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동네 도서관에 나들이를 나갔다. 간혹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을 여러권 뽑아들고 읽을 만한 책을 가려 낸다. 어떤 책은 10분 짜리..어떤 책은 30분 짜리..쓸데 없는 책들의 인연은 잠시 뿐이다. 그 중에 두 권이 오른쪽에 남았다.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 와 바로 이 책. 

 처음 제목만 보고선..좀 뻔한 책이라 여겼다. 그러나 책 날개에 ( 보통 저사 소개 하는 부분 ) 요약된 저자의 삶은 흥미로움 그 자체 였다. 90년대 중반에 한국의 교도소에서 수감했던, 20대 미국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 교도소 수기도 흥미로울텐데, 미국인 백인 청년의 한국 교도소 수기 라니.. 아마 그동안 미국인 수감자는 많아도..이런 책을 낸 사람은 처음 이지 않을까..

 이 책의 원제는 Brother One Cell 1방 형제. 2006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 되었고. 미국에선 2007년. 한국어는 2008년에 출간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한국의 영어 강사로 입국한 그는 필리핀에서 해시시를 밀수한 혐의로 체포되어 한국에서 7개월의 영어 강사 기간과..3년 6개월의 교도소 생활을 끝으로 추방된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타국의 감옥에서 그가 겪은 고난을 통한 성장을 이야기 한다.
 1993년 ~ 1997년 사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과. 한국인의 습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에 있다. 한국에 대한 무지나 편견. 몰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열린 마음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안 좋았던 경험을 자신의 성장을 이루는데 발판이 되었다는데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한국에 대해..그는 가감없이 이야기 한다. 

 20대의 초중반을 한국의 감옥에서 지낸 저자는 그 젊은 혈기 만큼. 다채로운 감정을 회고한다. 시간이 지나 이 책을 쓸때는 그 때의 경험이..자신의 인생에서 큰 기둥이 된 사실을 인정한다. 그 시간을 현재 담담한 감정의 상태로 글을 써.. 글을 읽는 독자에게 외국인의 감정적 치우침이 아니라..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깨달음에 공감을 산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 이기도 한 그의 문체는..대단히 흡인력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것도. 감옥에서 얻게된 그야말로 갱생 의 효과이지 않을까. 문체나 시각이..격앙되었거나. 치우쳤다면..나는 이 책을 이렇게 제대로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닌..그가 회고하는 솔직함과. 초월된 삶의 나아감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스콘J버거슨 같은 작자의 배설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사회 이면의 깊숙한 바닥 까지 내려갔다온 그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는 타 문화에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그냥 뻔한 미국인 이었을지 몰라도. 유교적 공동체 기반의, 더더욱 특수한 교도소 사회에서 변화되어가는, 한마디로 문화의 충돌 속에서 겪는 자아의 성장이다. 이 책의 주된 느낌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삶이란..남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 테니..3년 6월의 감옥 체험은 자신과..타인에 대해서 극한으로 부딪히는 시간 이었을 것이다. 
 
 내가 예민한 감수성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던 그 시절의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같은 땅 위 그가 겪었던 회한를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생각해 본다. 음..얼마나 걸어왔나..벗어나 왔나..내겐 극한 체험은 없었다. 어른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력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uncanny 함이 지배하고 있다. 내 눈에. 내 지각에. 살점들이 출렁이고 있다. 보기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는 이 괴이한 드러냄들..이 뭐꼬..스님들의 화두 처럼..보기와 보여짐의 관계속..욕망의 정치. 이 뭐꼬..

 언젠간.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엄마와 나들이 나온. 여인이 난감한 손짓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쯔음을 가리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 부위를 가리기엔 얼마나 작은 손인가. 손도 엉덩이도. 참 주인 잘 못 만나..민망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입고 다닐꺼면..당당하기라도 하지..진정한 핫 팬츠의 매력은 당당함에서 오는 것인데.. 괜히 뒤에 따라 올라가는 남자들만..괜시리 켕긴다. 보이는 걸 안 볼수도 없고..
 아무리 자기 만족, 제 멋 이라지만..이렇게 죄다. 몰 개성적으로 입는건..유니폼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핫 팬츠 만이 아닌 소위 하의 실종 이라는..웃도리를 하의 까지 덮여..정말 아랫도리를 입었는지 잘 모르겠는 패션은..패션의 테러 같다. 다리가 이쁘고 안 이쁘고를 떠나서..옷 입는 감각이 정말 떨어지는 아이들이나 그렇게 입는 것 같다. 또..바지 앞 포켓이. 짧은 바지 밑단을 넘어 빼꼼히 드러나는 것도..그닥 보기 좋진 않다.

 신체의 아름다움은 표피적인 살갖의 드러냄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오히려 천박하다. 허벅지의 물결은 언제까지 출렁일래나..미의 기준이 서구화의 영향으로 인해..동양적 열등감이 서구적 기준으로 근접하면서..그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인가..그렇담. 또 언젠가는..풍만한 가슴 드러냄 열풍이 올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이들수록 이래 저래 눈 둘곳이 편치 않겠다..

