 어쨌거나 그는 뉴욕과 유럽을 거점으로 예술 활동을 한 인물이고, 플럭서스 운동의 일원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이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 인지는 이젠 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우리 세대에선 미디어에서 과도하게 한국인으로써 세계적인 거장 하며, 대대적으로 그 위상?을 알렸다. 사실 태생만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호돌갑을 떤 감이 많은것 같다. 서구의 문화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어떤 열등감의 심한 발로 처럼 느껴진다. 문화 사대주의. 식민주의 와 속물근성까지 복잡하게 어우러져 박세리나, 김연아 등등에 너무 과도한 영웅을 부과하는게 아닌가. 국가의 척도가 문화의 다양성과 깊이에 있다면, 그런게 만무하니, 아주 간혹 몇몇 영웅들이 그렇게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면, 그렇게 성화를 하는지도. 그들이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다.? 국가 이미지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올라가나 ? 어불성설이다. 싸이가 한국인이래서 자랑스럽나.? 모르겠다. 분명 국가 이미지는 그렇게 해서 올라가는게 아닐 것이다. 몇몇 유명인의 국적이 뭐 그리 대단한지...한국의 기상이 어쩌고 저쩌고...


 백남준은 현대 예술이 뭔지도 모르는 사라들에게 무작정,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라며 꽤나  조지 오웰이 염려한대로 알려졌다. 어릴적, TV에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어렴풋 보았다. 열과 성을 다해 80년대의 굵직한 스포츠 행사를 발판으로 서양의 문화들이 들어오며, 백남준도 그렇게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마치 한국산 쇠고기 패티로 만든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꼴이었다. 뭣도 모르고 우리는 자랑스런 백남준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 씨의 입으로 백남준의 삶과,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 해준다. 한국인 공동 저자를 통해서 인지, 문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내용도 흥미로워 단숨에 읽힌다. 미디어에 의해 거대하게 부풀려진 위대한 예술가의 삶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백남준은 참 축복받은 인간이었다. 다른게 아니라, 너무나 부인을 잘 만났다. 처음 만남 부터 죽고 나서도, 그녀의 헌신적이고 한결같은 사랑은 이런 생각을 들게 했다. 한 여자에게 평생 이런 사랑을 받을 남자라면, 그는 정말 훌륭한 삶을 산 예술가 이다. 그녀 자신도 유명한 예술가여서, 당시 플럭서스 운동의 내막 같을걸 사심없이 들을수 있었다. 마키우나스와 소호 이야기도 재미있고, 백남준의 뇌졸증 투병중에, 아들같이 헌신적인 교류를 했던 이에게 싹 다 털린 이야기 등등등.. 미디어에 과대하게 부풀려진 한 예술가의 진짜 삶의 면면을 들려다 볼 수 있었다. 갑부집 도련님이었지만, 예술을 하면서 되게 가난하게 생활을 유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선택받은 자의 예술놀음 같은, 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게 되었다. 


 용인에 백남준 아트센터가 있다던데, 조만간 거기나 가봐야겠다. 아무튼 대단한 예술가임에는 틀림없다. 

대단히 아름다운 노래와 뮤직비디오다. 원래 저 아래에 있는 조촐한 공식 뮤직 비디오의 묘한 감흥에 비견되는.. 



We're going to be friends

- White Stripes-

 

Fall is here,hear the yell
back to school,ring the bell
brand new shoes,walking blues
climb the fence,books and pens
I can tell that we're going to be friends

 

Walk with me,Suzy Lee
through the park and by the tree
we will rest upon the ground
and look at all the bugs we found
then safely walk to school
without a sound

 

Well here we are,no one else
we walked to school all by ourselves
there's dirt on our uniforms
from chasing all the ants and worms
we clean up and now its time to learn

Numbers,letters,learn to spell
nouns,and books,and show and tell
at playtime we will throw the ball
back to class,through the hall
teacher marks our height


against the wall

And we don't notice any time pass
we don't notice anything
we sit side by side in every class
teacher thinks that I sound funny
but she likes the way you sing

