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미니 스커트를 입은 도서관 사서가 연애 시크릿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예약 도서가 있다고 말했고, 그녀는 모니터를 확인 후.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를 찾으러 갔다. 그녀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나는 연애 시크릿과 사랑의 역사 사이의 간극을 생각했다. 사랑은 환상이다. 인간의 동물성에 부여하는 정신적 허영이다. 그녀는 예뻣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결과를 낳지 않는다. 시각의 작용은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 이상화 된 사랑의 공간.. 우린 그 속에서 복제된 사랑을 꿈꾼다. 누구의 기억인가.
 사랑의 역사는 내게 건네졌다. 그 찰나. ' 당신에겐 그 책이 정말 필요 한가요? ' 라고 서로 묻고 있는듯, 시선이 오갔다. 나는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섰다. 사실. ' 아무것도요..'
 또다른 환상의 꺼풀이 드러나겠지요.. 차라리. 부비부비 클럽이나. 이태원 바의 찐득한 시선 에서. 허영의 풍선을 터뜨리는 일이 어떨까. 당신을 만지고 싶다.

 당신 앞에 선 깨끗한 거울 같이..나는 그렇게 서 있을께요.. 티끌이 뭍어 있으면..당신이 지워주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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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내내 비가 내린듯 하다. 맑은 하늘을 본지가 쏜꼽혀 진다.  초록의 싱그러운 열기는 우중충한 물기로 채워졌다. 서울에 수해가 나던 날 밤. 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안양천은 아직 범람하진 않았지만..군데 군데..이미 물이 잠겨와..물길을 가르며 달렸다. 그 소리는 마음을 경쾌하게 했다. 누가 보면..저런 미친놈..쯧. 했겠지만..간혹..이렇게 비를 흠뻑 맞는것도 육체와 정신엔 좋다. 쏟아붇는 빗물엔 적도의 뜨거운 맛이 있었다..방사능도 아주 조금은 포함되었을려나.. 자연의 샤워는 나를 어린아이의 본성으로 되돌려 버렸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붙치지 않을 편지 였지만. 붙쳐버렸고. 말끔히 지워졌다.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한웅큼의 긴장이 나를 감쌌다. 슬픔은 생의 긴장으로 대체되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거 맞나.. 엄연한 현실은 경이로운 벽 이었다. 그 차가운 벽..

 

 7월은 유독 길었던 느낌이다. 딱히 한것도 없는데, 7월초의 간간한 기억들이..꽤.멀게만 느껴진다. 장마는 인간의 감성도..길게 만드나 보다. 7월이 시작할 때.. 올해 후반기의 시작으로.. 전반기를 마무리 하며, 내일을 다짐했다. 왠지. 인생의 절반이 넘어가는 지점인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를일 이지만.. 대략..인생의 후반기 시작 이라는 포부 같은게 들어찼다. 20대 같이 비의 감성에 젖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예전의 나 보단 지금의 내가 좋다. 어쩃든 성장했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마음이 아프지만. 결국..난 극복할 것이다. 

 비가 다시 시작된 날.. 오랬만에 대학 동기 형 한테 전화가 왔었다. 친했지만. 졸업 후 딱히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 조금은 소원해진?  오랬만에 대학 친구 한테 전화가 오면..좀 불안하다. 작년에 전화 통화후 2주후에 대학 친구가 스스로 그랬던 적이 있어서.. 그런 기억 때문인지. 그 동기 형의 목소리가.. 어둡고 멀게 느껴졌다. 함 보자는 이야기를.. 요즘 바쁘다는 사실(핑계?) 로 무마했다. 통화 후..좀 후회했다. 조만간..내가 걸어야 겠다. 아마 그 형도..비가 오래 오다보니..옛 생각이 나서 였을 것이다.

 

 저 푸른 이파리들이 광합성을 하듯이 활짝 펼 것이다. 정신의 습기는 온데 간데 없이, 바삭 마른 나무가 되어 ..를 위해 불타오를 것이다. 내 삶은 이제 숨지 않는다.

 이 사진의 제목은 ' 동물원 관람의 적정 매뉴얼 ' 정말 정석의 포즈 아닌가..7월의 소년 소녀는 항상 맑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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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대책없이 구멍 뚤린듯 비를 쏟아내듯이. 마음의 빗장이 확 열렸으나. 그 마음이 가긴 가돼. 닿질 않는구나. 비가 그러하듯. 작은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생의 알량함을 핡퀴고 지나간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큰 포부를 심게 되고. 그 변화로 말미암아 인생은 가치 있게 된다. 쓰나미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 한번의 인생 무엇이 두려운가. 매일의,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참 흥미롭고 설레이지 않나.
 하늘에 태양이 떠도 눈은 바로 녹지 않는다. 마음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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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에서 음악이 없다는 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자비한 소음에서 나름 우리를 지킬 수 있는건 음악의 축복이다. 생의 흥겨움..흘러가는 이 순간의 하모니. 가 주는 뇌(정서)의 즐거움. 얼마나 큰 지복인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한 쪽 구석엔. 에릭 클랩튼 과 스티브 윈우드의 2008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을 보고 듣다 하고 있다. 60년대의 청춘들..천재같은 재능들..그들의 삶의 연륜이 뿜어내는 음악은. 절박함의 진수 같다. 뭔가..음악으로 표현 안 하면..미치겠는 그 정수..