 내가 여자라면..아니 여자로 태어난다면..모델 지현정 같은 외모로 태어나고 싶다. 내가 보기엔 궁극적 여성의 아름다움 이랄까.. 아무튼 요즘 언캐니함에 사로잡히고 있다. 글을 대충 마무리 하려 보니까..언캐니한 일화들이,,마구 떠오른다..시선 단속..썰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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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나드 버틀러. 20대 초반 미국의 얼터너티브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내게. 영국 음악의 길을 열어준 밴드는 Suede 였다. 그들의 데뷔 앨범(1993)의 첫 곡 So Young 을 들었을 때. 헉..이건 3분 짜리..예술이군..하는 강렬한 미학적 쾌감을 얻었었다. 수려한 기타의 라인과..피아노 선율은..보컬의 멜로디 이상으로 강한 끌림이 작용했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2번째 곡. Animal nitrate 를 듣고 나서 이미 중독을 만들어 냈다. 보컬의 주된 선율과..묘하게 어우러지며..배킹도 솔로도 아닌 기타리프는 끈적끈적하게 온몸의 감각에 들어붙었다. 

 스웨이드 란 밴드에 깊이 중독됐고..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는 나의 기타 히어로 가 되었다. 기타를 치고 싶다. 란 열망이 들끌었다. 그가 쓰는 기타와 흡사한. 그당시 거금 28만원에 빨간색 에피폰 335(The Dot) 기타를 샀다. 그렇게 버나드 버틀러는 나에게 기타의 열망을 심어준, 첫 기타를 사게 만든 장본인 이다.

 최근에 재결성된 스웨이드가 한국의 록 페스티발에 참가해 공연을 했다. 내게는 초기 기타리스트 였던 버나드 버틀러 가 없는 스웨이드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이제 곧 존 프루시안테가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신보가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그닥 관심이 안 간다. 스웨이드 1집 2집은 평범한 팝송을 넘어. 미학적인 차원의 예술로 승화 시켰다. 버나드 버틀러 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2집의 녹음을 마치자 마자 버나드 버틀러는 밴드를 탈퇴한다. 성공한 밴드의 작곡가 이자 기타리스트 였지만. 그는 이당시. 인생의 위기에 봉착했다. 

 14살 때 부터 밴드를 만들어 노래를 만들었던 빼빼마른 소년은 밴드가 와해되고.. 별다른 친구도 없이 학교와 방구석만 오가며 음악과 기타에 빠져지내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때 그의 우상은 the Smith 의 기타리스트 자니 마. 버나드도 에피폰 쉐라톤 모델을 첫 기타로 샀다..자니 마가 쓰는 체리 레드색. 깁슨 ES-355를 동경했을 터는 말할것도 없고..



 NME 잡지의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버나드는 스웨이드에 기타리스트로 가입하게 되고, 팝 역사상

 위대한 작곡 콤비들 처럼. ( 매카트니&레논, 믹 재거&키스 리차드. 모리씨&자니 마 ) 또 하나의 위대한 작곡 콤비가 된다. 브렛 앤더슨 & 버나드 버틀러. 

 그렇게 스웨이드 초기, 빅스비 암이 달린 체리 레드색 깁슨 ES-355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기타가 된다. 

 내가 처음 90년 초반의 스웨이드의 라이브 영상을 보았을 때. 보컬 브렛 앤더슨의 호모 필 가득한 의상과 쇼맨쉽은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밴드의 초기 전략은 모호한 성 정체성과 퇴폐미를 강조했다. 데이빗 보위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밴드가 성공해서 투어를 다니고..연일 파티를 벌이는 도중에도..버나드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호텔방에 혼자 쳐박혔다고 한다. 뮤지션과 연예인의 다리에서 그는 고독한 뮤지션의 길로 올인했고. 그러한 음악에 대한 가치관 차이로. 브렛 앤더슨과 는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2집 녹음을 할때는 스튜디오에서 다른 멤버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자기 녹음 파트가 끝나고 다음날 악기를 가지러 스튜디오에 갔을땐. 자기 장비가 문 밖에 내 놔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뮤직 비지니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아버지가 돌아갔을때. 스웨이드의 명 싱글곡. Stay together 를 녹음을 해야했다. 밴드를 탈퇴하고. 반년을 집에서 암중모색하다..다시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맥알몬트 & 버틀러 듀엣으로 활동했고. 다른 뮤지션들의 피처링을 해오다..드디어 대망의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1998년에 발표한다. 바로 이 앨범.. 서두가 매우 길었다.  


 이 솔로 데뷔 무대를 보면 버나드 버틀러의 스타일이 여실히 보여진다. 기타에 게인을 많이 먹이고. 록킹하고 에너제틱한.. 기타 솔로 할때의 아밍과 함께. 화려한 모션은. 우아한 록 스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가 싱어 송 라이터 면서 기타와 피아노..프로듀서 등 음반의 모든면에 혼신을 다한 흔적이 엿보인다. 유려하고 고혹적인 선율속에 내면의 침잠어린 고독이 스며있다. 하지만..그의 첫 발걸음은 기운차다. 나는 특히나. not alone 을 좋아하는데..오아시스의 whatever 이후로 일렉트릭 기타와 현악 세션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울러 지는 곡도 드물다.



