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의 달리기가 이렇게 황홀한지 몰랐다. 산속에 평탄한 길들이 이어진 이 산에는 도심의 공해와 소음을 벗어나 숨이 터질듯 나무들이 내뿜는 산소를 들이마시게 된다. 등산이나, 동네 운동장의 달리기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여러차례 해오고 있지만. 조금씩, 시간과 거리가 늘어난다. 

 몇주에 걸쳐, 가을이 가는 모습을 몸소 느꼈다. 공기의 밀도는 점점 낮아지고, 폐에 당도하는 산소는  날카롭다. 폐부를 요동치게 하는 날선 호홉이 생소하지만 그것이 안정될 때, 느끼는 희열은 행복이다. 













얼마 있으면 눈쌓인 저 길을 달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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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가보게 된 베트남 쌀국수 집, 두 곳에 대한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태원에 위치한 르 사이공 이 아주 훌륭했다. 6명이 모여서 이것저것 시켜서 먹었는데, 다들 식당의 분위기와 서비스. 가격, 음식의 맛에 매우 만족했다. 오랬만에 만나 즐거운 자리여서 식당에 대한 평가가 플러스 요인이 됐겠지만, 그런걸 감안하더라도 여러번 찾아볼 괜찮은 식당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 쌀국수나 볶음면 말고 월남쌈을 먹어봐야겠지만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그냥 편하게 쌀국수를 시켜먹게 된다. 쌀국수는 기본이 8000원. 양 더 많은게 10,000원. 


 반면 부모님이랑 가게된. 서울역의 맛집이라고 검색해서 알게된. 하노이의 아침은 소문 보단 별로 였다. 맛은 둘째치고 가격이 좀 쎄다란 생각. 그리고. 나한테 중요한 양이 르 사이공에 비해 적었다. 서비스도.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했고, 분위기도. 그냥 그랬다. 그냥 점심에 회사원들이 들릴 만한데지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만한 식당은 아니었다. 


 내가 왜이리 베트남 식당에 대한 호감이 가나 생각해 보니, 뉴욕에서 베트남 식당에 갈 때마다 되게 맘 편한 기분으로 갔던 기억과 무의식에 자리잡은 풍족감 이었던듯 싶다. 베트남인 종업원들이 되게 착하고 친철하고, 성실하단 느낌과, 무엇보다 밥 메뉴를 시키면 보기에도 꽤 푸짐한 산 같은 밥을 큰 접시에 내 놓았기 때문이다. 중국 식당에 비해 조미료도 덜 사용해서 소화시키기에도 편했다. 쌀국수도 거기서 처음 먹어본 것이었다. 무턱대고 고수를 확 넣었다가 사약 마시듯 흡입 했었지만, 그래도 베트남 식당은 정겹다. 그것도 다 추억이다. 


 몰랐었다. 부모님은 베트남 쌀국수를 처음 드셔보는 것이었다. 느끼해서 별로 라고 했다. 그냥 한번 드셔본 것으로 여기시라 했다. 


 르 사이공은 두군데가 있다고 한다. 경리단길에 좀 더 작은 분점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태원 안에 있는 곳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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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글검색 


 잿빛 하늘이다. 하늘엔 11월의 비가 내리고, 겨울과 가을의 구분은 사라졌다. 회색 도시는 주말의 적막을 우중충한 비로 적셨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후, 이러한 생기없는 주말조차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를 마음의 저 밑바닥에선 깨닫고 있었다. 


 사실 너무 좋은 책을 읽으면 그리 할 말이 없다. 머리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스며들어 그것을 걷어올리기가 여간 수월치 않다.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의 감동은 자신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뭔가를 정말 좋아하면 그것의 개별적 구체성은 사라져 하나의 빛으로 폐부를 찌르듯 상흔이 생긴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기억에 담으려해도 도통 생각나지 않는 건, 빛과 공기 같이 모호한 추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점의 바람속에서 미소를 느끼고, 존재의 의미와 생의 의지를 북돋는다. 


 이 책의 저자가 직접 경험한 유대인 학살 강제수용소에서의 삶은 인간의 존엄이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의 체념을 생의 의미로 승화시킨다. 감정적이고 드라마틱하지 않게, 그저 덤덤히 지난 시련을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 보다 더, 이런 글의 힘은 강하다. 쉰들러 리스트의 휴머니즘 보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좀 더 여운이 남듯이, 실제 경험의 진술만으로도 충격 여파가 만만치 않다. 