 요즘 티비에선.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다. 어제도. 저녁 8시 9번에서 하는 글로벌 성공시대? 란 프로그램에서.. 나는 잘 모르는 나윤선 이라는 재즈 싱어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재즈 가수가 된..그녀의 삶은 참 멋져 보였다. (당연한건가..) 그녀의 노래가 궁금했는데.. 라이브 하는 모습이 지나갔는지 답답했다. 그녀의 노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인터넷서 좀 찿아봤는데 나중에 제대로 감상하고 코멘트를 해야겠다. 내가 직접 들은 노래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는. 웅산 과 한영애 씨의 노래 였다. 재즈는 잘 모르지만..언젠가 나윤선의 음악도..가장 인상깊은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탑밴드란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이트 플라워즈 란 밴드가 내 귀엔 대세다. 처음..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보고...한마디로 뻑 갔다. 정말 록은 저렇게 하는거야 라고 정의 내린다. 록의 전통에 맞닿아 있는 그들의 음악은..본질에 충실하다. 한대의 기타가 만들어 내는 프레이즈들은.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가 완벽해..그들의 기본을 잘 보여준다. 단지 보컬의 가사 전달력이 문제긴 하나, 음색 좋은 보컬 자체가 하나의 악기 파트가 되어.. 록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기지배들 취향의 이쁘장한 애들이 모던록을 한다는 것과 차원이 틀리지 않나. 나이가 들수록..시끄러운 하드록은 지양하지만..그보다 더.. 말랑말랑한 록은...정말..ㅜㅜ ( 밴드라기 하기엔 뭐 하지만..무슨 블루 라고 하는 옌예인. 그 놈 얼굴 보면 토 나온다. 이놈 드라마에도 나온다. 정말 싫다.) 나도 노엘 갤러거 처럼...무지막지한 독설을 퍼붓고 싶지만..아무튼 아직은..음악에 편견은 없어요..라는 말은 못 하겠다.

 오늘. 작년에 달빛요정만루홈런. 추모공연에서 받았던..그들의 미니앨범을 이제서야 뜯어서 들었다. 음악 되게 좋다. 특히 가사가..노래의 전달력이 무지 좋다. 이른 나이에 죽은 그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된다. 앨범의 속지의 땡스 투 에 쓴 글만 봐도...참..따스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란걸 알 수 있다. 안타깝다. 좋은 사람. 좋은 음악이 빛을 못 받고..이렇게 사라져가는게. 무상의 진리인가..너무 서슬퍼렇다. 솔직하고 진실한게 살아남아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는 그런 희망은 요원한 일일까..진정한 음악은 그런것일 게다.

 오늘밤. 나의 작은 날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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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밤. 장마 구름이 몰고온 어둠이 창 밖을 뒤덮는다.
 창밖을 서성이는 나그네의 마음.

 
 기억의 거울은 상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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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창 밖의 빗소리에 잠이 깨, 시계를 들여다 보니. 세시. 멀뚱멀뚱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그리워 뒤척이다가. 어느새. 일곱시. 여전히 비는 내리고. 어둡고 캄캄한 아침을 맞는다. 오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 빗소리를 실컷 만끽 하리라. 비야 비야 밝은 비야..무엇을 떠나보내려..이리도 오는구냐  무엇을 씻기려 이리도 오는구냐 나의 허물. 나의 나태. 저멀리 떠나가는구나. 사랑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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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뉴스에 이 영등포 집창촌 여성들의 시위가 보도 되었다.
타임스퀘어 란 거대한 쇼핑 타운이 생겼을 때. 이 오묘한 공존은 언제 까지일까. 란 비관적인 의구심이 들었다. 드라마틱한 풍경이었다. 돈의 욕망이 지배하는, 야누스의 두 얼굴. 색의 욕망과,  명품. 쇼핑이란 기호 가치의 욕망. 그 둘이 보여주는 풍경은 현실 풍자 디오라마가 따로 없었다. 

 매춘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인류의 역사에서. 매춘은 유서?가 깊다고 한다. 국가나 사회에서도 실질적으로 눈감아주고. 방임하나. 가끔. 법이라는 테두리로 기분 내키는 데로 휘두루는 공권력은 그것에 의지해 생계하는 성 노동의 제일 밑바닥 여성들만 피해를 보게 한다. 어느 시대건 창녀들의 수난은 그러했을 것이다.