 버나드는 99년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깜짝 공연을 펼친다. 일본의 록페스티발을 가는 와중.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에 잠시 왔던. 그는. 홍대앞 스팽글 이란 클럽에서 포커 게임 내기에 져서. 그 벌칙으로 깜짝 공연을 했다. 이 때. 피씨통신 동호회에서 이메일이 왔었는데..나는 설마..장난이겠지 하고 넘겼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실을 알고 엄청 후회막심했다.  이 때 이 공연을 정말 보았더라면..나는 정말. 기타를 열심히 쳤을 것이다. 



 

 2005년이 되서야 버나드 버틀러의 연주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연세대 강당에서 Tears 의 공연에서 였다. 티어스는 10년만에 스웨이드의 보컬 브렛 앤더슨과 다시 결합해서 나온 밴드 였는데. 결국 단발에 그쳤다. 결코 화해 하지 않을것 같은 그들이지만. 결국 다시 뭉쳤고. 훌륭한 곡을 써냈다. 하지만. 스웨이드 시절의 명곡들은 단 한곡도 연주 하지 않았다. 그만큼 버나드는 그 시절을 기억하기 실은 모양이다. 요즘엔 세월의 간극만큼 꼭 그렇지 만도 않은것 같지만.

 

 솔로 활동과 다른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고. 현재는 프로듀서 로써 각광을 받고 있다. 대박난 뮤지션 더피의 음반을 프로듀스 했다. 이제는 세월의 뒤안길로, 그의 음악적 재능은 앞으로 드러나기 보단. 다른 뮤지션의 조력자로 더 치중해 보인다.
하지만. 버나드 버틀러의 퍼포먼스 가득한 기타 연주를 보고 듣다 보면..그렇게 섹시해 보일 수 없다.

 중년이 된 그가 이제 무대위에서 격렬한 기타 연주를 하기 힘들겠지만. 내 눈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수려한 선율과 화려한 기타 아밍질을..미려한 몸놀림을..

 버나드 버틀러의 첫 솔로 앨범은 진취적인 발걸음 이었다. 인생의 위기를 겪고 난 예술가의 진중한 독립선언 과도 같다. 나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나 여러가지를 느낀다.





  이 책은 참 아름다운 책이다. 사진책에 관한 사진책인데 내 기준엔 책의 모든 면이 완벽하다. 디자인, 편집.과 함께, 완전히 펼칠수 있도록 한 특수 제본.. 질 좋은 재활용 종이 사용.. 등등 소소한 면까지 큰 만족을 준 책 이었다. 당연히 글은 말 할 것도 없다. 간만에..글을 읽고 있기만 해도..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우리말 지킴이 로써 우리가 평소에 잘 안 쓰는 단어들을 쓴다. 저자가 제 깜냥껏 새로 지어서 쓰는 낱말인데, 그 자체가 신선하고. 정겹다. 단어의 사용만으로도 이 사람의 마음씀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관한 용어 뿐만 아니라.. 부인을 옆지기 라고 하는 것이나. 학교옷과 헤엄옷을 입힌 모습으로~ 등등.. 수많은 신선한 낱말들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처음엔..익숙치 않으나..이내. 책 속의 글과 어우러져서 저자의 마음씨에 감동한다. 

 

“아는 만큼 본다지만 사는 만큼 본다고 해야 맞다고 느낍니다.
내가 살려고 하는 만큼 느끼며 보는구나 싶습니다.
내가 살아가려는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사진감이 나오고 사진작품이 나온다고 느낍니다.” 
                 _ 책 속에서  뒷장.


 저자는 고향인 인천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운영한다. 자전거를 열심이 타고. 심신이 아픈 부인과. 어린 딸과 함께..삶을 분주히 살아가는, 치열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삶을 이야기 한다. 나이가 나 보다 그리 높지 않은데, 참..어른이구나..하는 존경스런 마음이 생긴다.
 잡지에 연재 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저자 본인의 삶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고.. 헌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거기서 구한. 사진책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삶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본인도 사잔작가 이면서..책에 대한 사랑과..헌책방에 대한 애정으로 사진으로 기록하고.. 또 골목길을 기록하는 작업도 한다. 사진의 제일 큰 본질인. 기록.. 사라짐에 대한. 정지 작업이..이 저자의 사진 작업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 한 사람이 되는 흐름' 을 잘 여미거나 붙잡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을 놓칠 일이 없습니다. 허튼 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얄궃은 데에 흘리지 않습니다. 속 좁거나 비틀린 데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서 있을 자리' 를 놓친다면,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바탕' 을 내버린다면 우리 삶터는 엉망진창이나 뒤죽박죽이 됩니다. 갖가기 불평등과 푸대접과 따돌림이 판치게 됩니다. 온갖 다툼질과 시샘과 꿍꿍이가 넘치고 맙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 나 또한 이 땅에 고운 빛줄기 하나 부여잡고 태어난 아름다운 목숨' 임을 깨달을 떄와 못할 때에는 크게 다릅니다. 많이 벌어집니다. 기나긴 나란한 금을 달립니다. 나부터 사랑스러운 목숨임을 느낄 때에 비로소 나다운 사진이란 어디에 있고, 나다운 사진을 펼치는 자리는 어디이며, 나다운 사진을 누구하고 나누면 좋을까를 시나브로 곰삭입니다. _ 69

