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원작 소설 만큼이나, 재밌게 영화를 관람했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딱 그런 인물들이 완벽한 캐스팅과 연기로 구현됐다. 특히 박해일은 연애의 목적 이후로 정말 연기를 잘한다 라고 느꼈다. 

 이런 막장스런 찌질한 가족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 우리가 너무 삶의 이상향이나 환타지에 가까운 환상 속에서 타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재단하며 결핍의 불행을 느끼며 살아왔다면, 평범함 이하의 가족의 삶을 통해..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 것인데, 나 혼자만 불행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어진 삶에 최대한 행복을 느끼며 살자 라는 취지가 있다. 이런 가족의 삶도 있는데 용기를 잃지 말고 네 삶을 살아가라.. 이거 써놓고 보니. 결말에 박해일의 나레이션이 이런 얘기 였던 거 같다.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상살이에 이래저래 치이고 다시 엄마 집으로 모인 자녀들을 위해 군소리 없이, 잘 먹이려고 삽겹살..된장찌게를 열심히 해다 먹이는 모습..그리고 치고받고 하다가도..엄마의 상 앞에선 아주 맛있게 먹는 가족들.. 한 핏줄도 아닌 콩가루 집안이지만, 식구란 것은 같은 찌게를 떠먹는 관계가 진정한 가족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삽겹살이나 된장찌게 뿐만 아니라 피자.. 짱구 과자 등등..먹는 장면에 너무 군침이 흘렀다. 생각해 보니..남쪽으로 튀어 에서도 섬의 시골집에서 가족이 오순도순 밥먹는 장면에서 오롯한 평화를 느꼈듯이, 밥을 같이 먹는 관계의 행복을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뛰어난 배우들이 연기가 자잘한 재미를 불러온다. 윤제문과 박해일의 천연덕스런 백수 연기는 인간의 고귀함과는 상종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박해일은 그나마 나은데, 미용실 아줌마 꼬실때, 이 인간의 진가가 드러난다..이런 사소할듯한 말투와 표정에서 영화는 현실의 암울함에서 벗어나 소소한 삶의 재미를 불러온다. 윤제문이 중학생 조카의 팬티를 뒤집어쓰고, 자위하다가 식구들한테 걸릴때, 최악으로 치닫지만 또 식구가 위기에 쳐했을땐, 살신성인의 자세로 몸을 버리며 구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놀러가 횟집에서 밥먹을때, 다른 일행과 자녀들이 치고받고 싸울때, 어머니의 멍한 표정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 장면만은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이..비장함을 드러내 준다. 여하튼 있는 그대로, 얼마나 한심한 인생이던, 자신의 품으로 보듬을 수 있는 어머니의 힘은 위대했다. 





  걸작 이라 불리는 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계속 새로운 울림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다. 한번의 감상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이가 듦어감에 따라 새롭게 보인다. 예전에 보았던 작품도 완전히 새롭게 재인식되는 경험. 걸작은 계속 말을 건다. 그런 작품과의 대화를 나누는 건 즐겁다. 미래의 언젠가 이 영화를 보며, 20살 무렵 처음 봤을때, 몽환적으로 졸다 말다 반복했던 어느 나른한 토요일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과정에 어떤 인식 차원이 변해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묵시록..은 계속 진화 한다. 


 비디오 테잎으로 처음 보았을땐, 2시간여 분량이고, 꽤 지루한 영화였다. 그러나 3시간 20분여의 리덕스 판이 나오고 다시 보았을 땐, 이 영화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다. 

 대부 1,2로 성공을 이뤘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영문학의 명작이라 불리는 조셉 콘래드의 소설을 'Heart of Darkness'(1902) 각색해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원작 이상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의 뼈대는 단순하지만, 커츠 대령을 만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들 속에 많은 상징과 의미들이 철학적인 상념을 불러오게 한다. 원작은 모더니즘 초기 식민지 야욕의 서구의 광기어린 탐욕과 비이성을 그려내었다면, 지옥의 묵시록은 1975년 종전한지 얼마 안된 베트남 전쟁을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한 반전영화의 명작으로 여기는것 이상으로 평가받는 요소는 전쟁의 비판의식을 넘어, 인간이 가진 선과 악, 전쟁의 의미, 일상의 광기와, 자유에 대한 생각등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원제목속의 Now의 의미가, 계속 현재의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우의 의미가 지옥인지. 어떤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삶의 관점과 태도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씬은 대단히 유명하다. 영상과 사운드의 편집 효과와, 음악의 조화는 아주 함축적으로 광기어린 인간내면의 몽환성을 그려내었다. 60년대 후반 히피즘과 싸이키델릭 음악의 대표적인 밴드 도어스의 노래 'The End'가 시작되며, 슬로우 모션으로 정글의 모습이 드러나고, 흙먼지가 불며 UH1헬기가 기우뚱하게 날아간다, 정글에 엄청난 화염이 일고, 뒤집힌 윌라드 대위(마틴 쉰)의 얼굴이 중첩된다. 슬로우 모션과. 디졸브의 이중,삼중 효과는 음악과 함께 혼돈으로 치닫는다. 천정위에 돌아가는 선풍기의 소리와 헬리콥터의 소리가 비슷하게 오락가락 중첩되며 실제와 전쟁의 환상이 오간다. 몽롱한 영상과 음악이 점차 먹먹한 선풍기 소리에서 창밖의 뚜렷한 헬기소리로 변하고, 주인공은 호텔 창문의 블라인드를 제쳐 거리를 바라보며, 독백으로 '사이공'이라 말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나면. 노래의 제목 같이.. 끝과 처음이 구분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영화의 말미에 Horror..Horror 하며 죽는 커츠 대령의 미친 모습과, 처음 윌라드 대위의 정신 분열적 모습은 다르지 않다.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 모습과 소리.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헬기의 로터 소리는 지옥에 갇혀 돌고 도는 어떤 공포를 말하는 듯 하다.  


 이 오프닝씬은 영상 편집과 사운드 디자인, 음악과 영상의 조합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교과서로 불린다. 위에서 말했듯 전체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처음의 이 씬을 생각하고, 제목의 의미와 호러..호러의 불쾌한 여운까지 생각한다면, 한편의 장대한 시를 보고 들은 느낌이 난다. 생의 소름의 시..