 그동안 유착으로 눈 감아주던 경찰들은 거대한 쇼핑 타운 기업에 의해 하수인 노릇을 하는가. 매춘은 불법이라지만 이 영등포의 집장촌은 내가 살던 지역 남아들의, 어릴적 성적 호기심 속에서 꽃피우던 금지의 성역 이었다. 몇년전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금지의 성역을 매일 아침 자전거로 지나갔던 적이 있었다. 영등포에 있는 유명한 피부과 의원에 다녔었는데. 아침 마다. 이 거리에서 본 풍경은. 문학적 이었다. 흘깃흘깃 보는게 기분 나쁠까봐. 적당히 휑하니 지나가는데.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양장본의 두꺼운 책을 들고 읽고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었을까..그녀의 삶이 구경거리가 되거나 동정이 되는게 과연 타당한가. 타인의 삶에 내가 가치 판단을 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성과 사랑의 의미는 사회적 통념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방인의 시선이다. 속물의 이방인..

 그녀들의 퍼포먼스 시위는 그 어느 행위 예술 보다. 인상적 이었다. 삶이 유리 되지 않은 저항의 행위. 개념을 넘어선 몸의 행위는 떠 보려고 머릿속 창녀짓 하는 것 보단. 숭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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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주에 오랬만에 헌혈 차량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왜 여지껏 헌혈을 한번도 안했나..하는 의문에..봄날의 느즈막한 태양속에 비춰진 헌혈 차량의 모습은 과거의 기억을 들추어 냈다.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때 쯤. 방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내 또래 한 아이가 눈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런듯했다. 좀 더 큰 다른 아이가..접은 우산을 돌리고 가다..쇠 꼬챙이 같던 우산촉이 다른 아이의 눈을 찔른 것이다. 피와 눈물로 뒤범벅이 된 아이의 모습에 그 주변의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충격적인 이미지였다. 흐린 하늘과 회색의 공간들 속에 뺨을 타고 흘러 내리는 선붉은 피는 강렬했다. 그 아이의 고통이 한 층 배가되어 내게 전달 되었다.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아이의 눈에서 흐르는 피는 길게 남았다. 이 기억은 뾰족한 것에 대한 첫번째 시각적 충격이었던듯 싶다.

 주사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있겠지만.( 내 초딩2년 여자 조카는 주사를 아무렇지 않게 잘 맞는다..ㅜ) 나는 아주 끔직히도..무섭고 싫어한다.. 포경수술이나..잇몸에 맞았던 주사는 정말..생각하기도 싫다. 나중에 포경수술에 대한..진실. 또는 말도안되는 유래를 읽었을땐. 얼마나 분노를 했는지..
 
 대학 1년때. 남자들이 한쪽에 귀걸이 하는게 유행이었다. 포스트모던 문화의 유니섹스 코드가 이상하게 들어온 대표적 사례라고 할까..정확히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대학생이 된 멋 좀 부리는 남자 아이들은 꽤 귀를 뚫었다. 나는 그런 대중의 유행에 괸심도 없었거니와..당시 얼터너티브 록 (그런지 룩) 의 영향에서..그런 귀걸이는 번외였다. 내가 좋아했던 뮤지션들이 죄다 귀걸이를 했다해도..나는 못 했을 것이다. 쇠가 내 살을 파고드는게 무섭고..고통스러울것 같아서.. 같은 이유로..문신도 하고 싶은 이미지와. 확실한 이유. 신념이 있긴 한데.. 피가 두렵다..

 헌혈에 대한 좀 더 심정적인 거부감은. 고등학교때 짝사랑 했던 아이 때문이었다. 같은 입시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 였는데..뭐랄까..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올법한 여고생 이었다고 할까..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고. 단발의 청순한 이미지였다. 그 아이는 중학교 때 자살기도로 손목을 그었던 적이 있다고 했고..피가 나면 잘 안 멈추는 병?증상이 있다고 했었다. 4녀 1남의 넷째딸 이었는데, 뭔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애틋한 느낌의 아이였다. 