 바라보는 목소리를 넘어 살아내는 이야기로 글과 사진을 아로새길 수 있기를 바라는 일은 아직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 이야기를 하기 앞서 저부터 스스로 옳고 알차게 해내지 못하면서 바라기만 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을 살아내자고, 이 사람을 부둥켜안자고 하는 땀방울이란 '펜굴림'으로 이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진기 쥠'으로도 이루지 못합니다. 펜을 붙잡은 손을 넘어서는, 아니 펜을 붙잡는 손을 아우르는 발걸음과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기를 쥔 손을 넘어서는, 아니 사진기를 쥔 손을 어우르는 손품과 몸놀림이 있어야 합니다. 지식을 담는 손에서 지식을 다루는 손이 되었다면, 지식을 녹여내어 지식을 살아내는 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_ 292

 멋진 책이다.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을 읽는 듯한 기분.. 사진과 책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딱 좋을 책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은 기분 좋게 한다. 더더욱 글들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사진책들에 호기심을 더해주니..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진책을 많이 안 사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내 삶의 편함에 가슴이 찔리기도 한다. 나는 도서관의 사진책을 열심이 보고 있다. 소유는 정체다 란 생각 아래..ㅎ
 


 주말에 엄마가 한가득..마늘을 쌓아놓고 까고 있었다. 불안했다. 미련하게도 엄마들은 그런 일에 목숨 건다. 몇 일이 걸려도 쉬엄 쉬엄 하면 될 것을, 앉은 자리에서 돌부처 처럼.. 끝까지 다 하는 그런 습성. 나는 화가 난다. 옆에서 도와 주지 않을 망정..이런 화나 내고 있는 나는..우라질 자식이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평소에..건강에 대해서..습관에 대해서 누누히 말했지만, 어른들은..좋던 싫던, 자신의 습속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 모르겠다. 최소한 나는 내가 안 좋다 생각하는 습관을 최대한 고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되던 안되던 그것이 인간의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60년 넘게 살아온 삶의 습속을 어디 그리 고치기 쉽나..하지만..여생의 건강을 위해서 작은 노력이라도 한다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걸..내가 강조 하는 것은..식사를 천천히 하시라.. 꼭꼭 오래 씹어 드시라.. 제 시간에 챙겨 드시라..김치에 물에 말은 밥 같은거 드시지 말고 골고루 드시라..등등등..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노력이지만..어른들에겐. 세월의 무게 만큼 작은 것도 바꾸기 힘든 모양이다.
 어쩜 우리 부모 세대들은 자기몸 건사하지 않고..무한한 희생에 몸 바쳤던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사실은 역사의 부끄러운 놈들)
 
 그날도 틈틈히 스트레칭 하시면서 하라고..간곡히? 잔소리 했다. 여러번 겪어 봤기 때문에, 요번에 알아서 제 몸 챙기시겠지..했지만. 또 무리하셨고, 허리가 도지셨다. 전부터 그렇게 누누히 강조했지만.. 순간 부아가 치밀었고, 곧..그 화가 나를 공격했다. 

 내 유년기의 슬픈 기억은, 엄마의 허리 아픔에 대한 것이다. 나중에 좀 더 커서..그 고통이 나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일꺼라고 확신했다. 어릴적엔 허리 아픔, 지금은. 간혹 찾아오는 어지럼 증상..그 사이에.. 무릎 관절. 고혈압. 위장 장애. 등.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이러저러한 증상을 달고 사셨다. 지금도 그 날이 또렷히 기억나는데.. 고등학교때..중간 고사를 보러 가는 아침..엄마가 구급차에 실려 갔던, 그 순간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무기력한 존재의 현실..그래서 대학을 가서..별 볼일 없는 지식도 쌓지 못했고, 정신의 허영 속에서 번뇌하기 위해.. 그렇게 학교를 다녔나.. 하는 그런 자괴감. 
 
 생각과 현실의 실천은,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허리아픔에 기운이 달려 어지럼까지 온 엄마를 위해. 죽을 끌이고 있었다. 소고기 야채 버섯 죽.. 요리하는 법이야 별것 없지만. 재료를 잘게 준비하는게 오래 걸렸다. 소화가 잘 되기 위해..최대한 재료를 잘게 썰었고, 쌀이 잘 풀어지게..뜨거운 열기 속에서 잘 저어줬다. 이제는 보살펴야할 부모가 된 현실이, 슬프고도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엄숙함이 있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기도 하고, 한국인 이라면..절대적인 마늘이 사람 잡을 뻔 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부모를 잡을 뻔 했나. 그들의 무식한 인고에 감탄하는 바이나. 과거의 삶의 서사는 간혹 현실을 왜곡한다. 허리의 어긋남은 지금 여기 현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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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미니 스커트를 입은 도서관 사서가 연애 시크릿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예약 도서가 있다고 말했고, 그녀는 모니터를 확인 후.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를 찾으러 갔다. 그녀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나는 연애 시크릿과 사랑의 역사 사이의 간극을 생각했다. 사랑은 환상이다. 인간의 동물성에 부여하는 정신적 허영이다. 그녀는 예뻣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결과를 낳지 않는다. 시각의 작용은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 이상화 된 사랑의 공간.. 우린 그 속에서 복제된 사랑을 꿈꾼다. 누구의 기억인가.
 사랑의 역사는 내게 건네졌다. 그 찰나. ' 당신에겐 그 책이 정말 필요 한가요? ' 라고 서로 묻고 있는듯, 시선이 오갔다. 나는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섰다. 사실. ' 아무것도요..'
 또다른 환상의 꺼풀이 드러나겠지요.. 차라리. 부비부비 클럽이나. 이태원 바의 찐득한 시선 에서. 허영의 풍선을 터뜨리는 일이 어떨까. 당신을 만지고 싶다.