 

 저자가 신경정신과 의사여서 이런 고통을 통해 객관성을 담보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아닌것 같다. 저자가 말했듯, 인간이 그런 환경에 처하면 짐승이나 성인의 본성으로 드러나듯이, 순간 선과 악의 선택이 내 앞에 도래했을때, 어떤 본성을 발휘하느냐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이다. 자신의 똥오줌 위에서 삶을 포기하고, 한치의 희망도 없이 짐승처럼 혹사당하다 죽을 날만 남은 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말하는건 가혹하지만, 저자는 자기가 보고 겪은 참상을 통해, 자아의 본성, 인간의 존엄, 정신의 자유에 대해 깨닫는다. 우리가 직접 경험할수 없는 극한의 시련속에서 피어 올린 성인의 말 들이다. 


 강제 수용소의 생존자들은 그후로 대다수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분석치료의 한 분파인 로고테라피(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창시하고, 허무한 삶에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는 로고테라피의 핵심을 약식 기술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그러니까 내 삶의 의미를 견고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끊임없이 이런 질문과, 행동을 통해 삶에 내포된 고독과 허무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허무한 영혼들을 위한 강력한 치료제이다. 



 "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_ 니체.


 오히려 가스실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을 보류하게 만들었다. 49


 일반적으로 말해서 수용소 안에서 행해지는 예술 행위는 어떤 종류의 예술 행위든 어느 정도 기괴한 측면을 띠고 있었다. 수용소에서 예술과 관련된 행위에 사람들이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은 음울한 현실과 예술 사이에 놓여 있는 엄청난 간극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85


 유머는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에 필요한 또 다른 무기였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유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초연함을 가져다준다. 87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120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제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122


 도처에서 인간은 운명과, 그리고 시련을 통해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는 기회와 만나게 된다. 123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퇴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 129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132


 "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 스피노자<윤리학> 133


 미래 - 그 자신의 미래 - 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수감자는 불운한 사람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더불어 그는 정신력도 상실하게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퇴화시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퇴락의 길을 걷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아주 갑자기, 위기라는 형태를 띠고 일어난다. 133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제들, 즉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 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 바로 이것이 개개인마다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어떤 사람도, 어떤 운명도, 그와는 다른 사람, 그와는 다른  운명과 비교할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으며, 각각의 상황은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때로는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이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행동에 들어갈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어떤때에는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가야할 때도 있다. 각각의 상황들은 각각 그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는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단 하나만 있는 법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 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139


 눈물은 그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40


 행동을 통해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대개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인 법이다. 143


 경험뿐이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존재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간직해 왔다는 것도 하나의 존재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존재방식인지도 모른다. 147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161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기보다는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의 긴장은 정신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174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 사이의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176


인간은 추상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 인생을 두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도이라고 생각하라." 182


 화가는 자기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하려고 애쓴다. 반면에 안과 의사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주려고 노력한다. 로고테라피 치료사의 역할은 환자의 시야를 넓히고 확장하는 일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을 나는 '인간 존재의 자기 초월'이라고 이름지었다. 이 말은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이 아닌 그 어떤 것, 혹은 그 어떤 사람을 지향하거나 그쪽으로 주의를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성취해야 할 의미일수도 있고, 혹은 그가 대면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잊으면 잊을수록 - 스스로 봉사할 이유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통해 - 그는 더 인간다워지며, 자기 자신을 더 잘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183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의 의미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 인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이런 잠재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85


시련은 그것의 의미 - 희생의 의미 같은 - 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 187


본질적으로 일회적인 이런 잠재 가능성을 우리가 어떻게 실현시키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수많은 현재의 가능성 중에서 끊임없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한다.  198


 






 



 구 서울역사 미술관. 보시러 가세요.. 아니 보시러 오세요 라고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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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운전할때, 러브홀릭의 베스트 음반을 자주 듣고 있다. 많은 모던록 음악을 들어왔지만 러브홀릭의 노래들은 멜로디 라인이 훌륭하다. 그 수려한 멜로디를 살려주는 지선의 보컬은 내겐 최고의 음색으로 들린다. 뭔가 말과 글로 느낌을 표현하기 힘든 성질의 자지럴듯한 감성을 돋군다. 중음대가 꽉차고, 조금은 단조로운 모노톤의 음색이지만, 러브홀릭의 노래엔 정말 딱이다. 마치, 외국 가수 Dido 다이도 와도 흡사한 보컬이다. 이러한 분위기있는 목소리라면, 외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김태희 외모에 박경림 목소리 보단, 박지선 얼굴에 지선 목소리가 더 낮다.   