 요즈음 같은 날씨의 토요일 방과 후 미술학원에 가..뎃생을 하고 있었다. 얼마후에 그 아이가 들어왔는데.. 손에 피묻은 휴지를 꾹 눌러쥐고 들어왔다. 이유를 물으니. 신도림 역에서 헌혈 아줌마에게 끌려 헌혈을 하게 되었는데.(아마도 헌혈은 못하고..찌르기만 했었다고 했나? 아무튼) 화실까지 오는 내내 피가 안 멈춘다고 했다. 아..가슴이 많이 아팠다..분노가 치밀기도 하고..바보같기도 해서..그림이 안 그려졌다. 당시 내가 뭐 어쩠겠는가..흡혈귀 아줌마들에게 속으로 이를 갈수밖에..예민한 감수성의 시기였던 만큼 이 기억은..헌혈에 대한 증오심 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내가 헌혈을 안 한 거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사실은 단지 주사 바늘이 무서워서 그렇다고 말하기는 너무 단편적이다.. 알다시피 제도적..신뢰성? 염려..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그동안의 부정적 고정관념이 변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내게 바란다. 자신의 피를 기부..나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인 것이다.. 과연..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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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간혹 마시는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의 후유증? 이 상당하다. 카페인이 들쑤시는 기분..아주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문제는 잠을 푹 못 자는데 있다. 아무래도 나는 카페인의 내성이 보통 사람들보다 약한가 보다. 나에게 커피와 담배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아주 깊게 빠지지도. 거부하지도 못하는 그런.. 나는 중독이 아니면서..중독이 항상 두렵다.

 저번주 금요일 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 봄의 꽃들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랬다. 봄날의 비에 낙화한 꽃잎을 보며 청춘?의 소실에 가슴이 아렸다. 해마다 봄날은 가지만..유독 근래에..봄을 진하게 탔다. 경계에 서있는 이 기분..마음의 감기가 더 도지지 않길 바란다. 남자는 가을만 타는줄 아는데..봄도 탄다. 나이들수록. 여름만 있었으면 한다. 이젠 비오는 것도 싫고..태양에 널어둔 마음만이 행복하다. 

 주말 내내 마음의 습기를 없애려 열심히 운동장을 뛰었다. 평소보다 오버해서..허리 근육이 놀랬다. 허리가 아픈 반나절 동안. 서글펐다. 파스의 효험이 그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 상상으로 마음에도 파스를 붙였다. 심히 화끈댔다.

 오늘 아침. 일어날 때 쯔음 다행히도. 기분이 좋았다. 한순간 마음을 어떻게 먹기에 따라..나와 세상의 보여짐은 천국과 아수라를 종횡한다. 언젠가 꿈에서 노엘 갤러거 가 나왔었다. 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쉬크한 미소는 내게 위로를 건넸다. 경이로운 벽이 인생 자체이고 후회로써 뒤돌아 보지 않는 삶이 사랑 자체라는 것을 말하려는 듯 하다. 이 순간의 온전한 사랑은 완벽하다. 나는 이것을 즐긴다. 봄날이 간다. 또 봄날이 간다..벌들에게 물어보고 싶고. 별들에게 소원을 빈다.

 진한 커피 한잔은 이상한 글을 쓰게 만든다. 
 아마 다음날 아침..차라리 술을 마실걸..쯧쯧 그러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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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부터 동료 ..씨가 점 보러 갈껀데 같이 가자고 했다. 난 점 볼 생각은 없는데, 같이 가 줄 순 있다고 했다. 그러기를 여러번. 혼자가기 두려웠는지. 그동안 참아놨던. 그 싱숭생숭한 욕구가. 봄이 되서 터졌는지. 응암동에 점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예전에 다른데서 신점으로 소문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점집에서 2번 보았어서. 점 집에 대해 그리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같이 가줬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 아저씨 둘이 두리번 거리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점 집 앞에 섰다. 점 집 스러운 좀 허름한 빌라..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점 집은 거의 이런 식 인것 같다.

 가정집 안 거실에 들어서자 중년 여자가 우리를 맞이했고. 그 보다 어린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눈매가..예사롭지 않았다. 썩 기분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동료는 그 특유의 사람좋은 풍채의 허허~ 거리며. 점쟁이와 인사를 나눴고. 난. 뻘줌하게..쇼파에 앉았다. 그 둘은 안방으로 들어갔고. 난 그 퀘퀘한 눈빛의 여자와 거실에 남겼다. 눈을 안 마주치려. 괜시리 집안 구석구석에 과도한 시선을 보냈고. 그나마저. 약발을 다하자.. 동료의 가방에서 책을 꺼내 뒤적이다..졸려서..눈을 감았다. 안방에선..한 창..점 얘기가 오갔다. 그 집의 벽은 스폰지로 만들었는지..소리가 다 들렸다. 그러다가 잠깐 졸았다.
 
정신을 차려보니..이미 점은 끝나서 그 둘이 나왔고. 점쟁이는 작은 의자를 가져다 내 앞에 놓고 앉더니.. 내 관상을 보고..말을 했다..부모덕을 못 받았다느니..그동안 참 힘들었겠다..쯧쯧..그런 태도로..지껄였다. 내가 갑자기 동정을 받는 입장이 되니.. 그동안 정말 되게 힘들게 살아온 것도 같았다. 복채를 낼 사람도 아니니. 그냥..퉁 쳐보는 것인가.. 그래도 마지막 멘트는...뭐 그래도 올해는 여자친구는 생기겠네...쯧쯧쯧 혀를 차다. 동전 하나 던져주는 심사인가..

