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 3F  2011  10. 19 ~ 10. 24   www.insaartcenter.com
 

사진 작업 <조선 블루스> 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각성에서 시작 되었다. 나의 문화적 뿌리는 무엇인가. 우리의 역사적 전통성은 어떻게 되었나. 이런 질문에서 비롯해, 동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의문과 비판적 풍자를 통한 본인의 발언이다.

  지금 우리가 입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들, 모든 사회 제도와 원리는 200여 년 전 서구의 산업혁명을 통한 모더니즘(근대화)의 영향아래 놓여 있다. 고유한 민족의 풍습과 정체성은 급격히 서양화로 귀결되었다. 특히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난 100년의 근대화의 역사는 실로 우울하기 짝이 없다. 19세기 중 후반 조선이라는 오랜 전통의 왕조는 망조의 길에 들었다. 수운 최제우에 의해 동학(東學) 이라는 민족의 자발적 종교와 농민 운동이 있었지만,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되살려 보려는 노력에 불과했다. 일본에 의한 전략적 근대화를 거쳐, 한국 전쟁으로 모두 쓰러진 이후, 우리는 미 군정에 의해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에 놓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서구가 모더니즘을 거쳐 6_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에 들어선 것에 비해, 우리는 자발적인 근대화의 과정을 겪지 못했고, 독재와 한국식 근대화인 개발열풍에 일관했다. 90년대에 들어 문화의 개방화에 포스트모더니즘 까지 유입되면서. 우리의 삶과 문화는 뒤죽박죽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0여 년 전의 전통문화는 말살 되었고, 뿌리 없는 수생 식물 같은 돈만을 위한 미국식 문화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서구의 브랜드와 아이콘이 우리의 정체성을 대신하고 있다.

  본인은 이러한 현실을 역사인식 속 자각에서 찾고, 록(대중음악)의 저항적 태도로 문화와 사회적 코드를 상정해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작업의 제목인 <조선 블루스>는 우리나라의 역사 인식과 블루스라는 1900년대 초반 흑인들의 노동요에 비롯한 대중음악의 뿌리인 슬픔과 비애의 정서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블루스에서 로큰롤으로 진행했듯이. 록음악의 저항 정신과 분노의 열정에 가치를 두고 있다. 역사의 진보를 이끌었던 힘은 순응이 아닌 반항에 기초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본인은 그러한 punk 펑크적 태도를 작업을 통해 견지하고자 한다.

  신토불이나 민족주의를 옹호 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문화는 다중 중첩의 혼재된 상황이다.

몸은 동양인(한국인) 이지만 정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한국적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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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열기는 생명의 기운이 완전히 태우는 듯한 충만함이 넘친다. 초록은 퇴색되기전 마지막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한낮의 뜨거움은..점점 짧아진다. 겨울은 그렇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모든건 웅크러든다. 가을의 향기는 생명의 지극한 발현이다. 풀냄새는 진해진다. 이름없는 잡초들은 다음 봄을 기약하며. 바람에. 날릴 생명씨를 흩뿌린다. 봄날의 꽃이 아닌 가을의 코스모스는 애잔하다. 작고 단아한 그 향기를 맡아본다. 하늘거리는 자태는 눈부신 가을 햇살과 함께 적색으로 물든다. 낙화를 생각할 수 없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꽃은 그런것이다. 젊음의 진수는 꽃과 같은 것이다. 꽃의 향기가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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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몇일 사이 욕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대단한 성냄이나. 습관적 입에 달고 사는 욕이 아닌, 내면 본질에서 끓어나오는 그저 자연스런 욕의 분출이랄까. 날씨 좋은 휴일이었던 엊그제, 자전거로 양화 대교를 넘으면서, 저 앞에 몰려있는 한 무리의 자전거 인파들을 보았다. 가뜩이나 좁은 길에 사람들이 엉겨있어.. 가기 힘들었다. 좁은 양화대교 길에서 마주오던 자전거 끼리 충돌한 사고 였다. 한 여인이..충격을 많이 받았는지..난간에 주저앉아 있고 다른 남자들이 간호했다. 그 지역을 지나면서...나도 모르게...이 오세훈 ( )새끼..라고 말이 튀어나왔다.  양화대교에 헛짓거리나 하지 말고..쓸데없는 곳에..관제행정으로 자전거 도로나 만들지 말고.. 정작 필요한 곳에나..자전거 도로를 만들지..암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뭔가 분노가 치밀었는데. 평소에 나도 불편과 위험이 쌓여서 일 것이다.  
 
반면.. 좁은 길에서..보행자와 자전거 가 지나기 때문에... 또 선유도 공원이 있기 때문에...커플들이..많이 지나다니는데..내 자전거로 인해..남자들의 매너를 엿볼수도 있다. 그러한 수컷의 몸짓에서..애정도를 볼 수 있다고 할까나.. 암튼 이래저래 욕나오는 상황이다.