Tonight I'll dream while I'm in bed


when silly thoughts go through my head
about the bugs and alphbet
and when I wake tommorow I'll bet
that you and I will walk together again
cause I can tell that we're going to be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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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 10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전에도 12시 이전에 자고 한 6시 반에 일어났으니 그리 큰 변화는 아니지만, 10-5 생활이 좀 더 몸에 맞는 느낌이다. 새벽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느낌만 뺀다면 오전 시간의 집중력은 가히 최상이다. 요즘 책을 읽은 페이지 수는 많지만 딱히 그에 대한 글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습관의 문제인가. 맞는것 같다. 읽기와 쓰기는 뇌와 마음의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거고 신체의 근육과도 같은 것이다. 막연한 이유였었지만 이전의 습관들은 어쨌거나 좋은 것이었다. 좋은 습관은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오랫만에 운동장에 나가 달리기를 했다. 낮은 구름과 비를 몰고 오는 바람. 스폰지 케익같은 폭신한 흙. 그리고 새벽의 청아함. 이열치열이 아니라 이습치습 이었다. 습기 속에서 내 몸의 수분은 증발을 포기하고 일치감치 후두둑 발밑으로 떨어졌다. 간간히 비가 흩뿌렸고, 상쾌했다. 요즘 나는 인생의 방관자가 된 기분이다. 아니 평생 그랬는지도, '그래서 뭐 어쩌겠니?'.'아님 말고.' 식의 자포자기식의 건강함도 아닌 것이 뭔가 질질 끌려다닌것 같다. 그래서 난 건강한 방랑자가 되려고 한다. 이것저것 기웃거려보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비우고 팔랑팔랑 노닐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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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있는 오래된 윈도우 데스크탑 컴퓨터가 갑자기 멈췄다. 사람 나이로 치면 120살은 족히 먹었을, 그냥 자연스레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연식을 가진 컴퓨터였다. 일주일 전 쯤, 성적입력을 하다 저절로 훅 꺼졌고, 그 후로 다시 전원이 안 들어왔다. 파워를 5천원 주고 다른 걸로 바꿔 봤지만, 다시 전원이 들어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메인보드나 부팅 하드디스크가 고장난것 같다. 결정을 했다. 이제 그만 이 컴퓨터를 해체하기로. 그 안에 달려 있는 세개의 하드 디스크를 뗴어 작업실의 컴퓨터에 물려 최근에 산 도시바 외장 하드에 옮겨 담았다. 500기가 두개 120기가 한개의 데이터를 옮겨 담을래니. 시간이 솔찬히 들었다. 두개의 하드 디스크의 백업을 선별해 하고, 부팅 디스크로 쓰던 웬디 500기가 하드를 물렸을 때, 잘 작동하던 컴퓨터가 윈도우로 부팅이 안 되었다. 똑같은 회사, 용량의 다른 하드는 잘 인식되고 윈도우에서 백업이 문제 없는데,, 결국 컴퓨터가 저절로 전원이 나간건 부팅 하드 디스크가 고장이 났던가, 메인보드가 죽으면서 하드 디스크 까지 죽게 만들었나 보다. 뭐 워낙 오래된 것도 있지만, 토렌트 파일의 P2P를 쓰면서 하드 디스크의 물리적 피로가 고장을 유발한 것 같다. 아 그 안에 있는 400기가 상당의 데이터를 어찌하나. 아주 중요하진 않더라도 소중한 데이터 들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그런 경우 동종 하드의 기판을 교체해 인식시켜 복구 하는 경우를 알았다. 