 당신 앞에 선 깨끗한 거울 같이..나는 그렇게 서 있을께요.. 티끌이 뭍어 있으면..당신이 지워주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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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스케치북을 들쳐보다가.. 그림 들을 발견했다. 다른 그림도 있었지만.. 빌리 코건과 마를린 맨슨을 그린 그림이 대비가 되어 올려본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말년에 카메라를 놓고. 뎃생을 추구했다. 나도 말년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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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내내 비가 내린듯 하다. 맑은 하늘을 본지가 쏜꼽혀 진다.  초록의 싱그러운 열기는 우중충한 물기로 채워졌다. 서울에 수해가 나던 날 밤. 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안양천은 아직 범람하진 않았지만..군데 군데..이미 물이 잠겨와..물길을 가르며 달렸다. 그 소리는 마음을 경쾌하게 했다. 누가 보면..저런 미친놈..쯧. 했겠지만..간혹..이렇게 비를 흠뻑 맞는것도 육체와 정신엔 좋다. 쏟아붇는 빗물엔 적도의 뜨거운 맛이 있었다..방사능도 아주 조금은 포함되었을려나.. 자연의 샤워는 나를 어린아이의 본성으로 되돌려 버렸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붙치지 않을 편지 였지만. 붙쳐버렸고. 말끔히 지워졌다.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한웅큼의 긴장이 나를 감쌌다. 슬픔은 생의 긴장으로 대체되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거 맞나.. 엄연한 현실은 경이로운 벽 이었다. 그 차가운 벽..

 

 7월은 유독 길었던 느낌이다. 딱히 한것도 없는데, 7월초의 간간한 기억들이..꽤.멀게만 느껴진다. 장마는 인간의 감성도..길게 만드나 보다. 7월이 시작할 때.. 올해 후반기의 시작으로.. 전반기를 마무리 하며, 내일을 다짐했다. 왠지. 인생의 절반이 넘어가는 지점인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를일 이지만.. 대략..인생의 후반기 시작 이라는 포부 같은게 들어찼다. 20대 같이 비의 감성에 젖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예전의 나 보단 지금의 내가 좋다. 어쩃든 성장했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마음이 아프지만. 결국..난 극복할 것이다. 

 비가 다시 시작된 날.. 오랬만에 대학 동기 형 한테 전화가 왔었다. 친했지만. 졸업 후 딱히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 조금은 소원해진?  오랬만에 대학 친구 한테 전화가 오면..좀 불안하다. 작년에 전화 통화후 2주후에 대학 친구가 스스로 그랬던 적이 있어서.. 그런 기억 때문인지. 그 동기 형의 목소리가.. 어둡고 멀게 느껴졌다. 함 보자는 이야기를.. 요즘 바쁘다는 사실(핑계?) 로 무마했다. 통화 후..좀 후회했다. 조만간..내가 걸어야 겠다. 아마 그 형도..비가 오래 오다보니..옛 생각이 나서 였을 것이다.

 

 저 푸른 이파리들이 광합성을 하듯이 활짝 펼 것이다. 정신의 습기는 온데 간데 없이, 바삭 마른 나무가 되어 ..를 위해 불타오를 것이다. 내 삶은 이제 숨지 않는다.

 이 사진의 제목은 ' 동물원 관람의 적정 매뉴얼 ' 정말 정석의 포즈 아닌가..7월의 소년 소녀는 항상 맑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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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대책없이 구멍 뚤린듯 비를 쏟아내듯이. 마음의 빗장이 확 열렸으나. 그 마음이 가긴 가돼. 닿질 않는구나. 비가 그러하듯. 작은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생의 알량함을 핡퀴고 지나간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큰 포부를 심게 되고. 그 변화로 말미암아 인생은 가치 있게 된다. 쓰나미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 한번의 인생 무엇이 두려운가. 매일의,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참 흥미롭고 설레이지 않나.
 하늘에 태양이 떠도 눈은 바로 녹지 않는다. 마음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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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먹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테레비 에선. 나는 가수다가 방송 되고 있었는데, 김조한의 무대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와인색 레스폴 기타를 메고 있던데..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매우 궁금했다. 로큰롤 베어 라고 하는 낌새가 록을 한 모양이다..그 특유의 흑인 창법으로 어떤 록 음악을 했을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는 와중에 다음 가수가 옥주현 이었다..음..그런데 그녀가 할 노래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이 멋진 명곡을 또 그녀가? .. 아니나 다를까..ㅜㅜ 옥주현은 내가 보기엔 명작 크래셔 같다. 명곡을 망쳐놓는..그녀의 재능은 탁월해 보인다. 서시 에 이어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다..도..매한가지였다. 그 사이에 뭘 불렀는지..모른다.. 내가 그 방송을 볼 때 마다..그녀는 나를 짜증나게 한다. 