 어젠, 광화문에 일보러 갔다가 요즘 너무 영화(문화생활)를 안 봐.. 바로 시작하는 영화 아무거나 보자라는 심보로 씨네큐브에 들렸다. 쓰리 란 영화와 홍상수의 북촌방향이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시간에 맞는건. 쓰리..그래도 씨네큐브에서 보는 영화들은..평균이상은 하니.. 간만에..기뿐 마음으로..입장. 오랬만에..어두운 공간에 앉아 있다 보니.. 졸음이 오기 시작. 꼭 초반 5분이 지나면..졸음이 몰려드는 영화들이 있다. 독일 영화인데..참 조오ㅅ 같은 영화였다. 내게는 돈과 시간이 아까운 영화. 동시에 기분도 찝찝해지는.. 흘러나오는 음악만 좋은 영화였다.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나는 이런 영화를 볼 때. 욕을 삼키질 못한다.. 참 도그 스런 이야기와..짜증남. 여주인공이 이쁘기라도 하면..그려려니 할텐데...완전 비호감..아줌마가 애교떠는 독일말은 참 그로테스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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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랬만에 한적한 가을의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아침에 운동장에 나갔더니, 파란 하늘에 만국기가 저마다의 칼라를 뽐내고 있었다. 달리기를 적당이 하고. 집에 가서..카메라를 가져나왔다. 초등학교 운동회엔 항상 만국기가 펄럭이는지? 여전한 그 만국기가. 반갑기도 하고.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일단 생각에 앞서..청명한 가을 아침 햇살과..그 색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필름으로 찍어서, 바로 올리진 못한다.
 오전엔 계속 라디오헤드 1집을 계속 틀어놨다. 다른 앨범에 비해 많이 듣지 않았지만..명반이다. 그 흔했던 노래 Creep 도..이젠..록음악의 고전이 된 듯하다. 이 햇살과 청량한 휴일의 공기 속에서.. 어떠한 음악이던지 제 생명를 발한다. 영국의 우울하고. 먹먹한 감성의 소리조차도 우수에 찬 밝음으로 인도한다.
 그래도 이런 날에 캘리포니아산 RHCP 음악이 제격이다. 백인 지미 헨드릭스라 불리는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 소리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예술가들은 거의 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약과 알콜 중독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중독의 나락에서 절망까지 가 본 예술가들, 그것을 극복해 일어선 사람들의 작품은 남다른 감흥이 깃들어 있다. 알콜 중독을 극복한? 그래함 콕슨도 그렇고.. 마약, 알콜. 여자의 삼종 셋트를 갖춘. 극복한 에릭 클랩튼의 음악은 얼마나..심금을 울리는가.. 생각해 보면..나는 중독을 극복할 꺼리가 없다. 굳이 한가지 말해야 한다면.. 호환 마마 보다 무서운 AV를 끊고 창작 활동에 매진 했다. 라고 말해야 하나.. 뭔가 그럴듯한 중독을 극복할 꺼리를 찾아봐야 겠다. ㅋ

 아이폰 5가 나오면. 똑딱이 카메라가 필요한데..그것때문에서라도..구입해야 겠다. 요즘..스냅샷들을 찍고 싶은 욕구가..포도청이다. 이 순간 순간. 같은 태양과 같은 숨결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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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피란 말의 어원이 빛으로 그림을 그리다 란 말이다. 사진을 찍을때는 순간의 빛을 담아내지만. 인화과정에선 인화지에 100초 내 외의 빛을 노광시킨다. (사진에서 보듯이 전지 사이즈 일 경우 대략) 그 와중에..손 과 도구로. 사진의 부분부분을 빛을 더 혹은 덜 쪼이게 만드는데..그 몸짓 자체가..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인 것이다.

 요즘의 사진은..디지털로 찍어서..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해..잉크젯 프린트로 뽑는다. 시작함으로써의 나의 목표는 전통적 사진 방식에 충실히 기반을 다지자 이다. 그래서 필름으로 찍고..직접 현상하고..인화하는..모두 내 손에 의해서..작품이 나오는. 그런 수고의 재미를 추구했다. 하지만 어떤 네가티브 원고는. 속을 썩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인화지는 새로나온 파이버 베이스 인화지 인데, 무려 15장 한 박스에 26만원이다. 한장을 망칠 때마다..약 2만원이 돈이 날라간다. 긴장하고 집중해서 한다해도..완성작을 한큐에 뽑아내기 힘들다. 내 얼굴이 들어간 자화상을 4장째 뽑던날. 빡 돌 뻔했다. 포토샵으로 만져서 프린팅 하고 싶지만..그마저도..돈이 많이 든다..큰 사진 몇장은 그렇게 하겠지만.. 흑백 은염사진(젤라틴 실버 프린트)만의 깊은 블랙을 추구한다.


 오늘 프린트 보다에서 크게 출력할 사진의 필름을 스캐닝을 의뢰했는데, 전혀 프로페셔날하지 않다. 대충 엡손 V700 으로 해도 그 보단 잘 스캔하는데. 돈 주고 하는것 인데도..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업체와는 세번째인데..궁합이 안 맞는다. 오늘의 실수를 말미암아..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성급하게 판단, 선택하지 말자..프로페셔날하게 움직이자. 내가 보기엔 거긴 확실히 아마추어다..아님..돈 있는 작가들이.전적으로 오퍼레이터 옆에 두고 하는 작업이나..어울리는 그런 업체. 