생산일은 6개월여 차이지만 같은 모델. 용량의 하드 디스크 여서, 정상작동하는 하드의 기판을 떼어내 고장난 하드에 이식시켜 물려 보았지만, 실패였다. 결국. 데이터 복구 업체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내 경우의 복구 비용은 평균. 15만원에서 25만원 사이였다. 명정보통신이란 이 분야 최고라는 회사의 비용은 2배 이상이었다. 미래정보기술이란 용산에 있는 업체를 방문했다. 사무실에 한명의 엔지니어가 일을 보고 있는데, 왠지 신뢰가 가는 외모였다. 좀 보더니 데이터 복구 가능하다고 했고, 예상대로 15만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알다시피 하드 디스크는 A/S 가 수리 개념이 아니라, 1대1 교환이다. 어느 회사고 그 안에 데이터에 대한 보상은 없다. A/S 기간안에도 고장나면 데이터는 알아서 복구하던, 버리던 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용량 하드가 고장이 나면, 그 복구 비용은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지는 꼴이 된다. 예전에 삼성 120기가 하드 두개를 샀고, 그 중 하나가 채 1년이 안되어서 고장이 나서 허무하게 데이터를 날린 기억이 있다. 갑자기 떨걱 거리는 하드 디스크 소리에 그 안에 있던 자료들은 그냥 증발한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디지털 이란게 생각해보면 참 무섭다. 눈에 볼수 없는 무형의 데이터는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몇주전, 새로산 도시바 칸비오 데스크 2테라 외장하드에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는 와중. 하드를 읽고,쓰지 않는 와중엔 더 소음과 진동이 있는게 이상해서 A/S 센터에 가져갔더니. 새로 교환해 준단다. 분명. 소위 말하는 양품이 아니었던 거다. 또 섬뜩해졌다. 이게 고장이 나버리면, 하드 디스크 몇개를 살 비용이 복구하는데 깨진다. 그래서 결정했다. 또 다른 외장 하드 디스크를 사서 통째로 백업해 놓자고, 이게 다 하드 디스크 복구 하면서 얻은 지혜랄까. 그래서 13만원에 씨게이트의 백업 플러스 2TB 제품을 샀다. 도시바 보다는 전반적으로 좋다. 판매율 1위 제품 다웠다. 

 하드 디스크 제조 업체는 WD(웨스턴 디지털. 웬디로 불림). 씨게이트. 도시바 이 세곳 뿐이다. 그래서 외장하드를 사더라도. 이 세 회사 중의 완제품을 사는게 가장 좋다. 아 프랑스 업체인 라씨 외장하드 까지.(겁내 비싸고 멋짐)


 결국, 배운것은 토렌트 이용의 p2p 사용은 하드 디스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 같고, 꼭 그게 아니더래도 하드 디스크의 물리적 고장은 언젠가 일어나는 것이니, 평소에 안전한 곳에 백업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는... 배보다 배꼽이 큰 망연자실의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말이다. 

 

 누구나 이렇게 쌓여져만 가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영역이 이젠 개인의 차원에서 기업의 대량 스토리지 사업으로 가는 것 같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그런 일환인 거고, 오히려 개인이 여러개의 하드 디스크를 구입하며 관리하는것 보다. 기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훨 좋을 것이다. 보안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땐, 그게 더 편리할 거다. 다음 클라우드의 50기가 서비스도 나름 유용하다. 

 이래저래 예상하지 않았던 지출을 계속 하고 있지만, 백업의 중요성을 체험했으니, 나름 디지털 세상의 값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하드 디스크에 있는 당신의 소중한 자료, 미리미리 백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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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LA 다저스 팀. 야구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1년 까지 박찬호를 통해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아왔고, LA 다저스 팀은 박찬호의 전성기였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다. 요즘은 알다시피 류현진이 호투를 이어나가고 있어서, 줄곧 관심이 가는데, 오늘도 류현진은 호투 했고, 선발승은 날아갔지만,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아주 재밌는 경기를 펼쳤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저스가 승리해서 더욱 재밌었다. 어제 16대 1의 대패를 빼고. 그제 경기와 오늘 경기,, 아니 요즘의 다저스의 경기는 마치 헐리우드 영화 같은 경기를 펼치는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같은 괴물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등장은 고액 연봉자는 즐비하지만 모래알 같은 팀의 조직력에 끈끈한 풀이 되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부상에서 돌아온 헨리 라미레즈 라는 특급 유격수는 어슬렁 어슬렁 스타 플레이어의 기질을 확연히 보여준다. 그제 경기에선 맷 켐프는 타격이 예전같지 않다지만, 도루 두개로 3루로 진출해서 외야뜬공에 결승 득점을 올리는 걸 보면, 스타는 역시 다르구나. 리더의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다.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아서 그렇지 다저스의 면면을 보면 꽤 매력적인 팀이다. 리그 최고의 투수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을 보유했고, 라미레즈, 켐프, 푸이그, 곤잘레스, 이디어.등등등 꽤 괜찮은 라인이다. 선발진에서 조쉬 베켓만 제 역할을 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커쇼의 투구는 정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답다. 그레인키의 외모는 공포영화의 처키 같은 인상에 빈볼시비로 인한 난투극으로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류현진, 꼴지팀 한화에서 어떤 초연한 달인의 경지를 습득한듯 하다. 또 류현진과 상대하는 리그 정상급 투수들의 플레이도 인상깊다.  샌프란시스코의 범가너와, 오늘 필라델피아의 클리프 리. 멋진 투수들을 보는건 참 즐겁다. 예전에는  페드로 마르티네즈, 랜디 존슨, 등을 보며 혀를 내둘렀는데, 요즘 투수들도 그에 못지 않다. 특히 커쇼는 야구계의 메시 정도 랄까. 