 영화의 제작 과정은 이 영화의 내용과 별 다를게 없이 묵시록 적 이었나 보다. 필리핀 정부의 지원하에 촬영이 진행됐는데, 일정대로 헬기와 조종사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촬영 기간이 장기간 지속되었고, 주연 배우. 마틴 쉰의 심장 발작과, 무더운 날씨에 지쳐가며 신경 쇠약까지 왔다고 한다. 한마디로..점점 전쟁의 광기에 미쳐가는 영화속 이야기가 현실의 촬영 환경 또한 실제로 그러한 극악의 상황으로 전개 되었다고 한다. 강력한 태풍이 와. 촬영 장비 세트를 다 날려버리기도 하고, 코폴라 감독은 당시 금액으로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자기 집을 담보로 빛을 져가며 충당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의 내부적 갈등이. 영화 내용과 주제와 일치한다는 점이 신화적으로 들린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에 너무 진을 쏟은 나머지 그 후에 별다른 작품이 없었다. 


 

 미국이 전쟁을 하는 방식대로 촬영을 했고, 그러한 환경속에서 지옥을 맛보는 배우와 스탭들의 노고가 영화 보는 내내 양가 감정으로 다가온다. 어마어마한 물량의 전쟁의 스펙터클 속에서 오락을 느끼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끔직한 살육의 풍경에 몸서리쳐진다. 초반부의 헬기 기동부대가 평화로운 베트콩 마을을 폭격하는 씬은 게임을 하듯 닥치는 대로 폭탄과 총알을 쏟아붓는 장관?을 보여준다. 히틀러가 찬양했던 바그너의 행진곡 풍의 음악은 정말 그런 일방적인 전쟁의 모습에 위풍당당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미국의 무지막지함은 실제 F5 전투기 편대가 네이팜 탄을 투하해 엄청난 화염을 토해내는 장면으로 화룡정점을 이룬다. 미친 전쟁에 대한 감독의 화려한 응답같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실제 베트남 전쟁은 말도 안되는 거짓의 어거지로 이루어진 참상이었다. 그런 수치스러운 전쟁에 우리나라 군인 30여만명이 파병되었고, 사망자 수를 공식적인 자료로 밝히진 않지만 대략 8만여 명의 국군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전쟁에서 우리나라 군인들의 활약상이? 악명 높다. 언젠가 친구가 참전군인이었던 택시 기사의 무용담을 듣고 이야기 했는데, 토가 나올정도로 인간의 탈을 쓴 동물들이 혐오스러웠다. 그런 살육을 아무렇지 않게 추억으로 토해내고 정당화하는 미친놈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그런 더러운 피를 흘린 대가로 이 나라가 경제 부흥을 일구었단 역사도 수치스럽다. 


 1975년에 종전했으니까 이 영화는 종전하고 거의 바로 제작된 셈이다. 60년대 후반의 여러 사회 변혁기를 거치면서, 전쟁을 거친 개인의 묵시록적인 내면성은 시대의 초상으로 대중들에게 섬뜩한 자각을 심어주게 한다. 전쟁을 바라보는 인간의 양가 감정. 파괴에의 욕망과 삶의 일상성의 욕망이 충돌한다. 후반부 커츠의 왕국에 아무렇지않게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과 천진한 원주민 아이들의 모습은 이성의 판단이 모호해지고, 원주민의 제의식에 바쳐져 도끼로 죽음을 맞는 물소와 커츠 대령의 죽음은 윤리를 넘어서는 신성한 감마저 든다. 현실에 남겨져 지옥의 굴레를 돌고 도는 삶의 모습은 다시 처음의 오프닝으로 되돌아가 몽롱한 의식으로 되풀이 된다.   


 걸출한 전쟁 영웅이 밀림으로 들어가 적과 아군의 구분이 사라진 곳에서 왕노릇하며 널부러진 살육의 배경속에서 진정한 자유에 대한 철학적 상념을 뱉어낸다. 미친놈이지만 우리 또한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걸출한 인물을 맞닥뜨린 윌라드 대위. 과연 그는 임무대로 그를 처단하고 전쟁의 광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처음과 마찬가지로. 도어스의 '디 엔드'가 주술적으로 흐른다. 



 

 (코폴라 감독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쓸 때는 어떤 착각으로 죽은지 알았네요.)

P.S.  코폴라 감독이 죽었을때, 엠비씨에서 이 영화(리덕스 판)을 더빙해서 방영하는 걸 찜질방에서 잠시 본적이 있다. 이 위대한 감독에 대한 예우였을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아무리 심야라지만. 3시간이 넘는 걸. 더빙 까지 해 줬으니. 도어스의 음악적인 리더 였던. 키보디스트. 레이 만자렉 옹이 몇일 전에 돌아갔다고 한다. 영화학도 였던 짐 모리슨의 끼 를 알아보고 중용해, 시대의 전설을 만들었고, 싸이키델릭 음악의 큰 발자취를 남긴, 호탕한 지성인 이었던 사람이었다. 짐 모리슨에 비한다면 참 오래 살았다... 위대한 예술가님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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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길을 가다 보면 겨울에는 눈 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먼 꿈 얘기 같고

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꽃피는 것이나 여름의 신록은 기억 나지 않는다.

같은 장소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르다.


 단 하나의 노래만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게 아니라 견디는 것일게다. 비틀즈의 삶의 하루를 여러번 들으며 부유하는 나의 하루를 가늠해본다. 

 몇일전 비가 오는 심야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가며 비에 번질거려 희미해진 차선에 필사적으로 꿰어맞추며, 의식과 무의식을 오갔다. 기합을 넣어가며 다독였다. 매몰차게 나를 몰아부치지 못한것을 후회하며 위험천만하게 질주했다. 반수면 상태는 고통스러웠다.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을때, 나는 쓰러졌고 아침까지 이어졌다.  삶에 뒤척이며 무의식의 무언가가 나를 부디끼게 한다. 그것은 욕망과 기대가 불러온 부서진 부스러기와도 같다. 진정한 꿈이 없었다는 사실이, 바람처럼 내옆을 스치며 흘러가는 삶에 사뭇, 부끄러워진다. 아마도 확고한 꿈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를 하루를 견디며 번뇌하는거 아니겠는가. 내게 새로운 멜로디가 넘실대어 흘러나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꿈을 깬다. 그리고 A Day In The Life 를 살아간다. 