 나는 여전히 사진..빛으로 그린 그림을 좋아한다. 쪽바리 잉크가 아닌. 나중에 엡손이 협찬해 준다면..좋아할지도 모르겠다..ㅋ  오늘의 불만은 역시 스캐닝도..내가 해야지..만족한다는 남의 눈이 아닌 내 눈의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천만원짜리 핫셀블라드X1을 사진 않겠지만..오늘의 일을 통해 다른 대안을 생각해 냈다..그것이 오늘의 7만원짜리 수업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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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학-조선 블루스  (가나아트스페이스 3F 2011 10.19~10.24)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날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 또는 그것의 핵심을 이루는 정신"이라고 정의된다. 전통은 한 세대를 뛰어넘는 영향력의 지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유행과 다르고, 완전히 소화되어 주체적 인식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유산과 구분되며, 비주류내지 제야까지 망라하는 범위의 포괄성에서 고전과 구분된다. 역사적으로 전통은 시공간을 이동하면서 재해석되고 변형되며, 때로 새롭게 창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기존의 가치체계로 현실을 해석할 수 없는 인식론적 위기에 대한 능동적 대응의 성격으로 파악된다. 주체를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매개되고 구축된 것으로써 파악하면서 근대적인 주체 개념의 해체를 주장하는 푸코의 논의와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권력적인 것이며, 타자를 소외시킴으로써 스스로의 힘과 정체성을 획득하는 방법론이라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은 최근 정체성과 전통에 대한 논의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었다. 그에 따라 근대화의 역사적 필연성에 내재한 여러 문제점과 모순을 인식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한국적 정체성 논의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전통, 정체성, 한국적인 것이냐를 가지고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거나 상투적 도상에 기대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문화적 현실을 읽어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배동학은 자신의 문화적 뿌리가 무엇이며 우리의 역사적 전통성은 무엇인가를 사진작업으로 질문한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인한 것이리라. 사진작업을 자신을 해명하거나 자신의 의식을 하나의 결정적 이미지로 답하는 행위로 여기고 있음을 본다. 대부분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해서 찍은 이 셀프포트레이트 형식의 작업은 갓과 상투에 한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전자기타 등이 소품으로 반복 등장한다. 초상사진, 박제된 꿩, 버드와이저 맥주병, 스타벅스커피 컵, 록음악 씨디케이스, 놋 밥그릇과 수저, 젓가락, 타오르는 불 꽃 등이 또한 함께 개입한다. 광고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의 형식과 유사성을 지닌 사진이다. 한국의 전통적 기물과 이미지 그리고 서구문화의 여러 오브제들이 혼거하고 중첩되는 장면연출이다. 아마도 그 오브제들은 작가의 현재 삶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자 자신의 혼재된 의식의 초상을 보여주는 상징들일 것이다. 그는 그 사물들과 함께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전통과 서구문화 사이에서 혼돈스러운 동시대 한국인, 자신의 삶을 연기해보이거나 제시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의 제목은 <조선 블루스>다. 조선과 블루스의 혼거는 분열적이면서도 중첩되고 착종된 현재 우리 문화와 의식, 삶의 모습을 지시한다. 이 언어적 지시를 그는 사진으로 뒤따른다. 그것은 자신의 뿌리, 의식의 저간으로 심층적 탐사를 시도하는 일이면서 결국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고 있는 타자들을 소환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부정할 수없는 한국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구문화의 세례를 깊이 받은 이이고 블루스와 록음악에 깊이 매료된, 서구문화의 취향을 내재화한 이다. 그러나 그의 취향은 동시에 우리 전통과 분리되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 심상적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 이질적이고 상충된 취향은 분리되기 보다는 얽혀있거나 무의식의 배후에 기이하게 자리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리의 불우한 근대화의 역사와 블루스, 록음악의 저항 정신을 겹쳐놓았다. 급속히 서구화되면서 단절된 전통과 그로인해 착종된 한국의 모더니즘, 박제된 전통과 역사의 진보를 이끌었던 혁명적이고 반항적인 힘에의 주목 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게 서구 블루스와 록음악은 저항과 반항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음악인 블루스는 우울과 저항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한편 블루스가 흑인의 고통을 표현한다면 록은 젊은이의 고통을 대변해왔다. 세상이 절망과 어두움, 억압으로 가득할 때 그리고 우리의 세상이 온전치 않은 것이라는 인식은 록과 블루스를 통해 표현되었는데 사실 젊음의 음악은 늘상 고통으로부터 출발한다. 문학도 미술도 마찬가지다. 특히 젊은 이의 사회의식이 깃들어있고 시대를 직시하는 눈이 자리한 록큰롤은 흔히 ‘젊음의 영혼’으로 불린다. 배동학은 그 블루스와 록에 깃든 저항정신, 혁명성과 함께 우리의 동학 정신을 떠올린다. (그의 이름도 동학東學이다) 동학은 1860년 최제우에 의해 창시되었는데 당시 지속되는 정치의 부패, 조세 수탈의 가중, 계급적 모순의 심화, 흉년과 질병으로 인한 불안과 고통 속에서 삶을 지탱해가던 조선 사회의 기층민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녔다. 기존의 부패한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제시한 동학은 반봉건, 반침략투쟁의 기치 아래 이루어졌다. 작가는 그 지점에서 우리 근대의 중요한 의미, 정체성 모색의 정신을 찾는다. 혁명과 반항의 정신을 찾는다. 그렇게 그는 블루스와 록, 그리고 동학을 동일선상에서 파악한다. 역사의 진보를 이끌었던 그 정신, 혁명성을 되살려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근대성,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회복의 단서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진은 그 시도의 일단을 펼쳐 보이는 작업이다.   /

 

Donghak Bae- Joseon Blues

Youngtaek Park (Art Critique, Professor at Kyonggi University)

Tradition is defined as “a way of thoughts, customs or behaviors that has been passed on from the past held in a certain group or community of people, or the core spirit of them.” Tradition differs from fashion in that it holds continuous leverage beyond its generation; it is different from heritage in that it is completely digested and thus involves subjective realizations; it is also separated from classics including non-mainstream and even anti-mainstream. Historically, tradition is to be reinterpreted and modified over time and space, and is often reborn or recreated, of which the purpose is conceived as an active response to the crisis of perception when the previously held system of values fails to interpret reality. Foucault’s argument that the modern understanding of the subject has to be revised by viewing the subject not as an autonomous agent, but as a mediated and constructed self and Edward Said’s point that any attempt to define an identity is basically political and can serve as a tactic to obtain one’s own power and identity by excluding others give us a new perspective toward the recent discourse on the identity and traditions. Thus, identifying various problems and contradictions in the course of Korea’s inevitable modernization will be a good starting point for discussing the identity of Koreans today. I think we need to read our cultural reality in the concrete rather than brooding over hard questions to solve like “What is tradition?” or “What is identity?” or “What is truly Korean?” or by relying on hackneyed images.