 너무 한거 아니냐구..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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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와라 신야 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봤다. 낯설지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언젠가 '메멘토 모리' 라는 얇은 책을 본 적이 있다. 사진과 아주 짧은 글 귀로 이루어진 책 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어느 노처녀 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매혹에 극찬했다. 흥미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나도 짧았지만. 아메리카 기행을 했었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까.  다른 이는 아메리카에 대한 어떤 인상을 받았을지..그 들여다 봄의 깊이를 만끽하고 싶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 라는 책은. 번역된 책이 난해해서..읽기 쉽지 않았다면..일본 작가의 일본어 글의 번역은 기대해도 좋을 듯 했다.
 책 날개의 저자의 약력을 보니. 미대를 중퇴하고..아시아 각지를 여행하고..책을 저술하고. 그 뒤 많은 책을 냈다. 사진가 이면서.작가 인 듯 하다. 

 작가는 1980년대 7개월간 혼자서 모토홈( 캠핑카 ) 를 몰고 주로 로스앤젤레스 부터 뉴욕 까지의 여정 속에 자신이 본 미국의 풍경과 속내를 펼쳐보인다. 나는 10일 남짓 뉴욕에서 무작정 서부로 내달려..라스베가스 까지만 찍고 다시 돌아왔는데..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나의 여행과 비교 안 할 수 없었다. 이동하는 집인 캠핑카 라니..나의 여행을 기억해 보니..눈물난다.

 나는 이런 기행문..여행기는 아주 빨리 읽는다. 타인의 여행 경험과 시선이 너무 내게 침식하려 드는걸 경계하는 것 같다. 기대했던 것 만큼의 문장은 아니었지만..시시껄렁한 잡문의 여행기와는 격이 다르다. 단락과 행간에 내가 음미할 여운이 있다. 아마도 좋은 책은. 일방통행로 가 아닐 것이다. 독자의 사색을 이끌어 내는 책..그런 기행문이..정말 좋은 책 일 것이다.
 빨리 읽어서. 그런 여유가 좀 없었지만. 저자의 여행은 배고픈 고행의 여행의 아니라.. 고독의 여행 속에서..미국의 허상을 들추어 내어. 직시하는 힘이 있다. 1950년대 스위스 태생의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 가 사진으로 했던 것처럼.. 단순한 여행기 라기 보다. 현대 문명에 대한 고찰이다. 현재 우리의 삶의 실체를 30년전 아메리카 라는 본토에서 체험한다. 미국화..미국의 본질을 쉽게 술술 흘러가는 여행문 속에..햄버거 고기 처럼 들어가 있다. 

 이 작가가 느꼇을 고독과 풍경이.. 내 눈에도 선하게 연상되어..더더욱 빨리 읽을 수 있었나..나도 기억을 되살려.. 이런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노처녀 누나는..이 책을 애인발견 이라고 하던데..



 덴마크 영화. 북유럽 영화는 자주 접하지 않아서 신선하고 새롭다. 일단 주제나 내용을 제쳐두고, 영상의 질이..아주 깊다. 장면 장면이..스틸컷으로 캡쳐 하면, 현대 예술 사진이 되어도 무방한.. 정교하다. 특히 북유럽의 태양은 생소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더욱 묘한 영상의 톤을 드러내는것 같다. 배우들의 메이크업은 거의 없는 것 같고..피부의 질감은 적나라 하다. 공간과 사물들의 미장센..어느것 하나. 소흘하지 않다. 좋은 빛. 공간. 훌륭한 연기.. 탁월한 연출. 이러한 재료가. 지역과 민족을 넘어 보편적 인간의 폭력과 복수..그것의 소멸을 얘기 하고 있다. 이 쉽지 않은 딜레마에 감독은 아프리카와 덴마크의 두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질문을 던진다..당신 같으면..어떻겠노라고..

 폭력에 직면했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더 강한 폭력(복수)으로 그것의 단절? 인가.. 결국 폭력의 순환구조.. 아님..폭력의 수용을 통한 평화의 작은 발자취인가..쉽지 않은 문제다..영화속 의사 선생님의 언행은. 성인 군자의 모습을 보여주나, 인간인 이상 마음의 분노는 어쩌지 못한다. 그래도 보통 사람보다는, 대단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폭력을 방치하면, 더 큰 폭력을 일으키게 한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도 하고. 사악하기도 하다. 그것이 어떤 구조(틀)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간은 괴물이 되기도 하고..성인이 되기도 한다. 순간의 마음먹기에 따라. 평화와 지옥을 오간다. 답을 내리기에 쉽지 않은 영화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충분히 공감하고..숙고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