 러브홀릭의 훌륭한 노래에 아쉬운 기분으로 인터넷서 라이브 동영상을 보다보니 지선의 스타일링이 너무 아쉬웠다. 스타일리스트를 고용안했나, 스타일 컨셉이 정반대로 잘못 정한것 같다. 숏컷트 보단 롱헤어가 더 어울리고, 바지보단 여성스런 치마가 더 어울렸을 텐데, 허스키한 음색만큼 보이시한 스타일링을 한 듯 하나 좀 아줌씨스러운 느낌. 지선의 외모가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분명 스타일링의 잘못인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아쉬운 건, 노래 할때 감정의 몸짓이 너무 단조롭고, 어색한듯 하다. 이런점에서, 자우림의 김윤아는 정말 발군의 기량이다. 보컬의 기술적 테크닉도 변화무쌍하고 감정표현, 무대 모션,등 너무나 잘해서 오히려, 가식적인 느낌이 든다. 김윤아도 무척 좋아하지만, 둘 중 하나를 꼽자면 그래도 지선의 단조로운 음색의 매력에 더 끌린다. 김윤아의 쥐락펴락하는 보컬의 내공은 남자 영혼을 빨아먹는 요부 같은 느낌이다. 말 나온김에, 하찌와 애리의 황애리 양의 보컬도 무지 좋아한다. 셋 중에선 제일 정겹고 풋풋하다고 할까. 


 러브홀릭과 자우림의 차이는 노래의 훌륭함, 인지도를 넘어서 밴드 결성 방식의 차이에 있다. 자우림은 알다시피, 무명때부터 홍대 라이브 클럽활동을 하며 탄탄한 팀웍을 이어나가는 밴드이고, 러브홀릭은 작곡하고 프로듀스하며 기타 베이스를 맡고 있는 두 남성 멤버가 오디션으로 지선을 뽑은 것이다. 훌륭한 조합에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지선은 솔로 활동을 하게 됐었다. 그들의 재능을 더 이어가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이 노래들을 듣는 순간은 꽃잎이 바람에 나비처럼 흩날리듯이 마음이 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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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전에 CD플레이어의 가장 핵심 부품인 픽업을 교환했다. 인켈 CD 6030G 모델인데 1994년에 구입한 오디오 콤포넌트다.


 참 오래 쓴 물건이고, 그동안 트레이벨트나 전자부 판넬을 교환한적이 있다. 내겐 여전히 음악은 CD플레이어로 듣는게 더 어울리고,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300~400 장의 음반이 쌓여져 있다. 언젠가부터 CD 인식률이 떨어지더니, 한번에 음반 2장 이상 플레이 하면, 다음 씨디를 못 읽었다. 그러다 아예 인식불가가 됐고, 이걸 어쩌지 하고 방치해 두었다. 픽업 교체 비용은 예전에 얼핏 듣기에 7~10만원 든다고 했다. 


 이 제품은 나름 고가 모델이었지만 현 중고시세는 5만원. 하지만 거진 20년째 쓰고 있는 이 물건에 애착이 많이 갔다. 


 처리해야 할 일의 상단엔 CD플레이어 고치기가 있었지만, 막상 수리할 곳을 찾아 들고 나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포탈 검색에 제품의 모델명을 치니 같은 제품의 픽업 교체기가 있었다. 정말 금쪽같은 정보였다.


 이 제품엔. 소니에서 만든 KSS-240A 란 픽업이 쓰였다. 나름 고급 픽업인데. 필립스 픽업에 비해선 내구성이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쨌든 19년을 썼으니, 내구성이 그리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인터넷 검색하니 옥션에서 27,000 원에 이 부품을 팔고 있었다. 배송비 까지 3만원. 물건이 도착했고, 기계를 뜯어 픽업 교환을 신중하게 마쳤다. 그리고 조심스런 기분으로 전원을 넣고, CD를 넣자, 너무나 반갑게..토탈 러닝 타임이 뜨는 정상인 상태, 이 기기는 다시 생명을 얻었다. 어디 맡기는 수리비용의 절약은 물론. 혹시 다른 고장일 경우, 부품비용. 제품 다 버려야 할 처지를 막았다. 오랫동안 써오던 은근한 감성의 제공처였던 물건을 내 손으로 고쳐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고장나 떼어낸 픽업 부품.


 1994년에 샀던 오디오 시스템의 스피커는 이미 수명이 다해서, 너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건 재생 불가하니 그냥 버려야 한다. 


 생각해보니 오래쓴 것들의 교체가 절실한게 많다. 자동차 타이어도 네 짝 다 교체해야한다. 그동안 쓰던 미쉐린 타이어는 한 번의 빵구도 없이, 너무나 만족하며 탔다. 새로 살 타이어는 차가 노후화 됐으니 저렴한걸 쓰겠지만, 타이어는 역시 미쉐린이 짱이다.란 생각. 


 또, 중 등산화 두개의 밑창을 갈아야 한다. 비브람으로 안 해도, 창갈이는 비싸다. 그래도 새 신발을 사는 비용보단, 내 발에 최적화된 등산화를 수리하며 쓰는게 낫다. 