 참고로..나의 전반적 사주팔자는 분명 좋은편이다. 점의 미래 예측은 이젠 별로 신봉하진 않지만.. 인간의 사주팔자..오행.등..의 원리는 타당하다고 본다. 내게 별로 안 좋은 소리를 해대서가 아니라.. 방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전에 봤었던..점쟁이에 비해..야매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점쟁의들의 영향이. 정신과 의사와 같은 기능을 갖는다. 걱정과 불안을, 희망으로 기대로 만드는 사업.. 기댈곳 없는 미래의 불안에 정신적 위안을 가져다 주는..그런. 점의 효용을 적당히 긍정한다. 다만 미래의 예측에 너무 매달리지만 않다면.. 분명. 기분 전환이 된다. 미래의 불안 이라는 것도 현재에 충실하다고만 해서 없어지는게 아닌것 같다. 인간의 숙명 같은.. 삶의 경이로움은..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것에 있는게 아닌가.. 그것조차도 긍정 할 수 있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것일 게다. 

 동료는 매우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나섰고. 나는 옆에서 그런 그의 마음의 작용을 보면서 같이 와주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왠지 우리의 모습이 홍상수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 같이..된 꼴이었다. 동료는 나의 기분을 물었지만..나는 그냥 재밌다고 했다. 새로운 상황에 내가 들어가 맞닥뜨린 어떤 감정을 경험해 보는게 즐거웠다. 

 
 내가 처음 진짜 점을 본것은 서른살때 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바닥을 쳤을 때 였고. 예약 시간에 그 문을 열기 전까지..점을 본다는 것의 두려움으로 갈팡질팡했다. 문을 열었고. 한 시간 후에..그 집을 나갈땐, 큰 위로를 받았다. 친구가 그토록 추천해준 그 점 집은 신점 (신내린 사람) 이라고 했다. 내가 느낀바로는 평범하지 않은 분이었지만..전혀 인간적으로 불편하지 않았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완전히..꿰뚫고 있었고.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했다. 딱. 미래의 예측을 남발하는게 아니어서.. 점을 본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그러다 간혹. 점쟁이 답게. 비수 같이 과거의 일을 꼬집었다.

 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에, 나란 존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도움이 되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때. 충고 했던 부분이..원래의 흐름되로 진행 되었고. 조금씩 어떤 운명이니 팔자 라는 원리와..그것을 깨우치려는 강한 의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삶의 조건들을 내가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들이 좀 더 좋은 삶을 이끄는 관건이다. 그것이 자신의 사주와 상반되지 않은 이상..

 점은 미래를 맞추지 못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기 나름인데..마음의 의지가 문제인것 같다. 그 마음에 대해 내 타고난 사주와 어떤 관계인가를 들여다 보는것이다. 그 때. 마음을 잡지 말라고..그러니까..마음의 집착의 문제에 대해서..권고 했다. 현재 나는 내가 조절하기 힘든 마음의 반향에 대해 조금은 힘들어 한다. 원래는 이런 마음의 문제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잘 대처 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인연의 조건을 더 다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내 마음과 팔자가 박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것이 점이 주는 위약효과 인가..

 간혹. 어떤 삶의 풍경에서. 과거와 현재에 미래가 다 들어있는 장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삶의 연륜이 쌓이고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의 삶의 길이 신이 내려준 꽃잎이 뿌려진 길처럼..훤히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타인과의 사랑의 문제는..두 존재의 운명이..만나는 일이니..쉽지 않다. 정말 인연이란게..뭔지..

 강남역이나 종로거리의 천막 속에 젊은 여인 두명이 나란히 앉아 점 보는 풍경은 친근하면서도 기묘하다. 강남역 카페에 앉은 수많은 소개팅 커플들은 물론이고..사주팔자가 장사가 되고. 타로점은. 악세사리 처럼 일상속에 파고 들었다. 최근에 느낀 경험으로는..그저 허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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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은 계란 같이 깨지기 쉬운 그 무엇이다.
그러니 삶은 계란 같이 딱딱한 그 무엇을 이루자..

뜨거운 열정으로써.. 뜨거운 사랑으로써..
노른자 깊숙히 옹골차지자.