 당신의 진짜 꿈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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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사진. 네이버 캐스트


 기타를 좋아하는 내게 지미 헨드릭스는 절대적인 우상일 수 밖에 없다. 문신을 한다면 나의 왼팔엔 지미 헨드릭스의 초상을 새길것이다. 바늘과 피가 무서워 그럴일은 없겠지만, 마음만은 굴뚝이다. 


 지미 헨드릭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다. 1971년 27살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정규 앨범 3장 외로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지금도 여전히 발굴중이다. 최근에 미발표곡을 모은 앨범이 2차례나 나왔고, 무수한 레코딩 세션 음원이 다양한 편집 음반으로 출시된다. 뭐 별다른 연습도 없이. 녹음실에서 그냥 합주한 것이 너무나 훌륭한 음악으로 탄생되고 기록되어 지금까지도 일렉트릭 기타의 영원한 교주로 추앙받고 있다. 


 이 앨범은 지미 헨드릭스 밴드의 첫번째 음반이다. 지미 헨드릭스는 미국 시애틀 출신인데, 당시 미국의 흑인은 인간취급 못받는 상황임에도 천재적 기타 실력으로 백인 뮤지션들 위에 군림했다. 미국사람이지만 먼저 영국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미국에 소개 되었는데,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에 보면, 지미 헨드릭스가 처음으로 런던의 클럽에서 연주하던 모습을 엄청난 충격으로 묘사한 부분이 있다. 에릭 뿐만 아니라. 피트 타운젠트. 지미 페이지. 제프 벡. 키스 리차드, 조지 해리슨. 등등이..듣도보지 못한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고 입이 쩍 벌어져, 뭐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다 있냐란.. 기타를 물어뜯어 연주하질 않나. 다리사이에서, 머리뒤로 뒤집어서 곡예하듯 연주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충 치는 듯한 연주 모습을 넘어, 음악 자체가 너무나 경이로웠다. 흑인들의 한이 담겨있는 영혼의 울림이 마음을 움직였다.


 지미 헨드릭스의 노래와 연주 모습을 보면.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보다는 그걸 그냥 가지고 논다란 느낌이 든다. 천재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 혁신을 이루거나, 별다른 노력없이, 엄청난 경지의 스킬에 도달하거나..일텐데. 그런 면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천재의 전형이다. 


 기타의 전기 신호를 증폭해서 앰프와 스피커에서 울리는 일렉트릭 기타를 진정한 전기 기타답게 처음 사용한 이가 지미 헨드릭스다. 앰프의 볼륨을 최고로 했을때. 과출력의 찢어지고 일그러진 소리를 이용하고 심지어, 찢어진 스키퍼 콘의 더 괴상한 소리를 가지고 연주한다. 한마디로 소음을 가지고 음악을 만든 처음의 사람이다. 지금의 록음악의 징징,,즁즁 거리는 기타 소리의 효시는 지미 헨드릭스다. 스피커 콘이 찢어진 소리는 퍼즈 이펙트를 만들게 했고, 스피커 앞에 일렉기타를 갖다대어 피드백 소음을 음악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 소리를 가지고 (퍼플 헤이즈 같은)매력적인 리프riff 플레이를 들려주었고, 블루스를 넘어 하드록 헤비메탈 음악이 나아갈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너무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해서 구리다고 느꼈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의 천재적인 연주와 영혼을 울리는 노래에 끝도 없이 빠져들었다. 모든 기타리스트들에게 지미 헨드릭스는 일렉트릭 기타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 이 앨범은 블루스를 넘어 록음악이 가야할 지점을 너무나 혁신적으로 들려주고 보여준다.


 아침에 링크를 타고 유투브에서 펄프의 2011년 레딩 페스티발 공연 영상을 감상했다. 감동에 겨워 심장이 떨렸다. 다시 재결성 공연을 했었구나 라는 뒤늦은 회환의 반가움. 내겐 90년대의 밴드들 음악에서 청춘의 노스탤지어를 너무 진하게 느낀다. 10대와 20대 사이에 들었던 모든 음악은 감성의 8할 이상은 차지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90년대의 브릿팝 장르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의 정체성은 내가 열광했던 뮤지션들의 사상과 태도, 감성과 패션에서 많은 부분 이루어진다. 


 90년대의 브릿팝은 제2의 브리티쉬 인베이젼(영국의 침공)이라 불릴정도로 기라성 같은 밴드들의 전성기 였다. 스웨이드, 블러, 오아시스, 펄프, 버브,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 라디오헤드 등등의 음악은 60년대 비틀즈의 영광을 세분화 시켰다. 나는 90년대의 브릿팝을 통해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 뿌리를 찾아 차츰 클래식 록.. 블루스를 듣게 되었다. 이제는 90년대의 음악은 새로운 모던 클래식이 되가고 있는 것 같다. 전성기의 15~20년 후, 중년이 되었지만. 음악의 에너지와 열정만은 여전했다. 레코드. 청춘의 열기를 봉인시키는 작업. 그들이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 노래들을 연주하는 순간은 젊음의 엑기스를 들이마시는 것일 게다. 



- It, 1983

- Freaks, 1987

- Separations, 1991

- His N Hers, 1994

- Different Class, 1995  <--

- This Is Hardcore, 1998

- We Love Life, 2001


 펄프는 영국 쉐필드에서 보컬 자비스 코커에 의해 결성되었다. 1977년 자비스가 15의 나이에 밴드를 만들었고, 이런저런 멤버 교체후 6년만에 첫 앨범이 나왔다. 스쿨밴드에서 시작해 무명의 시절을 거쳐, 이름을 알리게 된 시점은 1994년 네번째 앨범 부터다. 그리고 한해 후, 이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 앨범부터 대박을 치게 된다. 그들이 전국구 스타가 된 계기는 199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발의 헤드라이너로 성공적인 공연을 하면서다. 원래는 스톤로지스가 그날의 헤드라이너 였는데, 갑작스레 취소되어 그 대타로 섰던 무대에서 그들의 오랜 무명 생활을 극적으로 역전시킨다.  