In his photography, Donghak Bae questions what his cultural root is and what our Korean tradition is. In the end, these questions must have arisen from the very matter of the artist’s own identity. Bae’s photography is considered to be an act of explaining himself or answering to his consciousness through critical images. Mostly self-enacted and self-portrayed, the series repeatedly includes a man with sangtu (topknot, a traditional Korean hair style of a married man) and a gat (a type of Korean traditional hat) wearing Hanbok (traditional Korean clothes) and an electric guitar. Photographic portraits, a stuffed pheasant, Budweiser beer bottles, Starbucks coffee cups, CD cases of rock music, a set of old brassware with a spoon and chopsticks and a burning flame are included as well. In style, the approach is similar to that of advertising photography or illustration. The scenes are filled with a mixture of traditional Korean objects, juxtaposed with those from the West. The objects are conceivably things that comprise the artist’s current life and are also symbols of his own portrait of mixed consciousness. Through the muddle of people and objects from different origins, Bae is reenacting his life and at the same time presenting us with the confused image of contemporary Koreans stuck between traditional culture and Western influences. Perhaps this is the reason the title of this solo exhibition is “Joseon Blues.” The concoction of the Korean modern state, Joseon and blues refers to our contemporary culture, consciousness as well as our lives which are schizophrenic, overlapping and adulterated. Such linguistic reference is used within Donghak Bae’s photographs. In there, we see the artist trying to make in-depth research on his roots and the basis of his consciousness and at last to digest the others that are shaping part of his current self. He is undeniably Korean, but has been baptized by Western culture since his youth and thus has a taste of foreign culture and is deeply fascinated by blues and rock music. But at the same time, his liking these Western influences doesn’t separate him from his native culture and is in fact connected to it on his subconscious level and through visual memories. Such a taste of mixed, contradicted influences is intertwined and lies in his deeper mind rather than being separate from one another.

Moreover, in Bae’s work the ill-fated history of Korea’s modernization overlaps the defiant spirit of blues and rock music. It seems that the artist wants to express our disconnected, taxidermy tradition as a result of abrupt modernization and consequent adulteration, and the revolutionary and unbent power of will that pulled the advance of history. For Bae, Western blues and rock are the spirit of resistance and defiance itself. Blues, the music of African slaves who were forced to move from their homelands to America, contains the blues and the element of defiance in it. Whereas blues expresses the pain of African Americans, rock music speaks for the pain of the young. The two became the means of expressing the awareness that the world is not perfect when the time was filled with despair, darkness and oppression. However, as a matter of fact, any music for youth always starts from pain. So does a piece of literature and artwork as well. Rock and roll music especially, is usually called “the soul of youth,” imbued with a social awareness of the young with a sharp eye looking directly into the times. The photographs by Donghak Bae are reminiscent of the spirit of “Donghak” as well as the defiant, revolutionary spirit of blues and rock and roll. (The name of the artist happens to be Donghak of which the Chinese letters (東學) are even the same.) Donghak, literally meaning Eastern learning, is a Korean religion or movement founded in 1860 by Chewoo Choi, whose teaching appealed greatly to Joseon commoners who were struggling in anguish and pain from political corruption, tax burdens, deepened gaps between social classes, and famine and diseases. Fighting against the reality of corruption and suggesting the ideal future, Donghak was anti-feudalism and anti-foreign invasions. On this point, Bae is searching for the significance of Korea’s modern period and the spirit of our true identity. He’s looking at the spirit of revolution and resistance. Likewise, he acknowledges blues, rock, and Donghak on the same level. Recalling the very spirit and its revolution that led to the advance of history, Donghak Bae tries to find a clue to reflect and regain our true modernity and identity. I would say the series of photographs by Bae in this exhibition is turning the first page of such endeavors.




 오늘 아침 박영택 선생님으로부터 전시 서문을 받았다. 글이 참 마음에 든다..너무 잘 쓰셨다. 전시야 일주일 만에 끝나지만..도록에 실릴 글과..사진은 영원히? 남기 때문에..이 글과 사진을 잘 편집해서 갈무리 해야겠다. 작가노트를 굳이 안 실어도..될 듯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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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2학기 본격적인 수업의 강의가 끝나고.. 흐리고 흩뿌린 비가 내린 탓인지, 감정이 너무 차분해 졌다. 저번학기 처럼 수업 전이나 후에.. 그 애절한? 감정이..많이 수그러 들었다. 아니..거의 없어졌다. 열정이 식었다기 보다. 금새 정상적인 적응이 된 것이라 본다. 그 애절함이란. 수업전은..긴장과 설레임으로..후에는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자괴감으로..점철되었었다. 그러나 왠지 이제는, 강의의 이상과 현실이..거리가 좁혀진 느낌이랄까..(아직 멀었지만). 어떤 이상한 열정은 점차 편안함으로 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벌써, 저번 학기의 언캐니함을 그리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 좋지 못한 강의실에 어버버한 선생과 호기심 잔뜩 눈에 담은 학생들. 그 중에 한없는 미소를 짓고 있던 몇몇 여학생들..그러했던 나의 첫 학생들..내가 첫발을 내 딛을 수 있게 한 그 미소를 잊지 못하겠다.
 강의실도 그때에 비하면 천지차이 인데. 문과대 인문홀에서 마이크를 대고 하는 그런.. 나름 있어보이는..왠지 자비스 코커라도 된듯한, 이상한 제스춰를 취해야 할것 같은..ㅋ
 작은 단상과 옹기종기 모여있던 책상위 시간들이 생각났다. 오늘 따라 그 응원의 시선이 많이 그립다. 설레이며 아름다운 시선이 오갔던 그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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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가을밤 바람은 감정을 깨어있게 만든다. 더운 낮의 공기와 차가운 밤 공기는 첨예하게 대치해 무의식의 어렴풋한 감흥이 수면위로 떠오른 느낌이다.
 금요일 저녁 늦은 저녁을 먹으며 우연히 보았던 SBS의 프로그램중 궁금한 이야기 Y가 매우 인상깊었다. 2편의 기구한, 사람사는 이야기 였는데. 오래간만에 감동을 받은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예술적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총명했던 한 사내가 군대에 가서 머리를 잘 못 맞아..정상인의 기능을 상실한 후, 그의 노모가 10년을 콘테이너 박스안에..사육 하듯이 돌보는 이야기 였는데..그의 딸과 아들이..그러한 할머니의 집착을 깨고..다른이들의 도움으로..치료를 받게 한다는..내용이었다.
 그 아버지가 촛점이 흩어진 눈으로..차안의 음악이 나오자..반응하면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에선..가슴이 시렸다. 가족 누구의 잘못도 아닌..그 할머니의 아픔과 집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그의 자식들의 용기와..따듯함도..감동적이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군대 가서..미치거나..비정상이 되어온 경우는 흔치 않지만은 않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수원의 시골집에 갈 때..그 동네 어귀를 뱅뱅 도는 남자가 있었는데..듣자하니. 장교로 군대를 갔다오고나서..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런다고 했다. 군대에서 고통받을, 받은.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근본적인 원인은..평화와 통일을 반대하는 기득권 우파 들이 아닌가. 그들의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안보 위기설이..가장..효과적이니까.. 이 땅에서 군대를 간다는 건..참. 더러운 일이다.