 어제 시골에서 김장 배추와 여러 농산물을 싣고 왔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하게 되는 일들) 은행을 담은 비닐 자루에서 진액이 흘러나와. 뒷자리 가죽 시트와 카페트 매트를 적셨다. 그러니까. 은행 X 냄새가. 차안에서 진동을 했다. 아 망했다. 가죽 시트야 물걸레로 닦으면 상관없고. 매트는 버리고, 뭐 하나 사면 되지만. 그 냄새가 차 안에서 가시질 않는다. 


 이걸 어쩌지.. 오래쓰기는 쉬운게 아니다. 그래도 동거동락한 시간 떄문에 참 애잔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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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소룡 세대는 아니다. 성룡과 이연걸에 끼인 세대랄까. 동네 형님들이 여전히 이소룡을 울부짖을 때, 주성치 와 성룡, 홍금보 는 무술을 배운 찰리 채플린 처럼 희극인이 되어 있었다. 90년대에 이연걸이 부각된 이유도 그런 성룡표 코미디 무술이 판을 치다가 정통 무술인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졌다. '일대종사'의 마지막 장면의 사진(위)에서 양조위(엽문) 옆의 꼬마가 어린 이소룡이다. 


 중국문화를 가장 대표하는 것이 이소룡으로 상징되는 쿵푸..(무술) 이다. 동양의 정신과 몸의 세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서구가 못가진 보이지 않은 기의 세계, 찰나의 순간을 몸소 체득한다. 칼은 칼집이 있어야 한방향으로만 쓰이지 않듯이 무술은 자기 수련이자, 관계의 가장 강렬한 드라마 이다. 


 예전에 동유럽 배낭 여행을 했던 선배가 강도를 만났던 일화가 생각난다. 밤에 작은 나이프를 들이댔던 청년에게 가진것 다 털릴수가 없어, 20대 혈기의 순간 미친 호기로, 피우던 담배 불똥을 바닥에 팍 튀기고 기합(고함)을 지르며 무술 자세를 취하자, 그 백인 청년 강도가 부리나케 도망가더란..

 서양에서는 동양인 남자에 대한 선입견중에 무술을 잘 한다. 할 수 있다. 라는 선입견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도 브루스 리 (이소룡)의 막대한 영향력이다. 정말 그런거라면 강력한 문화의 전파이고, 동양문화의 자부심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중국 무술 문화의 전통이 부러웠다. 진정한 문화의 전파는 이런 영화들의 힘 일 것이다. 와호장룡이나. 일대종사 는 문화예술의 궁극적인 점이다. 

 강호의 세계, 무술인의 굴곡은 격정의 근대사를 겪으면서 무도의 궁극적 경지에서 현실의 비루한 삶으로 곤두박질의 과정을 보여준다. 무술의 흥망성쇠를 엽문을 중심으로 삶의 배신과 복수. 비껴가는 사랑을 그려내 보인다. 



 화려한 것에는 내실이 부족하다지만 이 영화는 영상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찰나의 시간을 밀고 당기며 몸과 정신의 몰입 미학을 만든다. 왕가위 감독은 90년대의 자폐적 상실, 공허의 감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진화한듯 싶다. 왕가위 세대인 나로써는 홍콩 느와르의 끝물에서 그의 등장은 학창시절의 정점과 종점을 모두 그의 영화와 함께 했다는 감흥이 있다. 화양연화 이후로 열정적인 관심이 시들해 졌지만, 90년대 감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왕가위 영화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본 이 영화에 대한 감동이 더욱 크고 묵직하게 다가온듯 싶다. 


 양조위 와 장쯔이는 제일 멋지게 나이 드는 남.여 배우 같다. 그들의 얼굴과. 음성만으로도 감동을 받는다. 중국말 음성이 아름다울수도 있다. 시끄럽고 팔랑거리는 거부감이 아닌.. 영화에서 일선천(장첸)은 주된 이야기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나, 너무 엽문과. 궁가의 무술에만 집중하는 효과가 아닌, 다양한 무술 분파가 있었다.란 정도로 보는게 맞는것 같다. 또한 장첸의 너무 잘생긴 얼굴을 보는 맛과, 조금은 다른 개성의 무술의 힘을 보는 맛도..


 이 영화를 통해서 감수성의 일부를 돌아본다. 왕가위가 그랬듯, 진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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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네이버 일면에서 루 리드가 죽었단 소식을 들었다. 다른 예술가들보다 뮤지션이 죽으면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스산해지는건 음악이 감성적으로 바로 와닿고 오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것이다. 


 오래된 CD플레이어가 고장나서, 음반을 못 듣고 있다가, 이제서야 고치고 루 리드의 노래들을 다시금 듣고 있다. 그는 언더그라운드의 존 레논이라 불러도 무방할, 뉴욕을 중심으로한 인디 음악의 거물이었다. 1967년 팝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음반이라는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스~~' 음반이 있었다면 같은 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데뷔 앨범은 오랫동안 비주류의 감성을 대변했고 끊임없이 영향을 끼쳤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에서 루 리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그들의 데뷔 앨범은 표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전위적 음악으로도 명반의 대열에 끊임없이 화자된다. 60,70년대 미국 팝문화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우리에겐 영화 '접속'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앨범.