 그나저나 오늘 필라델피아의 1번 타자 마이클 영은 데뷔후 작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었고, 박찬호가 텍사스로 갔을때, 젋고 잘생기고 아주 잘하는 선수여서 좋아했었다. 이제 36살로 베테랑이 되었고, 얼굴도 늙은거 보니, 2000년 초반 그의 플레이가 생각났고, 세월의 격세지감이 물씬 느껴져왔다. 어느새 그 젊은 유망주가 2천 몇백 안타를 쳐낸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베테랑이 된 것이다. 박찬호와 류현진 그 사이. 내 나이도 *라 먹었다. 


 나는 확실히 축구보다는 야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뭔가, 축구가 연속적인, 소설이고 영화라면, 야구는 시 이고 사진 같은 느낌이다. 좀 더 심리적이고, 찰나의 승부 같은 면이 내 취향과 더 맞는듯 하다. 축구도 팀 전술, 전략에 따라 움직이지만 야구의 수 싸움의 묘미는 더 정교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리버풀 축구팀과 LG트윈스 야구팀을 좋아한다는 여자를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친구가 그러던데, 그런말이 있다고 했다. 리버풀과 LG를 좋아하는 여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왜냐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성정을 갖춘 거라고.. 성적이 어떻든 변치않는 충성심을 보여줄 거라고.. 근데 난 두산 베어스 팬 이거나 넥센을 응원하는 입장이래서 LG는 보이콧. 어쨌든 핑계. 스포츠에 적당히 관심있는 여자는 매력적이다. 기아 타이거즈나 삼성 라이온즈에 광적으로 빠져있는 여자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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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로맨스는 사라지고 현실의 리얼함만 남았다. 뭐 나쁘다기보다 3부작의 마지막을 진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끔 했다. 

 이 비포~ 시리즈는 두 남녀가 무수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비포 선셋 이후로 결혼 8년차? 인 그들은 여전히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나는 이 점이  그들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든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살아갈수 있는 것이고 어떠한 난관에도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청춘의 환상적인 로망스였던 비포 선라이즈(1995)는 세월에 의해 무참한 추억으로 묻혀졌지만, 시간과 공간의 예술인 영화가 담는 생의 어느 한떄를 통해 많을 걸 유추하며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의 궤적, 실제 시간의 흐름만큼 가상의 그들 삶은 상징적으로 관계의 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그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에 중간이후 잠깐 졸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텔방에서 줄리 델피가 상반신을 노출한 모습에 좀 놀랬다. 꺼리낌없는 아줌마의 자태가 물씬, 비포 선라이즈 에서의 줄리 델피의 몽환적인 프렌치 쉬크는 현실의 여편네로 등극. 서로 애무하다가 또 잠깐 졸았는데, 다시 깨나고 보니 둘이 싸움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주 본질을 꿰뚫어가며 돌직구를 마구 날렸다. 좀 심각해 보였는데 난 그래도 그렇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남자입장에선 좀 피곤해 보이지만 그래도 그것도 사랑의 과정이 아닐까.  

 그들이 막 싸울때, 에단 호크의 퍽퍽한 얼굴을 보다 보니, 실제 부인이었던 우마 서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건 영화와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라는 증명같기도 하다. 이런점이 다른 비포 시리즈에 비해 이 영화만의 강점인것 같다. 그래도 난 비포 선라이즈의 설렘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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