 영화는 너무 무겁지 않게 진행된다. 나는 몰입해서 보았는데, 다른 이들은 모르겠다.
크리스티안..역의 아역배우는 앞으로 대성할 배우 같다.
고독하고 스산한 북유럽의 공기감과.. 서걱서걱한 아프리카의 황량함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먼지를 내며 달리는 지프차의 뒷 꽁무니를 따라가면서 하우 아 유 하는 흑인 아이들을 보니 반세기 전, 이 땅의 모습이 유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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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책은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지금 현재를 각성하게 한다. 어떤 열정이 필요할 때, 자기만의 길을 꼿꼿이 걸어간 예술가의 삶의 이야기는 꽤 많은 자극을 준다. 내 안의 열정을 일깨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확신에 찬..신념과. 예술관..삶에 대한 태도는 고만고만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다디로 삶을 그럭저럭 견디어 내는 우리들에게..자신의 삶을 저벅저벅 끊임없이, 진짜 현실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확신과 신념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본인의 톡특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냉철한 통찰과 비판은 일본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도 매우 타당하다. 특히, 소설가를 비롯한 한마디로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큰 지침이 된다.
 책의 처음.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도..처음 하는 말이. 무절제한 생활 태도에 대해, 염려하고. 엄격한 생활 태도를 격려한다. 나는 예전에 이미 그러한 것을 깨달았지만. 인간은. 감각과 쾌락에 나태해지기 쉬운 동물이므로..수시로..자신을 체크해야 한다. 이런 책을 읽고..저자의 따끔어린 호통에..심신을 다잡는다. 

 이 책의 저자는 23살에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로 인생 전환을 한다. 읽다 보면. 이 작가는 진짜 남자다..여성과..여성성을 극도로 지양한다. 남성적 강한 문체와. 확신이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직시하여 표현된다. 화려한 수식. 감성. 연약함은 철저히 배제된다. 고독하고. 숭고하다.
 그 후. 문학판의 그렇고 그런 클리쉐에 쉽쓸리지 않고..자신만의 작가의 길을 위해. 시골에서 오로지. 소설로써만 먹고 살아간다. 진정한 작가. 예술가의 길은 이런 것 이라고. 정답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내가 보긴엔 참 멋지다. 그의 소설이 많이 궁금하다. 그의 단호한 문장이. 나를 좀 더 굳건하게 한다. 많이 반성도 하면서. 적극 동조한다.

 첫번째 글이 '이미지의 세계' 라는 글인데. 사진(이미지)의 세계에 치중하는 내게 있어서 많은 귀감이 되는 글이었다.
( 이건 좀 다른 얘기 일 수 있지만, 몇일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놀랐던게. 진열 전시된 책들의 표지에..또다른 홍보 문구가 덧대기로 끼워져 있었는데..책의 표지를 거의 다 가려버리는, 참 열받는 작태였다. 책의 얼굴인..시각적인 정보를..무참히 짓밞는 그 띠 에는..유명인사?들의 이 책의 추천인들이 이름이 나열된..참 역겨운 짓거리였다. 출판사들은..이제 책의 가치를 유명인? 들에 기생하게 하는 한 낫 초라한 장사치들로 밖에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쓰다보니. 내가 본 그 코너에서만 그런게 아닌가 하는. 소심한 의심이 든다. 그 날..전체를 돌아본게 아니어서.. 아무튼. 책들의 얼굴을 덕지 덕지 가리지 말자..누가누가 추천했다고..첵을 사는 병신같은 독자들이라고 하찮게 보지 말아라..)

 ' 한 시대나 국가가 붕괴할 때는 젊은이들부터 형편없어진다는 설이 있다. 고대 로마가 그랬고 청나라도 그랬다. 먼저 젊은이들이 거역을 모르게 된다. 무기력해지고, 호모나 정신적인 호모가 급증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일이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닳고 닳은 어른들이 제멋대로 날뛰어 세상은 혼란해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 p142

 저 짧은 단락속에서 무서움이 느껴지지 않나. 요즘의 주말 저녁에 홍대앞 놀이터. 수노래방 앞을 가보라..누군가 그 이미지를 소돔과 고모라? 라고 했다. 나는 성경을 잘 모르지만..왠지..썩 어울리는 비교라고 생각했다. 홍대앞 문화는 양아치들과. 강남의 자본가들에 의해서 망쳤다.

 ' 새로운 문학을 생산한다는 것은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 새로운 문체를 개발하여 체득하는 일이며, 새로운 문체는 곧 인간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오 년에 승부를 내리란 생각은 옳지 않았다. '

시간이란 모름지기 훔치는 것
 이미지 그 자체가 사상이며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절제된 문장으로 시각적인 소설을 지향한다. 
 자신의 마음을 질책하고 싶을 때는 육체를 질책하는 길이 최상이다.

 '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 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자신을 단련하지 않고 감수성에 휘말린 채,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이에 작가는 여장 남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 p189

 ' 그래도 나는 감히 몸을 쫙 펴고, 강인한 삶을 자처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시도한다. 성격에 맞지 않는다. 내키지 않는다. 모양새가 나쁘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따위의 수많은 구실과 핑계로 사방을 가로막고 그 안에 틀어박힌대서야 사는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인생의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니, 이만한 감동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너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로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 p208

 다음 이 부분에선..깜짝놀랐다. 여성분들은 분노 할 것이다.