 

그들의 세번째 앨범인데, 영화속에서 이 앨범의 수록곡, '페일 블루 아이즈'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LP가 직접 나오기도 한다. 


 루 리드의 최고의 노래는 자신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퍼펙트 데이'다. 영화 '트레인스포팅' 에 삽입되어 더욱 인기를 끌었던 노래인데, 내 인생. 최고의 노래 탑5안에 들만한 노래이다. 그 자조적인 우울감. 너무 기쁘거나 슬플때, 이 노래는 평정심을 찾게 만든다. 





 



아름다운 음악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영면하시길..





 이 잔잔한 멜로영화를 처음 보았을땐, 좀 지루하게 여겼었다. 청춘의 한 시절,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보다는 마냥 젊음의 열기에 들떠있던 시간이 많았다. 무한할듯한 열기가 식기 시작했을때, 이 영화를 다시 보았고, 너무나 숙연해졌다. 삶에 대한 비관도 낙관도 아닌, 살아간다는 건 저런것이구나. 를 담담하게 전해 줬다. 사랑이 꼭 어떤 관문을 통과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게 아니라 막 시작하려는 설레이는 사랑의 마음 자체를 너무나 잘 그려내었다. 하지만 엇갈림에서 오는 안타까움과 생의 진리는 나날이 아니 순간순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위엣글은, 언젠가 이 영화에 대해 쓰다 만 글의 앞 부분이다. 
 
 어제 이 영화가 15년만에 다시 극장에서 개봉했다. 개봉날 저녁에 목동 메가박스에서 봤다. 보통 CGV에 많이 가다가. 메가박스는 극장 로비 부터 많이 생소했다. 로비의 조명이 너무 밝고, 티켓 부쓰는 은행의 창구 처럼 바뀌었다. 너무 어두컴컴한 CGV 극장의 인테리어에 익숙해져서 더 낯설게 느껴진듯.. 조금은 어리둥절. 극장 처음 온 사람도 아닌데 적당히 설레임 상태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이자, 매년 한번씩은 학생들과 보아오던 영화를 처음으로 정식 극장에서 보게 된 것이다. 
 
 동행인과 나는 과도한 극장 광고의 해악에 대해 동감한 바였지만, 메가박스의 광고는 처음 보는게 많았고 되게 재밌었다. 성형외과.치과. 광고들은 거의 개그 콘서트를 보는 듯했다. 저런 광고라면 봐줄만은 하군 하던 찰나, 센스 없게. 8월의 크리스마스 광고가 나왔다. 몇 분 후면 이 영화를 볼건데..참나..

 역시나 극장에선 빛의 질감, 암부의 디테일, 일상의 섬세한 소리들이 더욱 잘 느껴져, 그동안 비디오나 동영상 파일로 감상하던 송구스러움을 감격의 찬탄으로 뒤바꿔 놓았다. 

 최고의 작품은 자신의 나이듦,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어느 시절에 다시 보아도 끊임없이 새로운 말을 건네는 작품이다. 22살의 내가 본 감흥과. 30의 내가 느낀 감정. 그리고 지금 이 영화를 보는 나는 매번 다르고, 이 영화는 항시 똑같지만, 저마다의 감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작품들의 특성은 표현이 단선적이거나 너무 친절하지 않음에서 온다. 직접 말하고 드러내는게 아닌, 상상하고 유추하게 만들어 은은한 울림을 자아내게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성에 생의 기쁨이 담겨있고, 유한한 삶에 깃든 슬픔이 사랑을 재촉한다. 또다른 사랑을..

 장면마다 사진적 일상성의 특별함이 배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하나의 시로 만드는 것. 사각 프레임과 빛의 비춤은 사건이나 이야기를 쫏아가는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 행동들이 사진적 프레임 안에 들어오고 나간다. 빛과 어둠 그리고 학교 운동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 안 남은 정원의 심리를 아스라히 전해준다. 결국, 다림과 정원이 처음 만난 무더위의 8월이 그들에겐 크리스마스 였다. 8월과 겨울 사이, 정원은 어쩔수없는 죽음이 예고됐고, 다림은 삶의 최고의 기쁨일, 사랑의 완성을 기대했지만, 어긋남은 사진이라는 좋았던 순간의 추억만을 남기며 전달되지 못한 말 보다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의 설레임만이 오롯히 사진으로 봉인된 채. 