 두번째 이야기는..매일 이별하는 노 부부 이야기 인데..이 것 또한..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환갑이 넘어 결혼한 노부부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 였는데.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신체 능력이 떨어져도..그 사랑이라는 애틋한 마음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의 영원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랑에..할머니의 딸이..할아버지가..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거라고..미친듯이 반대를 해서..결국..사랑하지만..따로 살아야 하는 기구한 이야기 였다. 한 사람의 탐욕과..이기가.. 노년의 애틋한 사랑을 절박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 순한 할아버지의 모습에서..아 저것이구나.라고 느꼈다.

 토요일날. 낮. 홍대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기묘한 풍경이다. 신촌대로에서 홍대 쪽으로 들어가는 좌회전 하는 버스와.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 오토바이가 충돌한 사고였다. 내가 탄 버스가 교통 정체에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면서..사고 현장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마음속 깊은 분노가 들끌었다.
 엠 자가 새겨진 쓰러진 오토바이 옆에. 유니폼을 입은 젊은?남자가 죽은듯이 쓰러져 있었다. 피가 흥건하진 않지만..피가 터져 아스팔트에 뿌려져 있었고.경찰과.엠블런스..어중간하게 세워진. 텅 빈 상대편 버스.. 그리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는. 어떤 사람.
 사람이 다쳐서..죽었는지 살았는지..도로에 미동도 않고 피흘리며 누워 있는데. 버스에 승객이 다 내릴동안..아니 이미 앰불런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쓰러진 남자는.. 인간의 존엄성 보다는..아마도 법적인 과실 관계..보험회사의 판단 여부 등등..자본주의 쓰레기 같은 무덤에..짓밟히고 있었다. 그 태연한 사고 현장의 모습에 나는 경악했다. 인간의 양심은..어디로 갔을까..이 시스템이 정말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사진 작가 조엘 스텐필드의 작품이 떠올랐다. 카메라가 있었다면..차창 너머로 몇 컷을 찍었을지 모르겠다. 그 슬픈 풍경을..내가 할 수 있는건..고작 찍는거나..묘사하는 것 뿐..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서류쪼가리가 더욱 중요한..
 생명은 종이쪼가리 보다 못하다..슬프다.. 그 맥도날드 맨의 무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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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에 매진했다. 절박에 임박했을때. 몰입도는 순도 깊어진다. 책을 읽는 머리와 작업에 쓰는 머리는 다르다. 그래서 더욱 피곤했다. 익숙치 않은 머리와 감성의 에너지를 쓰느라 일상이 의미로 가득찼다.. 기분좋은 피곤함 이지만, 감정의 예민함과. 파고는 평소보다 섬세하다. 역시 체력이 관건이다. 에너지를 잘 관리하고 분배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사실 전시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간당간당 하다. 외부적인 요인과..내부적인 요인 모두 갈등을 일으키는데. 가을에 말고 내년 봄에 하는게..순리적으로 맞긴 하지만.. 내겐 자꾸 멈춧거릴 여유가 없다. 금요일 저녁에 처음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사진을 보여 드렸다. 정식 작품집이 아닌 노트북 상에서 보여드린 이미지 였지만, 보여드리기 전까지 얼마나 긴장하고..여러가지 생각이 드는지.. 처음 강의 할 때 보다 더 긴장했다. 작가로써 제일 중요한 점인..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히 섰다는 점은 인정을 받았지만.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너무 직설적 이다. 란 지적을 받았다. 표현에서 obvious 와 clear 의 차이를 깨닫다. 앞으로 좀 더 아이러니와 위트의 상황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살짝 의기소침해졌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포기란 없다. 코디 최 선생님의 말대로, 작가의 가장 중요한 뼈대가 섰기 때문에..앞으로 시각적 표현을 더욱 연구하면 된다. 그동안  어떻게 보다는 무엇에,치중한게 확실하다. 무엇을 말할것인가..를 어떻게 내 스타일로 완성해 나갈까가 앞으로의 과제다.

 당장 전시에 관한 딜레마가..집중을 방해한다. 연휴 이후론 본격적인 강의도 겹치고..앞으로 넘어야 할 당위들이 넘친다.

 오늘 아침.. 자전거길에. 진한 가을의 외로움 혹은 그리움이 엄습했다. 바빠서 가을의 여운을 음미할 향취도 없이. 당분간 퀴퀴한 약품 냄새의 암실에서..고독을 만끽하련다.
 일요일날 본 혹성탈출의 시저의 표정이 자꾸 기억된다. 진화되는 눈빛과..표정의 강인한 뚝심이.. 나 또한 잊지못할 원숭이들 이었다.