95년 이래로 자비스는 음악,연예관련 모든 잡지 표지를 도배하다시피 한다. 190 정도의 키에 삐쩍 마른 몸매. 고도 근시의 눈과 돋보기 수준의 뿔테 안경. 좀 찌질해 보이는 듯 하지만. 핸섬하며, 연약한 듯 하지만, 무대에선 미친듯 발광하는 또라이 기질.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의 가사다. 독특한 삶의 궤적과 감성을 위트어린 슬픔으로 버무려, 일상의 숨겨진 비수를 끄집어 낸다. 중얼중얼 이야기 하는 노래 가사는 일상의 보편적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시로 승화시킨다. 실업수당을 타며, 찌질하거나 궁색했던 삶의 경험들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찬가 같이 다가온다.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은 너무나 다 좋아서 마치 베스트 음반을 듣는 느낌이 든다. 커먼 피플이나 디스코2000이 대표곡이긴 하지만, 소위말하는 명반들은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들었을때, 감동이 밀려온다. 뭔가 경쾌하고 싸구려 디스코의 경박함의 기운아래 보석같은 멜로디와 가사는 펄프만의 개성을 대중 예술로 만들었다. 


 뛰어난 음색과 가창력을 가지진 않았지만 자비스의 보컬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비음의 저음과, 버거운 고음의 애절함은 삶의 무거움의 아둥버둥을 그 자체로 드러내는듯 하다. 또 무대에서의 제스춰와 모션등은 스타의 그것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풋내와 가까워 보인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자비스의 인터뷰를 통해서 켄 로치 감독을 알게 되었었고, 나는 펄프의 음악과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그들은 나의 우상이다. 




 오늘 이 앨범을 반복 청취하면서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매력에 빠져본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낸 최상의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펄프는 메가 히트의 이 앨범 다음으로 또다른 명반인 디스 이즈 하드코어를 발표했다. 

 근래에 자주 가는 목욕탕이 하나 생겼다. 이 목욕탕에 발길이 가는 이유는 다른곳 보다도 뿌연 수증기 안개가 많기 때문이다. 탕에 들어서면 온탕과 열탕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은 안개에 쉽싸이게 된다. 습하고 따스한 증기 안개에 체감적으로 포근한 안정감을 얻는다. 뜨거운 온탕에 앉아있다 보면 근원적인 회기 성향이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기 때문에 목욕탕을 오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뱃속 따스한 양수의 포근함을 그리워 하는거 아닌가 하는.. 여하튼 반신욕을 하며 안개에 싸인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이 뿌연함이 나를 보듬어 주는 것을 느낀다. 안개속에서 나는 '유레카'를 외치기 위해 반어적으로 생각을 비우고 다시 정렬한다. 


 안개속에서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목욕탕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몇 번 그 남자를 보았다. 책을 읽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남자였다. 내가 냉탕과 온탕, 사우나를 들락거릴 동안, 남자는 지긋히 앉아서 책에 빠져들었다. 뽀얀 안개 속에서 들어앉은 그의 뒷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풍경이 떠올랐다. 내 눈에 그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사진을 찍을 순 없고, 그저 그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흔 중반은 되어보이는 그는 책을 읽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살아있는 그림이 되었다. 


 언젠가 뉴욕의 겨울밤, 뉴욕대 건물이 밀집한 워싱턴 스퀘어 공원 쪽의 브로드웨이 상에 위치한 조그만 서점을 구경했던 일이 있다. 반스앤노블 같은 쾌적함은 없지만, 작지만 꽤 깔끔했다. 여든살은 너끈할 정도의 백발의 백인 노인이 쭈글쭈글한 손으로 문장들을 짚어가며 책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대단한 인상을 받았다. 어떤 위시감 이랄까. 온화하게 집중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평온해졌다. 그가 입은 낡은 회색 스웨터는 평생 소박한 삶을 추구했던 자의 증명과도 같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왠지 유명한 석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언젠가는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어느날 아침 자동차로 방랑하며 보았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맑고 건조한 공기속에서 아침 태양이 빛을 비추었고, 영화속에 나올법한 집들과 한적한 거리의 풍경들. 이른 아침에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중년 여자의 모습이었다. 차에서 스쳐지나가는 풍경이었지만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 날 아침 방랑의 여행에서 고독을 메만져주던 풍경이었다.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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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  (0) 2011.11.29



 우연히 본 이 작품에 왜 이렇게 마음이 동요되는지, 봄을 맞아 나의 유토피아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소식을 들은적 있다. 감독이 촬영 현장을 이탈한 사건. 그게 이 영화였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주연배우 김윤석 과의 갈등이라고 들었다. 배우의 월권행사가 심했었던듯. 영화를 보면 알겠지지만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 아버지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영화의 크레딧 시나리오에 김윤석의 이름이 올려져 있는거 보니, 막판에는 김윤석의 주도로 찍었다는게 얼추 신빙성이 있어진다. 


 사실 이런 내분의 분파를 겪으면서 좋은 작품이 절대 나올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은 예외다. 원래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소설이 훌륭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잘 살려낸 연출과 감초들의 자잘한 연기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후반에 삐걱거렸을지 몰라도 애초에 준비를 많이 한 영화라는게 느껴졌다. 아무튼 흥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가 잘 되었고, 나는 이 영화의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어 원작 소설까지 후두룩 읽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의 눈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일도 안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집에서 뒹글거리기나 하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과는 한참이나 멀다면 얼마나 열등감이 많을까. 또 국가의 모든 제도의 강제를 거부하는 투사적 면모 때문에 어디서건 분란을 일으킨다면, 꽤 심정이 복잡할 것이다. 주된 시선은 이 중학생의 시선으로 본 나와. 우리가족의 성장기 같은 것이다. 거기엔 우리가 잊고 살지만 중요한 인간의 가치들이 속속들이 스며있다. 


 아버지의 아나키스트적 행보는 극단적이긴 해도 심히 공감된다. 국가, 국민에 대한 거부. 겉만 번지르르하고 그럴싸한 말이나 생각만이 아닌, 실천과 행동은 이 작품의 전체를 올가메며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극단적인게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추구는 사회나 국가의 일반적인 통념과 충돌하기 마련인거고 자신의 삶을 타협하지 않는, 현대자본주의 생활의 (은퇴한) 체 게바라 같은 인물이 나온것이다. 