 자꾸 보다 보니까 모든 장면이 인상적인데, 몇몇가지만을 말해보자면 정원이 여동생과 마루에 앉아 수박 먹으며 동생이 "아직도 지원이 좋아해?" 하니까 말 대신. 수박씨 뱉기로 응답하는 장면. 말보다 하나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헛헛한 표현이 너무나 좋다. 또 해가 늬웃한 오후에 정원이 마루에서 발톱을 깍는데 골목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소한 소리들.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그 둘이 운동장에서 달리기 할 때다. 나는 이 장면에서 심은하란 배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여실히 깨달았다. 그 벅찬 기분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이 각자 사우나를 끝내고 나와서 정원이 다림에게 귤 하나를 건네는 장면이다. 이 얼마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지. 이 시퀀스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게 다 있다. 운동장 달리기. 동네 사우나.. 귤 건네기.ㅋㅋ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는 매우 소심해졌다. 감동의 말들은 옹알거렸고 왠지 계속 슬프다. 이제 겨울이래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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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전율케한 영화로 평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먹먹한 감동에 상영관을 나와서도 한동안 어딘가에 앉아서 내가 발딪고 있는 이 곳, 이 숨결을 고요히 음미했다. 왕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철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기술미학을 탐구했다면, '그래비티'는 아주 명징하게 혼자 남겨진 자의 근원적 내면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기존 영화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아닌, 3D 구현된 이미지텔링. 이미지 체험의 효과는 새로운 영화의 지평을 연 느낌이다. 이미 '아바타'에서의 감동도 있었지만. 그런 환타지성 감탄 보다는 이런 리얼리즘에서 오는 체험적 감동은 비할 바가 못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구 600Km 상공의 대기권 밖 우주에서 본, 지구의 풍광은 그야말로 감탄을 연실 자아내게 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거리. 도시의 불빛들이 또다른 은하수 처럼 펼쳐진 지구는 객체가 객체를 관통하여 저마다의 우주를 간직하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가왔다. 무중력상태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은 보는 내내 아름답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몸을 쭈삣거리게도 했다. 한치의 지루할 틈도 없이, 이미지와. 음성. 음향효과에 빠져들었다. 카메라가  우주의 광할함을 보여주는 설정샷에서 주인공의 시점샷으로 자연스레 변화하는 것도 너무 멋지다. 


 보통 남자들이 이 영화에 대해 극찬하는데 반해, 여자들은 남자들보단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 같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하고, 호불호가 나뉘는데, 시각중심의 사고 방식과, 이야기중심의 내적 구조의 차이에서 감흥의 결과가 다른 것 같다. 또한, 남자들은 (다 그런건 아니지만) 자동차나. 카메라. 오디오의 다양한 버튼, 다이얼에 둘러쌓여 뭔가를 움직여 조정하는 상상을 어릴적. 애니메이션의 영향이나 여타의 배경으로 익숙하고, 선망한다. 우주선안의 콘트롤 패널에 둘러쌓여 어딘가로 이동하는 꿈. 영화 '트랜스포머'를 나이를 불문하고 남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런 차이를 불구하고, 누구나 홀로 남겨진. 아니 혼자일수 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외로움을 너무나 여실히 체험하게 해주어, 자기안에 숨겨진 존재의 근원에 대해 살짝 닿은 느낌이다. 숨을 쉬고, 두발로 땅을 밞아 내딛은 자의 경이로운 감정이 아름답고도, 너무나 외로운 우주의 절대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난 기쁨을 향유한다. 

 너무나 너무나 벅차다. 저멀리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나, 자신과 유일하게 대화하며 이끌어준 서로간의 연결고리(끈)가 끊어진 아득함. 희박해가는 산소의 담담한 절박함, 폭발의 파편. 대기권 진입 후, 산과 강의 지구의 모습. 산드라 블록의 너무나 멋진 다리... 영화 '스피드'에서의 징징댐이 아닌 너무나 차분하고 멋진 음성. 


 영화의 진화에 진짜 감동을 엿봤다. 아이맥스 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 좋아하는 이와 같이 공감,체험 하면 더욱 좋겠지만, 인간의 개별성은 존중해야하는 법. 누구나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니까. 


 이런 영화 극장 개봉 놓치면 절대 후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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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의 모든 피를 A형으로 바꾸고 싶다. 저질러 놓고 아차! 하며 끝나는게 아니라, 되돌아볼수록 내가 왜그랬을까..왜이리 성급했을까..왜 그렇게 순간 호기로웠을까.. 점심때 까진 안 그랬는데, 집에 돌아오면서 점점 머리를 쮜어뜯게 만든다.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가 납득이 한테 했던 충고, 넌 목젖이 나와서 성질이 급해 화를 부른다.가 정말. 실감나게 내게 다가온듯 싶다. 정말 좋은 의미로 한 일인데도 왜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보게 되는지.. 그렇게 반성하고 힘겹게 배웠으면서 또. 부디 제발 그것이 폭탄만은 되지 않기를.. 제발 그것이 팝콘 폭탄이 되기를...간절히 기원한다. 지금 심정엔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고 21살로 갈래? 오늘 아침으로 갈래? 물어본다면, 단연코 오늘 아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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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오면서 조카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토이러저스에 들렀다. 슐라이히 공룡 모형 인형을 사고, 마트에서 기웃거리다 마트만 오면 사게되는 하이네켄 맥주를 담으로 가다보니, 새로운 패키지 포장의 하이네켄을 아리따운 아가씨? 한 명이 서서 행사하고 있었다.