쉽게 깨지거나 흐믈거리지 않는 나를 완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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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아버지는 테레비에서 조용필만 나오면 딴 데 돌리라고 했다. 꼴보기 싫다고.. 그래서 나는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었다. 이 대단한 가수는 아버지의 질색에 우리 집에서만 풍전박대를 당했다. 80년대 조용필은 테레비만 틀면 나왔으니, 나는 무수히 아버지의 말에 따라 다른 채널을 돌렸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아쉬움을 남긴채..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조용필의 노래들을 들으면..생소하게 들린다. 왜 아버지는 그렇게도 조용필을 싫어했을까..가요무대에 나오는 뽕짝이나 구슬픈 옛 노래를 좋아하는 분에게..조용필은 너무나도 양아치 처럼 보였을래나..새로운것..혁신적인것. 평범하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는 당연히도 80년대의 조용필은 눈에 가시같은, 불편한 외양과 음악이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 에 나온 가수들 중에 정엽이란 가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본 가수인데, 이상하게도..정말 꼴보기 싫다. 어릴적 아버지의 심정이랄까.. 난 지금도..조용필을 못 보게 한 아버지의 처사가 가끔 원망스러운데.. 정엽이란 가수를 보면서..뭐랄까..조금은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명박이 테레비에 나오면 아버지의 조용필 이상으로 열불이 나지만. 대중문화 예술 계통의 사람중에 이렇게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비호감은..나조차 의외였다.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 이란 사람도..그닥 좋은 인상은 아니여서 같은 범주에 들지만..그는 채널을 돌릴 만큼은 아니였다.

 이 가수의 외모가 나한텐 상당히 기분나쁘게 보였다..수염난 남자를 좋게 보는 편인데..그의 수염은 정말.. 노래하는 스타일. 음색..그 낫띵 배터 할때의 그 오금저림..등등..하나같이. 비호감 이었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어떤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건 사실이다..사람과 사람사이에 그냥 싫은걸 인정해야 한다. 나 또한 누구한텐..그냥 싫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슬프더라도..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친한 선배는 윤도현을 극도로 싫어한다. 음악적으로 위선적 태도 때문에.. 나같은 경우는 그가 하는 록 음악 자체가..되게 진부하게(구닥다리 처럼) 들리고..록밴드 치곤 너무 말이 많기 때문에 싫어한다. 반면. 그 프로그램에서 이소라와 김건모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정말 천생 가수인 그들의 노래는 그냥 꾼 혹은 쟁이라는 말에 가장 근접한것 같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 와 '너에게로 또다시' 는 가슴을 파고들어 감동의 골을 만들었다. 김건모의 그 노력을 동반한 천부적 재능은 딴따라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비호감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비호감을 통해서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던. 삶이든, 자신의 가치와 정 반대되는 것들이 비호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을 수반하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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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때처럼 집을 나서, 채 오분이 안 걸리는 집 앞 초등학교의 한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 날 아침은 잔 뜩 흐린 잿빛하늘 이었다. 운동장 너머 구로구청 건물에선 하얀 먼지들이 피어 올랐다. 건물 위 사람들의 다급함과, 그 상공을 유유히 선회하는 헬리곱터의 관망이 대조적이었다. 아마 그 날이 있기 얼마 전 쯤엔. 옆 건물인 경찰서 옥상에서. 매우 작아보이는 사람들의 생소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무지막지한 몽둥이질의 모습은, 어른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낳게 했다.

 매캐한 냄새가 교실까지 퍼지는듯 했다. 홍씨 성을 가졌던 담임 선생님의 옷에서 풍겨오던 기분좋은 냄새는 사라졌다. 첫 교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다들 집에 가라고 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그저 우리는 일찍 집에가 놀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기대치 않은 일상의 일탈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땐 몰랐고. 그 후로도 잘 몰랐었다. 그 날 아침의 흐린 풍경과 헬리콥터의 경박한 소리만이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가 매일 야구하며 놀던 장소는 구로구청의 후문 담벼락 이었다. 포수 대신 담벼락 기둥의 밑에서 2~3번째 칸이 스트라이크 존 이었다. 그날 오후 친구들과 그 공터를 나서니. 카키색 군복을 입은 전경들과 . 대학생들이 도로에서 대치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일반 시민들이. 구경꾼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는 구경하는 아저씨들 틈에서, 그 대치 상황을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한 여대생이 전경에게 붙잡혀 머리채를 잡힌채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구경꾼들 중에 한 아저씨가..큰 소리로. 분노섞인 울분으로 개탄을 했다. 개새끼들 이라고...전두환 노태우 개 씨발 새끼..어쩌고 저ㅉ고. 난 인상 좋아 보이는 대통령 아저씨 한테 욕하는게 이상하게 들렸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이 끌려가는 모습을 본, 내게도.. 그 울분은 사람들에게 전염되는듯 했다. 초등학생인 나까지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뭔가가 움찔거렸다.