 역시 명절은, 현재의 축소된 가족의 관념에선..살아있는 인간들의 쓸데없는 감정의 소모와 허례허식의 유산이다. 나는 친척이 아닌 우리 가족들 만으로..명절을 향유하는 기쁨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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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내내 대청소를 했다. 과장하자면 걸레에 씻겨 내린 먼지가 1킬로그램에 육박하지 않을까..내 마음의 먼지가 그 정도 무게는 덜어진 느낌이다. 그동안 버리는데에 있어서는 소심했다. 마치 내 일부가 소실되는 것이라 여겼다. 갖은 물건과.책들. 끄적거린 노트들.. 사용하다 만 여러 수첩들..나는 왜 이런것들을 껴안고 있었을까.. 추억이라는 이름하에, 삶의 의미를 과거의 나로 두려 했을까..십여년 전의 일기들, 대학때의 노트들을, 읽었다. 하지만 유치한 감성들만 확인 했을뿐. 과거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각성을 찾을 수 없었다. 넓게 보지 못하고 감성의 우물에 갖힌 글들. 그 끄적거림 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차없이 버렸다.

 오래된 책들..다시 찾아 보지 않을 책들을 시원하게 내 던졌다. 버릴 박스에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졌다. 소비의 즐거움 만큼..버리는 즐거움도..만만치 않다. 버려서 비워진 자리엔. 새로 왔으나 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바닥에 산재해 있던 것들이 채워졌다. 그래서 바닥에 떨구어진 것들이 모두 비비고 틈에들여 섞였을때..어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방의 매무새는 견고해지고. 조직적으로 변했다. 

 방의 표정은 나의 심리를 바꾼다. 환경의 영향은 무시 할 수 없다. 방은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내가 애정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 구석에 시선을 주면, 그곳은 새로운 인상을 드러낸다. 청소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 먼지들을 살아있게 만든다. 안주하지 않을 삶을..끊임없이 생명력으로 유동하는 그런 가치를 말해준다.

 잡지류는 더이상 사지 말고. 고전류의 엄선된 책이 아니고선 함부로 사지 말고. 문서류는 제깍제깍 처치한다. 언젠간 필요하겠지 라는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삶은 스크랩이 아니니까...
 오늘도 변화무쌍한 구름속에..비가 내렸다. 다행히도 눅눅한 먼지는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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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도 쉴겸 심심풀이도 읽었던 책인데, 역시..김영하는 글을 대단히 잘 쓴다.란.. 부러움을 한가득 남긴, 그리 나쁘지 않은 책이다. 왜냐면..책의 제목이 영화 이야기 인데.. 정작 영화 이야기는 몇 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저자가 처음 부터 말했듯이.. 영화를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그런데..여러 영화 잡지에서 글을 청탁 받았고..그래서 1년 동안.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영화를 보긴 보는데.. 글은 영화를 몇 줄만 언급하고 만다. 그런면에서..글 발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가지고 모티브 삼아 글을 쓴다. 딱히 영화 이야기도 아니면서. 태연하게 서술하는 그의 작가적 역량에 감탄한다.

  반면 이우일의 카툰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그런 그림을 싫어한다. 편집자가 새로운 실험을 한 모양인데. 글을 잘 쓰는 작가의 문장을 정지하고..카툰을 볼 이유가 되지 않는다.  

 김영하는 타고난 글쟁이 인 것 같다. 똑같은 이유로. 예전에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 란 책을 보게 되었는데. 나는 이 책이..동명이인의 다른 작가가 쓴 책인줄 알았다. 신통치 않은 사진과..글을 버무린 뻔한 여행기 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책 처음의 단편 소설을 읽다 보니까. 글이 너무 맛깔나고 재밌었다. 아마도 제목이 '마코토'? . 그 단편소설의 일인칭 화자가 여자 여서 동명의 여자 작가 인 줄 알았다. 어쩜 그리 남자 작가가 여성의 시선으로 너스레를 잘 떠는지...
 이 책에서 김영하는 롤라이 35 란 작은 필름 카메라를 예찬한다. 그 카메라로 찍은 도쿄의 사진과 글들은 딱..고만한 여행책 같다. 역시 소설가는 본연의 소설에서 빛을 발하는 셈이다. 소유한 적은 없지만..나도 한 때. 롤라이 35 의 매력에 빠진적이 있다. 김영하의 생각을 들으니..끄덕끄덕 하게 된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차근히 모두 읽어볼만 한 것 같다. 이 사람의 책 중에 세번째로 읽어 본 것인데, 글이 담백하고. 지적인 허세가 없는 느낌이다. 자신이 몸소 겪은 내용..본 사실을 감정적 치우침 없이 겸허한 상태로 서술한다.. 독자 입장에선..뭔가..차분하고 사색적인 느낌에 빠져든다. 이 책은 딱히 여행기도 아니고.. 그렇다고..소설이나 그냥 에세이도 아닌..분류하기엔 모호한 책이다. 90년대 옴진리교 테러와..인도여행을 통한..문명 비판. 그리고 자아성찰. 성향의 글이다. 사실. 이 책을 꼼꼼히 읽진 않았다. 좀 중구난방으로 읽어댔는데..그럼에도..이 책의 전면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글 자체가 좋아서..어느 부분을 읽어도..이 책의 메세지를 얻을 수 있다. 
 20대에 대학을 뛰쳐나와 인도 여행길에 올랐던 저자는 시스템 안에서 배우지 못하는 눈을, 젊은날 인도 여행을 통해서 발견한다. 글의 설득력과 힘들은..그러한 관조에서 오는 듯 하다. 미루마야 겐지와는 또 다른..남자, 신사의 발견이다.
 시간이 나면..이 사람의 인도방랑 이나. 동양 기행을 읽어 봐야 겠다. 

http://heeya1980s.blog.me/64955868
 
 스매싱 펌킨스의 33 이란 노래는, 정말 내 나이가 미국식으로 현재 33 이 되었을 때, 좀 더 의미 심장하게 들려왔다. 가사의 의미를 인지하며 감상하는 것 보다. 아름다운 선율과. 멜랑콜리한 감성의 분위기에 젖는게 중요한 듯 싶다. 처음엔 밋밋하게 들렸으나..세월이 오래 흘러 언제 들어도..질리지 않고..새로운 느낌을 발견하는 그런 노래다. 33 의 모든 사람들에게..