 그러한 아버지 밑에서 세남매의 아이들은 평범한 가정을 소원하지만, 아버지의 굳은 신념과 가치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고, 아이들도 점차 무엇이 옳고 좋은 삶 인지를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이미 어머니는 그러한 아버지를 사랑했던거고, 어떠한 역경에도 함께 의지하며 같이 한다. 내겐 이 어머니의 역할이.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깊었다. 진짜 부부란 이해타산이나 해야만 하는 결혼의 제스처가 아니라 이렇게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일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들섬으로 이사한 가족이 전기도 안들어오는 낡은집을 수리해서 사는 모습이었다. 천혜의 자연속에서 평온하고 자급자족의 삶은 유토피아란 이런것이다 라고 말해 준다. 아마도 이런 장면들이 주는 무언의 메시지들이 좋은 삶, 행복한 가족은 무엇이란 것을 상기시킨다. 


 


 

 해마다 프로야구 개막일은 기분이 좋다. 어제의 차가움은 뒤로하고 꽃이 만발하는 와중, 프로야구는 팀당 128게임? 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어제 늦게 잤기 때문에 오전까지 피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멍때리며 두산과 삼성의 경기를 보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두산 베어스 이고. 그 외로 좋아하는 팀은 아니 호감에서 비호감의 팀들을 순서대로 말하자면. 넥센-한화-롯데-LG-기아-삼성-SK 이다. 신생팀은 아직 잘 모르겠음. 


 1회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를 상대로 두산 타자들이 안타를 쳐서 차곡차곡 만루가 되었고, 투아웃 만루에서 오재원이 끈질기게 승부하다 큰 외야 타구를 쳤고. 펜스를 가까스로 넘어갔다...만루홈런.. 개막전에 만루홈런이라니...왠지 올 한 해 예감이 좋다. 팀을 떠나 개인적으론 배영수 선수를 좋아하는데 너무 힘겨워보였다. 4회인가 또 한번의 만루 기회에서 김현수가 완벽한 홈런 타구를 날렸다.. 한게임에 두번의 만 루 홈 런..와우 정말 통쾌하다. 배영수는 쓴웃음을 지어보였고, 그래도 그가 올 한해 잘 하리라 빌었다. 


 경기는 두산이 9:4 승리. 점심을 해먹으며 끝까지 다 보았다. 아주 기분좋은 경기였다. 타 팀의 결과는...넥센이 기아한테. 한점차 역전패를 당했고, 나머지 팀들은 한화.LG가 이겼다. 넥센만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목동야구장에서 넥센 두산전이 열리면 몇번은 가서 두산을 응원하는 나로서는 두산이 온리 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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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대중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면, 이 영화는 무척 재밌을 것이고, 더더욱 연애에 신통치 않거나, 꿈과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고, 일상의 굴레에 갇혀있다면 무척이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주인공의 직업이 음악광에 레코드 가게 사장이니까, 영화의 밑바탕엔 음악이 깔려있고, 제목 또한 음향에 관련된 것이다. 음질 관련해서 하이 파이. 로 파이 할때..그 High Fidelity. 직역하면 고 충실도. 은유해서 촘촘히 메워진 삶의 어떤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진정한 어른이 아닌 사람들의 성장기 이다. 


 근데 한글 제목은 손발이 오글거릴 유치한듯 하지만 또 언뜻 좋게 생각해보면 영화를 잘 함축한 것도 같다. 그러나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한글 제목 때문에 영화가 평가절하 되거나 홍보에 있어서 마이너스가 된듯 하다. 


 좀 예전에 봤었고, 당시 닉 혼비의 원작 소설도 읽었었다. 그런데 근래에 다시 본 이 영화의 주인공에 대한 생각은 예전에는 그 캐릭터에 공감이 많았다면, 지금은 왜이리 찌질하고 미성숙한 인간으로 보이는지, 내가 그동안 변한건가.. 아님 그런면을 부정하려는 관점의 차이인가.. 


 닉 혼비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항상 그와 같다. 몸의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어린이와 같아서, 그것도 모른채 자기 세상속에서 어린 왕자로 평생을 살아가려는 어른의 환타지와 현실의 충돌속에서 한발짝 성장한다는 이야기. 대표적으로 이 영화와. '어바웃 어 보이' '페버 피치'가 그랬다. 작가 본인이. 음악광이자, 아스널 축구팀 광팬으로 본인의 이야기가 녹아있고, 현대의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모든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와 주제이다. 각자의 섬에서 벗어나 세상과 타인과의 교류속에서 삶은 있는거라고..


 원작 소설 보다야 못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참 므흣해진다. 주인공 존 쿠삭도 좋지만. 레코드 가게의 점원인.. 대머리 소심남과..마초 또라이 잭 블랙의 감초같은 연기. 그리고 무수한 음악 이야기들. 단역으로 팀 로빈스 나 캐서린 제타 존스. 그리고 존경할만한 록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등장도 반갑다. 

 

 영화의 시작은 존 쿠삭의 애인이 이별 통고를 하고 떠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음악이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것일 수 있는, 순위 매기기.. 자신의 옛 연애를 처음부터 되집어 보는 주인공. 자기의 인생은 뭐부터가 잘 못 됐을까.. 이별의 경험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고, 그는 생각만이 아니라 직접 그녀들을 찾아나서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존 쿠삭은 직접 카메라를 향해, 관객에게 말을 한다. 자기애가 투철한 사람들이 하는 작법이다. 우디 앨런의 연출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성찰하는 존재로서의 한 소심한 인간을 코믹하게 잘 그려내었다. 질투하고, 이율배반적이고, 비참한 인생을 노래하는 음악에 저당잡힌 이상한 남자들. 음악을 통해 진일보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영화의 첫부분 대사.."불행해서 노래를 듣는 걸까? 아님 노래를 듣고 불행해지는 걸까?". 요 는 변화할 노력조차 하지 않는 무능과 무지이고, 현재의 삶을 개선시킬 비전의 부재와 안주하는 정신이다. 