 "이거 뭐에요?"  

 "(쌓아둔) 6개 캔 한 패키지 상자를 사면(14,400) 팝콘 2개랑, 선물 추첨 기회를 줍니다."

 "(올커니) 할께요." 

 조그만 부스에 들어가니, 자물쇠가 잠긴 박스가 있었고, 왼쪽에 열댓개의 열쇠가 있는데, 그중에 박스를 열 수 있는 열쇠를 고르는 한번의 선택 기회였다. 나는 그 짧은 순간 비장해졌다. 안구는 인광을 쏫아냈고 금색 자물쇠의 크기를 주시하며 열쇠의 제각각 크기 중에서 대략 가늠했다. 작은 열쇠 중에서 나는 찰나 집중하고 집중해서 명상의 단계로 들어섰다. '첫 느낌을 따라가라' 순간 집중해서 선택했고, 도우미에게 키를 전달했다. 하이네켄 아가씨는 씨익 웃으며 키를 꼿고 돌렸다. "자물쇠가 열렸습니다." 그러고보니, 박스 안에는 삼각뿔 모양의 흰색의 조그만 스피커가 있었다. '흐흐흐흐~' 

 하이네켄 아가씨는 맥주 한팩과 선물, 팝콘2개를 테이핑으로 묶어줬다. 나는 초등학생 운동회서 어쩌다보니 선물받은 심정으로 너무나 공손하게 "고맙습니다" 하며 꾸벅 인사도 했다. 마치 선생님에게 하듯이.. 


 내가 수능 시험을 볼때, 수학을 진작에 포기해서리 전부다 찍어야 했었다. 수학을 포기한 탓에 두뇌가 타당한 논리의 단계를 거쳐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한게 아니라 논리의 비약과 상징. 공상과 상상의 나래속에서 허우적 대는걸 즐겼다. 1번부터 5번까지의 객관식 답 문항을 집중해서 노려보며 '내가 정답이야. 나를 골라줘!' 하는 잉크 이미지에 눈길이 갔다. 전체적인 음악적 리듬감내지, 변형과 조화의 원리를 염두해 두면서. 그래서 난 절반을 찍어서 맞췄다. (이것도 자랑이라고.ㅋㅋ) 또한 모의고사 때와는 다르게 본 수능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그날 아침 명상의 효과가 컸다. 


 언젠가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가 나오는 영화 '초 민망한 능력자들' 원제는 '염소를 노려보는 자들' 을 보았는데, 그러한 자들의 얘기였다. 사물을 노려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뭔가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공중부양은 왠지 껌딱지 뗴듯 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나는 그런 유머코드에 익숙하고 즐거워한다. 한번의 눈빛에 천개의 길이 오고감을 느낄수 있는 그런.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운 것의 일회적 나타남 같은 행복의 아우라. 


 이거 생각보다 음질이 좋다. 자우림의 새앨범중에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가을에 가슴을 찌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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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을 생각해보니, 너무나 알차게 놀았다. 잘 놀아서 주중에 계속 아무생각없이 놀고픈 마음이 굴뚝이었다. 이것도 잠깐이지만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다. 누구 말마따나 봄,가을이 없어지고, 덥고 졸라 덥거나, 춥고 졸라 추운날씨 만으로 변해가는 기후에 원통해 하며 오늘을 즐긴다. 




 자전거를 타고 인천 아라뱃길을 달렸다. 위 사진은 돌아가는 길에, 한강과 아라뱃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길을 달리면. 자전거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채 2시간이 안걸려 당도한다. 여차하면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먹고 월미도에서 바람쐬다 올 수 있는.


 요즘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해서인지 식욕이 왕성해졌다. 많이 먹고 보자는 심리는 이기심의 발로인가. 식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크나큰 행복이다. 우리가 가게된 식당은 묵밥, 칼국수 집이었는데, 메인 메뉴 나오기전 주문한 만두, 해물파전은 맛이 황홀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검암역 근처의 이 식당은 실로 맛집이었다. 맥주까지 곁들여 애피타이저, 메인 디쉬를 먹은샘인데, 일인당 만원정도였다. 그리고선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디저트 까지, 6명이 주문했는데, 차 가격이 만원이 안 넘었다. 에스프레소 더블이 1500원 이었나. 