speak to me in a language i can hear 
 내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내게 말해줘

humour me before i have to go
 내가 떠나기 전에 나를 웃게해줘

deep in thought i forgive everyone
 깊이 생각해 본 끝에 나는 모두를 용서해.

as the cluttered streets greet me once again
 다시 한번 더 나를 맞아주는 어수선한 거리의 모두를

i know i can't be late, supper's waiting on the table
 내가 늦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탁자 위에서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tomorrow's just an excuse away
 내일은 그저 도망치기 위한 이유일 뿐이야

so I pull my collar up and face the cold, on my own
 그래서 난 옷깃을 여미고 추위와 마주하겠어, 나 홀로

the earth laughs beneath my heavy feet
 대지는 나의 무거운 발걸음 아래에서 날 비웃고

at the blasphemy in my old jangly walk
 나의 쟁그랑 거리는 걸음 안에 깃든 신성 모독

steeple guide me to my heart and home
 교회의 첨탑은 나를 내 마음과 그리고 집으로 데려다줘

the sun is out and up and down again
 태양은 솟아 오르고 그리고 또 다시 지는데

i know i'll make it, love can last forever
 난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아, 사랑은 영원할 거야

graceful swans of never topple to the earth
 절대 대지로 넘어지지 않는 우아한 백조들

and you can make it last, forever you
 그리고 너는 결국 해낼 거야, 영원히 너는

you can make it last
 넌 결국 해낼 거야.

and for a moment i lose myself 
 wrapped up in the pleasures of the world
 그리고 내가 세상의 쾌락들에 둘러 싸여 나를 잃어버린 순간

i've journeyed here and there and back again
 나는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다시 돌아왔지

but in the same old haunts i still find my friends
 그러나 그 오래된 똑같은 장소들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친구들을 찾아

mysteries not ready to reveal
 수수께끼들은 풀릴 준비가 되지 않았고

sympathies i'm ready to return
 되돌아갈 동정심들은 준비 되었어

i'll make the effort, love can last forever
 난 노력 할 거고, 사랑은 영원할 거야

graceful swans of never topple to the earth
 절대 대지로 넘어지지 않는 우아한 백조들

tomorrow's just an excuse
tomorrow's just an excuse
 내일은 그저 하나의 이유일 뿐

and you can make it last, forever you
 그리고 너는 결국 해낼 수 있을 거야, 영원히 너는

you can make it last, forever you
you can make it last, forever you
ev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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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 이란 철학자를 처음 안 것은 영화 인문학 이란 책에서 였을 것이다. 글을 철학자 답게 쓰는 걸로 인상 깊었는데. 책 뒤에 단어를 철학적으로 풀이해 논 글들이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간결한 문장들이 바로 핵심을 찌르는 어떤 푼크툼 적 효과 라고 할까.. 그 부분을 따로 복사해 뒀었는데..못 찾겠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철학자 ( 강신주. 강유원 ) 에 비해. 이 저자의 글은 좀 더 학구적이다. 단어의 사용이 좀 어려워. 쉽게 휘리릭 읽히진 않으나..차분히 음미 할 수록..뜯어 보는 맛 이 있다. 전반적으론 시선 자체가..네가티브 하다. 비수처럼 찌르고 들어와 삶의 환상성을 깨부셔 버리는..철학의 본질에 맞닿아 있어.. 왠지..고독해진다.

 이 책의 초반은 아주 강렬했다. 그러나..중 후반부로 갈수록..관념놀이 하듯 좀 늘어졌다. 머리로 싸움하는 학자의 한계 같은게 느껴졌다. 구성 자체는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과도 흡사하지만. 그 정도의 구성엔 못 미친다. 대중이 쉽게 다가가기엔 부담스러운 문장들이 많으나. 이 철학자의 스타일 이라고 생각한다. 강신주나 강유원도..대중에 쉽게 다가서려는 스타일이 있는 만큼.. 그 반대의 스타일도..존중해야 한다. 

--
 그리고, 바로 이 스러짐의 환상극을 일러 나는 줄곧 '세속'이라고 불러왔다. 정녕 도달하고 싶은 대상은 이념으로 소실되어버리거나 현실이라는 알리바이 속에 봉인된 채, 내내 우리들은 우여찮게 곁에 있던 대상에 실없는 의미를 매겨 욕망하거나, 그 어떤 '무엇'을 닮은 것을 바로 그 닮았다는 사소하고 우연한 인연을 강조하며 과장스레 다시 욕망하는 것, 바로 이 욕망의 복합체를 일러 세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념과 욕망의 교착, 진정성과 모방성의 혼동, 생각과 실천의 소외에 따른 부족과 미달, 혹은 과장과 잉여를 세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좋아해서 어긋나고 미워해서 어긋나는 일, 빨라서 어긋나고 늦어서 어긋나는 일, 부족해서 어긋나고, 지나쳐서 어긋나는 일을 두고 세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17.

심리학은 어떤 경우에도 뺄 수 없는 탁월한 공부이지만, 심리학주의는 잘라 말해서 공부의 원수인데, 이를테면 심리학주의의 극점에서 드러나는 행태의 전형은 인식의 유아와 실천의 광인이다.