 이러한 남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야말로 좋은 여자이다. 자신의 무능을 증명해줄 거절이고 찌질함을 밝혀줄 거울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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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은 어제의 포근한 봄의 기운 보다는 가을의 쌀쌀함이 더 어울리는 스산함이 내려앉았다. 한강위를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부지런히 서쪽 하늘로 날아다닌다. 완벽한 대오를 이룬 새들의 모습에 균등한 집합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물위에 쉴때는 그냥 무수한 점 들 일 뿐이지만, 여기에서 한 철을 나고 어디론가 새로운 삶의 환경으로 이동할 때에는 조직을 이뤄 비행하는 장면이 흐트러짐이 없다. 새들도 그러할진데, 우리의 삶속은 하늘을 나는 새의 마음과 처신을 통해 깨닫아야 할 것이다.  자유와 책임. 목표와 실천은 어디론가 떠나는 자의 숭고한 비상이 일깨워준 것이었다.


 부주의한 작은 사고가 자칫 나와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폭풍으로 작용될 수 있는지를,, 가슴 졸인 사건이 있었다. 


 어제 일행 셋과 수락산으로 등산을 갔다. 봄이니만큼 사람이 무척 많았다. 줄줄이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서 오랜만에 산의 떠들석함과 부산함을 즐겼다. 맑은 햇빛과 적당한 기온은 몸과 마음의 적요를 거두었다. 정상을 향한 가파른 바위가 시작되는 지점 언저리에서 간단한 식사를 위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 아래 곳곳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희희낙낙 산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한참 요기와 회포를 풀고 있는 사이, 바위위에 꺼내놓았던 파워에이드 캔과 사과를 집으려는 찰나, 파워에이드 캔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 바로 옆 낭떨어지로 떨어졌다. 순간 캄캄해졌다. 5초간 일행을 멍하게 쳐다보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쳐다봤다. 10미터 아래 사람들이 나를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연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내가 묻기도 전에 아래에서 사람 안 다쳐서 다행이지 큰일날뻔 했다고 했다. 정말 십년감수 했다. 누군가의 머리에 맞았으면, 죽었을 것이고, 나는 아마도 과실치사로 감옥에 가겠지. 산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을수 있는 것이었다. 미드 '식스핏 언더'에서 매회 처음으로 일상의 어이없는 죽음을 보여주듯이 사소한듯 죽을 이유가 일상엔 언제든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찰나의 실수와 찰나의 행운에 지금 이렇게 일상을 영위하며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신께 감사한다. God bless you.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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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잠 자기전 물먹으로 내려간 사이, 잠시 TV를 켜니 EBS방송에서 하고 있었다. 한번 본 영화였지만 일어날수가 없었다. 그동안 영화로 많이 보았던 홀로코스트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만나고 알아보는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까. 고등학교때 쉰들러 리스트의 감동보다도 지금의 이 영화의 여운의 깊이가 진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 안에서 보느냐, 제3자의 관찰로 홀로코스트를 보느냐의 차이인것 같다. 실제 경험과 사실 기록의 재현은 엄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그 당시에 가족이 몰살당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 영화는 폴란스키 감독만이 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영화 이상의 작품이 되었다. 


 전쟁상황하의 절대폭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게 자신의 생명을 잃어버리는지, 다시한번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느끼게 한다. 벌레가 된 인간들이 어떻게 죽어가고, 미약한 생명을 이어갔는지,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주어 참 숙연해진다. 한 예술가의 살기 위한 처절한 과정은 대단한 영웅주의를 말하는게 아니라 인간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가 다른 동지들이 저항하고 반란하며 죽어갈 때 조차 숨어서 바라보는 그의 행동에 돌을 던지지만 나는 그가 그답게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독일군 장교와 맞닥뜨려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그는 예술로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의 용기였다. 한줄기 빛이 그의 머리에 비춰지고 그는 구원받았다. 



 어릴적 개미를 관찰하며 간혹 일개미들을 손가락으로 짖눌러 죽이듯이 게토안에서 독일군은 맘내키는대로 유대인을 죽인다. 그런 상황안에서 영화 내내 주인공이 어떻게 발각될지, 먹을게 없어 삐쩍 말라가는 모습을 보며 스릴러 영화 같은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무척이나 사실적이고 담담한 긴장인데, 후반부에 와서 저 말끔한 독일군 장교를 맞딱드릴땐, 내 심장이 멈추는듯 요동쳤다. 마지막 순간일 수 있는 그의 연주는 모든 기력이 빠져나간 영혼의 순수한 결정체 였고, 그리고 희망의 빛이 그를 비춘다. 





 어떻게 저런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 냈는지, 영화 예술의 진면목 이었다. 그는 살아서 80이 넘어 죽었다. 모든 황폐함은 삶의 의지를 꺽을 수 없었다. 운명과도 같은.. 


p.s  어릴적에 나찌 독일군들의 군복과 군장맨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선전,선동의 대가이며 군대를 선망할 수 있는 미적 이미지를 높이기위해  미대 출신인 히틀러의 지시 아래 휴고 보스의 디자인 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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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KBS2에서 방영한 X-파일 을 마지막으로 외화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더 어릴 때에는 많은 미국 드라마를 티비에서 해줬으니까 어떤 향수어린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케이블 채널이 생기면서 더 많은 외국드라마 들이 밀물처럼 방송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관심이 안 갔다. CSI나 프랜즈, 프리즌 브레이크가 유행일 때도 별 흥미가 없었다. 난 사람들이 미드. 미드 그러길래 심야에 하는 방송, 미드나잇을 줄여서 미드 라고 그러는줄 알았다. 그러니까..야한것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럼 일드는(yield?) 착한 방송을 말하는 것이냐..이런 미련한 놈. 


 쓰다보니 비슷한 곰탱이 같은 일화가 생각나는데, 예전에 얼마간 만나던 분이 핫요가를 다닌다고 했다. 강남거리를 걸으면서 붉은 네온 싸인으로 핫요가 간판이 많이 보였고, 나는 핫의 의미를 섹시한 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야시시한 동작을 하거나, 야시시한 옷을 입고 하는 신종 요가인가 보다 했다. 얼마후에 나의 오해가 민망하게 풀어지긴 했지만. 간혹 나의 센스없음은 비참을 부른다. 