 우리는 꼬마의 지위를 이용해 이리저리 구경을 다녔다. 방패를 든 전경들이 왜이리 큰지. 그 앞에 서면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들을 보는둣 했다. 대치의 소강상태 중에 대학생 진영에서 한 명이 나와 돌을 던졌다. 무언가를 외치며. 그는 있는 힘껏 전경들을 향해 던졌다. 돌의 궤적은 정말 높고 길었다. 최동원 보다도 폼이 멋졌다. 야구를 좋아하는 우리는 그 역동적인 모습에 반했다. 단지 그 멋진 폼에 반해 또 무언가를 던지기를 바랬다. 어린 꼬마 구경꾼이었으므로..
 투명한 소주병에 불이 피워 올랐다. 시커먼 연기가 아지랑이 처럼 꼬불거렸다. 아까 그 멋진 폼의 대학생 아저씨가. 그걸 휙휙 돌리면서. 전진했다. 곧 폭발할것 같은 그 불은 창공을 가르며. 최후를 예고했다. 아스팔트위에 순식간 불꽃이 피워올랐다. 잠깐의 전열이 흐트러지고..불은 금새. 사그라 졌다. 멋있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LA올림픽의 어떤 장면보다도 더 멋졌다. 슈가 레이 레너드 보다 더..

 거의 매일 테레비 에선 내가 보았던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복덕방이나 슈퍼 앞에 모인 아저씨들은 이상한데 가서 엄청 고생한? 고생 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 아빠는 대통령이 죽으면. 김일성이 쳐들어온다고 했다. 엄청 무서웠다. 나는 이승복 처럼 말 할 자신이 없었다. 그 인상 좋은 대통령 아저씨가 죽지 않기를 바랬다. 꿈속에조차 김일성이 나올까 두려웠다. 

 몇 일 후, 우리는 예전같이 사람들이 물러간 그 공터에서 야구를 하며 놀았다. 선동렬의 역투는 화염병과 돌덩이를 던지던 멋진 대학생 형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게 했다. 우리가 신나게 노는 동안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전선줄위에 일렬로 늘어선, 삐악거리던 제비들은 점차 그 수가 줄어 들었다. 대신 다음해 서울엔. 흰둥이 와 깜시 등이..많이 모여 들었다. 어느날 학교에선 세상에서 제일 빠른 사람인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을 보러 갔다. 테레비 속에서 보던 사람들이..한 가득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싸인을 부탁했고..그들은 카메라로 나를 찍었다. 

 그렇게 1987년의 그 풍경은 저멀리 묻혀졌다. 

 TV토크쇼에 나온 유명한 여성 소설가가 그해. 그날. 그곳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자료화면도 잠깐 보여주면서.. 나는 묘한 감흥이 들었다. 그 때 머리채가 잡혀 끌려가던 여대생의 모습과..잊혀졌던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꽤 이뻣을 여작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꼬마의 모습과. 그 세월의 강이 추억에 잠기게 했다. 그녀는 나름 파란만장한 자신의 인생을 행복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로 이야기 했다. 동시공간의 어떤 경험? 풍경을 공유했다는 동질감이 그녀의 삶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미 그녀의 삶이 내 마음에 들어온 듯 하다. 그때의 대학생 누나가.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는 딸이 있단다. 그 세월의 흐름속에 나는. 무엇을 보았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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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생애 첫 대학교 강의를 했다. 1시간 정도의 강의 개요 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서 혼났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첫 강의는 망했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내 자신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대와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하던 상상훈련은 현실에서 전혀 먹히지 않았다. 긴장해서 떨리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내 자신의 말투와 음색이 꽤 어색하게 느껴졌고. 머릿속에 전달하고 싶은 많은 정보와 내용은 제대로 표현이 안되고 자주 끊겼다. 당연히 준비의 미숙함을 인정한다. 내가 얼마 만큼 공부한 거 뿐 만 아니라, 강의 기술에 대한 충분한 연마 같은게 필요 했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혹은. 미숙했어도. 마음 만은 알아 주겠지 라는 프로 답지 않은 생각은 집어치우자.

 처음의, 실패를 발판삼아. 앞으로의 강의는 정말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어쩌면 오늘과 같은 나의 꼬임은, 의욕과 부담이 교차했기 때문일 것이다. 첫 강의로써의 신나는? 설레임은 나의 강의안과 수강생들의 현실적 여건 차이에 비롯해 사그라졌다. 나는 당연히도 예술대.또는 미술대 학생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쪽과는 전혀 관계없는 과 학생들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생각은 내가 원래 하려했던. 교양으로써 사진의 문화 역사적 이론과. 현대 작가론은 미술교육원의 기초 사진반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바꿔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한다. 물론 그런 방향이..나도 편하고 학생들도 편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대학교(아카데미)란 곳은 사설학원이나 인터넷 상에서 배울수 있는 기술이 아닌, 어떤 담론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생각과 인식을 갖게 하는걸 주안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이나 인문학 분과에선.. 사진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기술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나의 학문적? 욕심과 학생들의 need를 절충해야 겠다.