 서울과 비교해서 밥과 커피 가격의 체감물가가 어마어마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나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소비를 소박하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우린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들고, 오다가 목격한 그것을 감상하러 다시 발길을 돌렸다. 절로 신이 났다.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외곽으로 나오는 것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데, 하릴없이 그것을 구경하려자니 설레였다. (여지없는 한량의 자세)ㅎ


 나, 아니 우리를 설레게한 것은 아래 영상이다. 광각렌즈래서 실제보다 멀리 보이게 찍히는데, 실제는 바로 머리위로 순식간에 꽤 큰 제트 엔진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바로 뒤에 있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감탄했고 신나했다. 서른 중반과 나이 마흔의 사내들은 흥분으로 도취되었다. 영상으로는 못 전달되는 크고 강렬한  것들의 기운이었다. 당시 영암에서 열리고 있는 F1 자동차 경주가 부럽지 않았다. 밤에 열리게 될 불꽃축제보다 장관이었다. 


 비행기는 우리의 꿈을 대리한다. 낯선 세계에의 동경과 여행의 기대는 무수히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의 연료이다. 

 




 2002년에 방영했던 명작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에서, 이나영과 양동근이 공항으로 데이트 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 그냥 로비의 벤치에 앉아서 우리 데이트 너무 잘하는거 같다고 순수하게 자화자찬 한다. 그게 다다. 아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커플은 돈이 없어서 한명만 미술관 관람을 하고, 밖에서 기다린 애인에게 그 느낌을 전달했다고 한다. 번갈아 가면서. 너무나 가난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돈독한 애정은 낭만적으로 만든다. 


 나는 이곳에서 이 짜릿한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낭만적인 데이트일거라고 생각한다. 비행기에 내포된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상상의 나래를 한껏 가슴에 담아 서로에게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흥분을 같이 만끽하려면 나이가 어려야 될지도 모른다. 마음이 순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어디서건 여행의 설레임을 느낄 것이다. 한라산의 정취도 느껴지고, 하네다씨와 아키코씨의 야릇한 눈빛도 감지된다. 서로의 상상을 탐하는 일이 진짜 데이트 일 것이다. 


 우린 저멀리 햇빛에 반짝이는 작은 점을 발견한다. 정해진 항로를 찾아 일직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은 은빛 점이 어느 순간 거대한 쇳덩이로 변해 머리위를 순식간에 지나간다. 백년 과학의 역사가 함축된 비행기. 시간의 역사와 갖가지 여행의 사연을 가득 품은, 땅으로의 귀환을 환영한다. 




 돈이 없어서 이성을 만나 데이트할 엄두를 못낸다는 젊은 학생들에게 권한다. 자연속에서 돈 안드는 싱싱한 우연을 건져올리라고. 이날 여의도에 불꽃축제로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는데, 안양천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구선 이 행사의 후기들을 듣게 되었는데, 다양한 사건,사고가 공공의 질서와 양심을 헤쳤다는 이야기. 


 신도림 근방에 다다르자. 신비로운 색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내 사그러들 아름다운 노을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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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느긋한 평화를 만끽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다. 육욕의 욕망을 내려놓는다. 



2011/06/09 - [산 과 자전거] - 계룡산 남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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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부터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은 서둘러야 했다. 예상했던 코스의 길이는 총 15키로 였고 왕복 8시간 걸리는 코스였다. 법주사-문장대-천왕봉-법주사. 그러나 하산 도중 해가 질 각오를 하고 헤드 랜턴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깜박 놓고 왔다. 심지어 차에서 카메라도 안 가져와 아이폰으로 찍었다. 


 처음 와본 산은 왠지 신고식 치르듯이 좀 버거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 날의 산행은 너무나 가뿐하였다. 왕복 5시간 반이 걸려 내려왔는데, 법주사 까지 이어진 길을 걸을 때는 이미 깜깜해졌다. 어둠은 거리감을 훨씬 길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문장대의 유래는 세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안내 설명을 읽었는데 잊어버림, 소원을 빌었고, 저기 위에 책 한권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서 다 읽었다 해서.. 암튼 그런.. 나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흥얼거리며, 저 바위 꼭대기를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문장대에서 바라본 속리산 천왕봉. 저기 까지 가는 능선은 백두대간 길이다.  지리산, 소백산 이후로. 대간길을 걷는다.

참 볼품없는 헬리콥터. 


완만해 보이는 천왕봉 정상.



천왕봉에서 바라본 문장대. 내가 걸어온길.

 첩첩산중. 


 밤이 되어서 법주사에 도착했고, 어둠속에서 아주 커다란 금불상을 보았다. 밤에 보니 더욱 웅장하였다. 대웅전에서 염불외는 소리가 들렸다. 찌르레기 소리의 밤 벌레들이 내는 소리와 어울려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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