 어쨌거나 얼마전 지인들과의 대화중, 미드 이야기가 나왔고, 식스핏 언더를 허벌나게 강추했다. 영화에 대한 조예가 깊은 분인데. 자기는 2시간 짜리 영화가 담아낼 수 없는 어떤 묵직한 감동을. 이 식스핏 언더의 최종회 까지를 보면서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하지만 최종 시즌6까지.. 1시간 짜리 총 70여편의 분량이었다.(이게 맞나?) 좀 망설여졌다. 


 아무튼 제목이 시사하듯이..장의사 가족의 이야기 란다. 어쩌면 오히려 별로 흥미롭지 않은 소재로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봐도..최고의 미드 라고 칭찬이 자자했고, 그 당시 주요상을 휩쓴 유명한 작품이었다. HBO제작 이었고, 일단 시즌1, 13편을 다운받아 보았다.


 


 쭉~ 연달아 본 것은 아니고, 나름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보았다. 나름 이것도 좋은 휴식이었다. 장의사 가족의 이야기이니까. 어떤이의 죽음으로 항상 시작한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불현듯 찾아온다. 삶과 죽음은 밀착해 있다. 그래서 어둡고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죽음이 일상이 된 가족의 세밀한 이야기들이다. 매일 자신의 삶의 고민에 힘겨워하고 가족들과 부딪히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의 사연은 나름 재미와 어떤 자각을 준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우리네의 모습은 그 장의사 가정의 독특한 정서 구조와 사연과 다를게 없고, 오히려 삶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간혹, 얼굴이 함몰된 시신의 모습같은, 내겐 보기 힘든 장면이 나오나, 정서상 전혀 공포를 조장하는게 아니라서 봐줄만 하다. 오히려 둘째 아들 데이빗의 동성애 장면이 좀 오글거리게 만든다. 

 죽음을 대하는 미국의 장례문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이해할수 있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앞으로 더 보게 된다면 무엇이 느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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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랬만에 선물용이 아닌 나를 위한 음반을 구입했다. 이장희의 베스트 음반 인데, 이것은 새롭게 연주하고 노래한 것으로 곡의 발표는 옛날이지만 현재의 이장희의 목소리와 최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곡의 선별과 구성도 완벽하다. 첫곡 '그 애와 나랑은' 부터 마지막 곡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까지 50여분이 감동의 행복으로 가득하다. 


 설특집으로 MBC에서 방송한 공연 이장희 스페셜 '나는 누구인가'의 공연을 효시로 현재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공연을 앞두고 새롭게 제작한 음반인 것이다. 기타는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맡았다. 무엇보다 장년의 이장희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다. 영기가 충만한 지혜로운 노인에게서 풍겨나오는 청춘의 울림인 것이다. 


 대자연을 사랑한다는 그의 삶은 자유를 갈구했던것 같다. 자유는 믿음과 책임이 밑바탕을 이루어진 것일텐데 이것이 없다면 방종일 것이다. 조영남이 _~도사에 게스트로 나와 이장희는 남자중에 남자라고 했다. 그의 노래와. 방송을 통해 그의 삶을 엿들으니 내가 봐도 그는 정말 멋진 남자였다. 내가 앞으로 닮고 싶은 그 어떤 것을 느꼈다. 김훈의 글과 이장희의 노래는 최근에 내게 큰 영향을 준 것이었다. 자기회의에 빠져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을때, 큰 용기와 위로를 준 것이다. 


 사랑하고 이별했고, 자기 삶을 관조하고 자연을 찬양하며, 남겨진 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의 음악은 누구나 좌절과 상처는 있기 마련인, 오해와 미련의 늪에서 헤쳐나와 남자답게 저벅저벅 걸어나가라는 희망어린 찬가 같다. 적어도 내게는..


 모든 가사가 주옥이지만, 그 중. '불 꺼진 창' 과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가사를 적어본다. 


 지금 나는 우울해 왜냐고 묻진 말아요

 오늘밤 나는 우울해 그녀 집 갔다 온 후로

 오늘밥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

 희미한 두 사람의 그림자를 오늘밤 나는 보았네


 누군지 행복할 거야 무척이나 행복할 거야

 그녀를 만난 그 사내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네

 불 꺼진 그대 창가에 오늘 난 서성대었네

 서성대는 내 모습이 서러워 말없이 돌아서 왔네

 

 말없이 돌아서 왔네 말없이 돌아서 왔네

 말없이 돌아서 왔 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나 드대에게 드릴 게 있네

  오늘밤 문득 드릴 말 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 내 사랑을

 

  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 할 게 없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오늘밤 문득 드릴 말 있네


  터질 것 같은 이 내 사랑을 

 삼일절 휴일. 예상치않게 공연을 보게 되었다. 합정 메세나폴리스의 인터파크 아트홀에서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이었다. 그 아우들은 밴드..(출연순서대로) 안녕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맨틱 펀치, 트랜스픽션, 옐로우 몬스터즈 였다. 그리고 이승환.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단 한 팀이었다. 트랜스픽션은 역시나 밥맛없음 이었고, 나머진 잘 모른다. 


 일단 생긴지 별로 안된 이 건물의 공연장은 작지만 사운드는 훌륭했다. 홍대앞 롤링홀이나..상상마당 라이브홀 보다..더 좋으니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최적인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록 공연이지만 스탠딩 관람은 이제 좀 꺼려진다..나이가 들어서인지 록 공연이라도 앉아서 보는게 좋다. 무려 4시간 이상을 서서 감상하다 보니 허리가 천근만근..


 줄 설때 부터 보아하니 관객의 90퍼센트 이상은 여자들. 스탠딩 구역도 크지 않았고, 내앞에 키가 크지 않은 여자들이 대부분이라 관람 시각이 너무 쾌적했다. 최신의 공연장 이래서인지 공기도 먼지가 많지 않은듯했다. 나만 빼고 다들 이승환의 매니악한 팬들인 듯. 그들은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각각의 밴드들이 나올때마다, 너무나 열심히 호응해 주었다. 나는 보리밭의 고개숙인 벼 같은 느낌..