 출석부가 안 나왔는데도, 80~90명 이 되는 인원이 강의실을 꽉 채웠다. 다음 수업땐. 수강신청 정정기간을 통해서. 절반 이상이 드랍 시켰음 좋겠다. 아마도 첫 강의의 어설픔으로 인해 정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10명 정도의 대학원 수업 같은 인원이 남게되면..강의야 편하겠지만 참 씁쓸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 수업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첫 날 초짜티 팍팍 내며 연기한 거라고 뻥쳐야 겠다.

 그동안 강의의 달인. 코디최 선생님의 명강의를 보고 들으며, 록스타를 바라보듯한 동경과, 꿈과 희망에, 나도 저렇게 강의를 하고 싶다 라는 열망은,  현실의 문 앞에 고개를 숙였다.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렵다는걸 몸으로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그랬기 때문에 먼 훗날, 내가 오늘을 발판 삼아  ~ ..할 수 있었다 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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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에게 다가서는 첫 관문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혹은 부탁을 하던지. 그럼으로써 완벽한 타인이었던 그들은 잠깐이라도 말을 섞는, 그저 서로 잘 모르는 사람으로 변한다. 거리에서의 인연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무서워져서. 예전같이 차 한잔 족( 참 아름다우신데 저랑 차 한잔 하실래요?..) 은..그냥..옛 소설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신 도를 믿으십니까.. 저 인상이 참 좋으신데요..등등이..거리에서의 차한잔족의 낭만을 앗아갔다. 사랑과 낭만조차도 상품화된 세상에서 순수한 마음은 이제 어디서곤. 의심받는다.

 나는 평소에 거리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얼굴이 질문하기 좋은 사람의 인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밝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쉽게 뭔가를 물어본다. 특히. 잠깐 뉴욕에 거주했을때.. 난 엄연히 외국인 인데도..거리에서의 질문이 많았다. 웃긴건. 뉴욕은 워낙. 관광객들이 많고. 인종의 잡탕 도시래서.. 중서부 백인 토박이가.. 내게 길을 물어보고. 시간을 물어보고 그런 일이 많았다. 내가 동양인 남자래서..만만히 보여서 인가. 그럴수도 있겠지만. 좀 더 신빙적인건. 자연스런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 도시에서 2주가 넘어가면..더이상 두리번 거리게 되는 일은 없고..그냥 사람을 직접 보게 되니까..시선이 잘 마주쳐서..일게다.

 또 미국의 노인들이 외로움이 잔뜩 배어나온 너무도 당연한,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해 오는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저 누군가, 아무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깊은 소외와 외로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위로가 될 것이다. 내가 영어를 잘 했으면..정말..나이를 떠나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그 분들.. 특히. 2차대전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노인이 기억난다. 자기 동생은 한국전을 참전했다고 했는데.. 참 묘한 생각이 들었었다. 일부러 질문을 던지고, 도움을 청하는 백인 할머니들의 귀여움?.  삶은 원래 외롭고 고독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그들의 모습에서 답이 보였다.

 여전히..내게 " 저..도를 믿으세요? " 하는 질문은 간간히 들어온다. 불행하게도 그들에게 찬바람만 휘날리게 하지만.. 최근엔. 어떤 젊은 여자가.. 마주치는데, 보통 사람과의 예의라면 질문을 하기전 적어도 1미터 전에 말을 걸 것이라는 인지를 주게 되는데, 그 여자는 막 지나치고 있는데..갑자기 옆에서 말을 해서..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 입에서 정말 뜬금없이.." 아이쿠 깜짝이야 !." 가 튀어나왔다. 한 번 놀래니..좋게 보일리가 없지..내용은 역시..설득이 아닌 뭔가의 꼬임수..또 한번의 무안을 선사하며..참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들은 거리로 나왔을까.. 타인의 바쁜 걸음을 그들이 세울 어떠한 권리가 없다. 마음이 없는 그저 목적만 있는 그들은 불쾌하다.

 그와 반대로. 서강대에서 어떤 건물을 찾아 여학생에게 물어보았다. 한 5미터 이전 부터 내가 여기 초행자이며 질문을 할 거라는 미묘한 몸짓을 보였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서기전. 이미 이어폰을 제거하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물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고, 그녀의 설명은 꽤 길었다. 그녀가 말하는 사이..그녀의 얼굴을 훝어볼 시간은 한 30분은 된 것 같았다. 공부에 지쳐보이긴 하지만 꽤 미인이었다. 내 생각을 눈치 챘는지, 그녀는 말하는 사이 간간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름다운 도움을 얻었고. 그녀 또한. 친절한 선행?을 베푼 기분에 피곤이 가시는 얼굴이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기억이..삶의 행복감에 큰 도움이 된다. 고맙다고 하고 서로 뒤돌아섰다, 한 5미터 갔을까..나는 그녀가 더욱 기분 좋으라고.." 참 이쁘십니다." 라고 외칠뻔 했다. 난 바랑둥이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 사람은 한 사람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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