인식의 유아와 실천의 광인은, 그 자신의 상상적 체계 속에서 세속적 어긋남의 실제를 관념적으로 기피한다. 그 인식의 현실 적용력과 효율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정치적 프락시스가 불필요한 것이다. 그 광인은 '(타인과의) 만남' 이라는 공부의 현장에 내려서서 편의와 편차의 세속에 시시각각 시달리는 대신, 무대 위의 시적 고백과 연기에 만족한다. 가령 쿤데라가 " 인생의 어리석음은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갖는 것" 이라고 꼬집은 것이 그러하다. 세속이라는 어긋남의 현실에 단련되는 일은 싱거운 해답들을 물리치고 제대로 된 질문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래서 쿤데라가 말하는 소설의 지혜도 "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을 갖는 것" 이다. 30

 결국 자신만의 것일 수밖에 없는 '생각'은 대게 지혜를 가린다. 실은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에 자신 속에서 지혜로 발효되지 못한다. 지혜라는 실천성은 이른바 '생각의 전능성' 이 균열되는 지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혹은 지혜란,(라캉의 말처럼) 생각이 발견해 내는 것은 그 생각으로 하여금 발견하도록 촉발시킨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어긋남의 깨침을 태반으로 삼기 때문이다. 39

만남의 사건이 몰아오는 진리의 순간이란, 무엇보다도 '내 생각 속의 나'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지평이란 (오직) 타자를 위하여 남겨진 장' 이기에, 나와 상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건강한 거리를 얻기 위한 조건은 곧 '내 생각 속의 나' 즉 유아적 2차원의 상상적-연극적 대면관계가 무너져야 하는 것이다. 45

 타인을 향한 무능 속으로(에서) 급진 하는 인식에 겸허하게 자신을 개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은 상상의 거울방을 찢고 나오는 일이며, 허영의 풍선을 터뜨리는 일이며, 생각과 의도와 결심의 관념적 순환으로부터 몸을 끄-을-고 살아가는(걸어가는) 길이다. 88

 왜 인간은 무대적 존재가 되었을까? 하버마스의 표현대로, 왜 우리들은 "서로에게 어떤 것을 연출하는 만남"의 형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게 되었을까? '불행한 의식'을 거칠 수밖에 없는 인간 현상의 당연한 결말에 불과한 것일까? 이 논의에 좀 더 적확한 형식으로 문제를 고치면, 왜 인간은 의식의 벽 이쪽저쪽으로 나뉜 채 자기가 자기에게 연출할 수밖에 없는 형식으로 상호작용의 기본 형식을 갖추게 되었을까? 물론 그것은 주로 환상 탓이다. 인간의 경우 의식이 곧 자의식이고 성찰이 곧 자기성찰이며, 성애조차 "메타-성적인 어떤 것의 육체적 표현" 이듯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욕망을 특수하고 조금은 기이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곧 인간적이며 환상적이고, 이는 무대적 상호작용의 형식에 근접하게 된다. 지젝의 해석처럼 그것은 "우리들 각자가 상상적 시나리오를 수단으로 하여 일관성이 없는 타자인 상징적 질서의 근본적인 궁지를 해소시키고(시키거나) 은폐하는 방식"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나 종교라는 가장 오래된 환상들도 결국 그(녀)라는, 그리고 신 이라는 "일관성이 없는 타자인 상징적 질서의 근본적인 궁지"를 내 욕망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형식에 얹어놓고 있는 것이다.  304



 

 
 아마도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의 소소함을 오롯히 기억에 남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본 것. 듣고. 느낀 것은 기억의 층위에 차곡차곡 쌓여..차츰 그 무게에 눌려 망각으로 유실된다. 그 소중했던 삶의 순간들을. 너무 쉽게 망각으로 흘려보내는 걸 방지하고자. 한편으로는 그 시간들에..특별함을 부여하고자. 우리는 일기를 쓴다. 일상의 순간들은 글을 씀으로써 재 맥락화 된다. 기억에 태그 를 붙임으로써. 언제든 뽑아낼 수 있는 추억이 된다.
 사진은 즉각적이고 함축적이며 시적이지만. 글은..내면의 정서에 의해 좀 더 주관적이고..묘사적이다. 글은 쓰여지는 과정에서. 재맥락화 되..고정되지만. 사진은 나중에 그 걸 다시 볼 때. 재 맥락화 된다.

 근래의 파편화된 기억이 넘실 댄다. 곧 소멸될 기억들은 추억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은 현재의 나를 정의 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나아간다. 사실 지금 현재는 없다. 시간과 숨은 정지 할 수 없다. 지금 여기 부터 과거..와 다가 오지 않은 과거만 있을 뿐이다. 
 
 저번주, 아주 오랬만에..기억에서 잊혀졌던 감성이 떠올랐다. 충무로의 카메라샵 쇼윈도 앞에서 나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은 뚫어지게 쳐다 봤다.  그 아름다운 카메라들은 나를 과거속의 어떤 나 로 이끌어 주었다. 순진하고 소박한. 꿈과 열정을 가진 어떤 지점으로..
 카메라는 행동의 동기를 점화 시킨다. 모더니즘 미학의 극치인  명품 필름 카메라들은 마지막 사진 시대의 자존심을 피력한다. 주류가 아닌 필름 카메라들은 여전히 고고하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카메라들을 보면..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걸 쥐고..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상상해 본다.

 동시에 사진집을 파는 작은 서점에 들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아주 큰 박스셋이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비싼..구하기 힘든..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집인 East 100th street 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가격을 물어보니...35만원..흠.. 인터넷 서점에서 알아보니..24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다. 비싸서 선뜻 구입하기 힘들지만. 그 사진집을 감상하는 미래를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아마 돈이 없기 때문에 오는 작은 행복이다. 마구 펑펑 쓸 수 있어 언제든 뭐든지 소유 가능하다면..그건..아무 의미없는, 삶의 버려짐이다.

 책을 네권 주문하면서 그 사진집은 다음을 기약했다.
요즘.. 드라마 파스타를 간간히 보아왔다. 물론 공효진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더 나아가선..파스타 요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좋은 드라마는 피로 회복제 같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미소를 보는 건..나 또한 미소 짓게 만든다. 파스타에 나오는 공효진을 보다 보니.. 누구의 인상이 자꾸 떠올랐다. 첨엔 몰랐는데..되새겨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공효진 보다 젊고 미인이여서 더욱 미소 짓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회상 할 뿐이었다.

 아열대 기후가 된 것처럼 비가 계속 왔다. 추억은 비를 타고 주룩주룩 내린다. 돌아갈 곳 없는 추억을 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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