안녕 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역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록의 영웅들이 보여주었던 모든 액기스를 농축한 훌륭한 공연이었다. 지미 헨드릭스처럼 기타 물어뜯기 주법. 피드백..더 후 의 피트 타운젠트 같은 기타 돌려치기..던지는 퍼포먼스..지미 페이지 같은 모션. 짐 모리슨 같은 몰아일체..결국 피트 도허티 같은 젊은의 광기가 녹아있는 공연이었다. 


 그 뒤 나온 로맨틱 펀치란 팀도 잘했다. 탑밴드 2에 나와서. 프린스의 퍼플 레인을 멋지게 커버하며 유명해진 것 같던데, 꽉 찬 밴드 구성에 키작고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 무대를 장악하는 기이한 매력을 발휘하였다.  


로맨틱 펀치

트랜스픽션


 지루한 공연은 트랜스픽션, 자아도취, 이상외모중독?에 빠진 보컬의 록스타 병에 내심 왔더뻑이 외마디 비명처럼 연실...흘러 나왔다. 모든 눈빛, 표정 하나 음악이 아닌 80년대 록스타의 허세가 쩔은 그 보컬은 진솔한 열정의 노래가 아닌, 패션으로서뿐인 록 이었다. 지 멋 대로 사는게 욕먹을 짓은 아니나, 음악은 결국 소통과 교감..(정서의 공감과 반향) 이 중요한 것이니..더 이상 얘기 하면 프릭이나 패곳을 입에 달고다니는 꽉막힌 보수주의자처럼 보일테니.. 앞으로 나의 보수적인 면은 최소한의 상식이란 측면에서 기능하면 좋겠다.


옐로우 몬스터즈

이승환


 옐로우 몬스터즈는 메탈리카와 그린데이를 섞은듯한 막 달리는 음악. 바로전의 밴드인 트랜스픽션 때부터 몸이 힘들어졌다. 계속 과포화 상태의 사운드를 내세우는 밴드들의 음악을 듣다보니, 소음에 무감각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댐핑강한 킥 드럼과 베이스의 저음에 라이브 음악의 현장감을 느끼지만 세시간 넘게 듣다보니 내심 별 감흥이 없어졌다. 


 그렇게 지쳤을 무렵. 드디어 이승환이 나왔다. 역시 클래스가 다른 모습이었다. 낭랑한 목소리. 일단 마이크를 활용하는 모습이 노련했다. 자신의 음색, 음정에 맞게 마이크의 거리를 조절하는 모습이나, 발성처리가 뭐 잘은 모르지만 프로였다. 그리고 관객들의 호응과 참여도는 신기했다. 노래의 특정 부분에 맞춰 코러스 합창을 하거나,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는 퍼모먼스를 하는등. 이승환이 살짝 교주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의 회사 드림팩토리도. 그런 골수팬이 없었으면 가능도 못했겠지.

    

  어쨌거나 이 공연의 취지는 맘에 든다. 자신의 팬덤으로 이승환과 아우들이란 제목으로 실력있는 인디밴드들을 더 알리고. 지원하는 그런 모습..가요계에 선배라면 그렇게 해야 될 것이다. 나가수나 열린음악회에 나오는 록 가수들과는 급이 다른 모습이었다. 어쩜 진정한 프로. 그런데 진정한 프로는 내일의 공연을 위해 단 하나의 앵콜을 하지 않는다는거..ㅋ


 뭐 나야 상관없지만 그 많은 여자들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눈이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진짜 프로 맞다...


 공연장 밖에는 팬클럽 회원이 마련한 다과와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단 대단)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뱅크시 다큐 영화 제목중) 가 미술 전시의 상업적 행태를 조롱하는 말이라면, 이건 정말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였다.그것도 형식치례가 아닌. 고급 떡과. 작은 호두 파이, 프로폴리스 치약을 가졌다. 공연비의 절반은 리베이트 한 느낌이다. 

 나는 앞으로의 문화가 이런 소규모의 팬덤 문화가 더욱 다양화 되리라 본다. 그 반대로 거대 미디어자본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고 그 간극은 취향의 존중으로 메꾸어야 한다. 

 역사는 치욕을 기록하지 않는다. 나라나 개개인이나..반쪽의 진실을 안고 살아간다. 온전한 삶과 역사는 그것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인과를 만들지 않겠노라고. 이상을 가지되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 김훈의 남한산성과 칼의노래를  속독하고..


 위 글은 책 카테고리를 시작하면서 쓴 첫 글 이었다. 김훈의 대표적인 역사소설 두권으로 김훈의 글을 읽기 시작 했다. 그 땐, 글이 잘 적응이  안 되었었다. 그래서 속독으로 읽었었는데, 그 후 그의 산문 모음집인 '밥벌이의 지겨움' 이나 ' 바다의 기별' 을 읽으면서 글. 그러니까 문장 하나하나의 엄정한 힘을 느꼈다. 

 특히나 '바다의 기별' 은 절판된 책이 싼값에 살 기회가 있길래 선물용으로 여러권 구입했다. 다시 정독하면서 글이 가진 힘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 현재의 나의 문제. 고민의 조우가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았다고 할까. 아무튼 김훈의 글에서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처럼 멋있게 늙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 개정판이 나온 칼의 노래를 구입했다. 예전 책은 화가 오치균의 그림이 표지 였는데, 붉은색 표지로 바뀌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이순신의 난중일기의 감정이 배제된 사실에 입각한 엄정한 문장과 맞닿아있다. 행위의 사실에만 철저한 글이지만, 글 이란 것은 아무리 사실만 기록한다 해도 그 사람의 정서적 심미가 드러난다. 역사가 인정한 위대한 무인의 숭고한 내면을 그려내었다. 절박한 글의 힘이다. 절망의 시대에 이순신이 가진 내면의 엄정함은 현재의 우리에게 귀감이 되어준다. 수난의 풍경 속에서 또다시 꽃이 피고 살아가게 되는 그런 삶의 질박함을, 봄빛의 서늘한 바람같이 그려낸다. 

 

 울어지지 않는 울음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불덩어리가 내 몸 깊은 곳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것을 나는 느꼈다. 

 물러설 자리 없는 자의 편안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_ 책 속의 문장중.


 칼의 노래는 김훈을 대표하는 책이지만, 나는 그의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단편 소설 '화장' 을 추천한다. 최고의 소설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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