' 나 역시 남자니까,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여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제2의 어머니에게 매달리듯 여자에게 구속당하기 싫다. 정신까지 모두 바칠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눌 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만큼 골치아픈 생물에게 빠져 혼신을 다해 쫓아다니다 휘둘림을 당하고는 급기야 너덜너덜한 신세가 되는 남자들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자가 이러니저러니 잔소리가 많을 때에는 한 방 주먹이라도 날려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 필요 이상으로 여자에게 빠지는 남자는 대개 마더 콤플렉스의 소유자인 동시에 매저키스트다. 정신적으로는 호모나 다름없다.  ' p215

 여성부?에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지 않을까...대단한 마초다. 한방 주먹을 날려야 한다는 말에선..영화 '피와 뼈' 에서의 기타노 다케시가 연상됐다..

 ' 도대체가 현실성이 없는 꿈만 좇고 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무절제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입에서, 현실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이 튀어나오다니 가소롭다. 그가 성공한 유일한 일이란 마누라로 하여금 돈을 벌어오게 했다는 것 정도가 아닌가. 요컨대 이 사나이는 겁보에다 교활하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유치한 허구와 유치한 미의식에 머리를 처박고, 아무런 진보도 없이 마구 미끄러져나간 것이다. 그는 도피 공간을 마련해 줄 책만 읽으면서 이윽고 전형적인 가짜 문화인이 되었다. 현실과의 싸움에서 도피한 까닭에, 그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파악하지 못한다. 아니 허구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243

' 원고료를 제때 지불하지 않는 출판사가 있으면 쳐들어가 받아온다. 노후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분투하고 있는데,일단은 객사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 같은 안정된 노후에 대한 욕구가 예술가를 망쳐놓은 예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만약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우선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문학 또한 얼마만큼 개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난다. 불안이나 고독에서 슬픔과 분노가 태어난다. 그 벽을 돌파한 곳에 나 자신의 혼이 있다. 거기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불안과 고독이야 말로 창조하는 자들의 보물이다. ' 333

 소설은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것이다. 몸 전체를 깨끗하고 예민한 레이더로 만들어라. 그 때, 소설가는 이미지의 송수신기가 된다. 그것이 바로 영화를 능가하는 새로운 소설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어찌 소설에만 국한하랴.. 이 사람의 진짜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 자신의 삶에 철저한 소설가의 작픔은 어떤지..정말 궁금하다. 소설을 보고 말해야 하지만..이 산문만 보고도 이 사람은 진짜 예술가다..







  • 우리 몸 안에 있는 의사인 자연치유력은 자신이 믿는 만큼 활동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내부의 의사 역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몸을 치유한다. 병원과 화학약제는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고, 한약, 보약, 영양제, 건강식품, 건강치료기들은 건강을 보조하는 것이며, 실제 질병을 치유하는 것은 매일 먹는 음식과 마음일 뿐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마음과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만 먹는다면 어떤 질병도 자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 야생동물들은 사람과 같은 질병이 없다. 왜냐하면 산과 들에는 병원도 없고 제약회사도 없으며 약국도 없고 한약, 보약, 영양제, 건강식품 같은 것들이 없어도 자연의 질서와 이치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고 싶다면 자연의 법인 섭리, 사리, 도리를 이유와 핑계 없이, 그리고 조건 없이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심보가 고와져서 경혈이 뚫리고 온몸에 기가 순조롭게 조화를 이루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 권력, 재력, 학력, 능력은 부모, 자식, 형제, 이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데 그들을 위해서 베풀지 않는 고약한 심보를 갖게 되면 경혈이 막혀 소화가 안 되고, 그로 인해 생긴 독소가 온몸을 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질병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법대로 살면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권력, 재력, 학력, 능력의 노예가 되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 결국 만병의 원인 심보에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심보는 웬만큼 노력해서는 고치기 어렵다. 그러나 심보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인생의 큰 목표를 세워 부모, 자식, 형제, 이웃을 위해 바쁘게 산다면 결국 경혈이 뚫려 얼굴에는 화기, 가슴에는 패기, 눈에는 생기, 몸에는 활기가 넘쳐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즐겁고 신나는 삶을 영위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도 자신을 위해 대신 자거나 먹거나 일해줄 수가 없고 병을 치유해줄 수도 없다. 모든 건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그 결과의 원인을 마음가짐에서 찾아 참회하게 되면 불안, 초조, 근심이 없어지게 되어 어떤 고질적인 난치병이라도 기적처럼 나을 수가 있다. 

  • 가정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회 분위기가 병든 분위기처럼 될 수밖에 없다. 또 자식을 효자로 만들고 싶으면 자기 자신이 먼저 효자가 되어 자식 앞에서 모범을 보이면 자연히 따라하게 되어 있다. 잘살고 못살고, 건강하고 병들고는 하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일 뿐이다. 

  • 기를 뚫는 방법도 침, 뜸, 안마, 지압, 단전호흡 등 무수히 많다. 모두가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또한 경제적이다.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이름만 바꾸어 명상, 요가, 참선, 기도, 염불, 기공, 마인드 컨트롤, 최면 등으로 불리는 것이지 모두가 같은 원리일 뿐 별다른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이웃을 위해 하루하루 몰두하는 것이 바로 도이며 사명이다. 

  • 자가용 가진 팔자 좋은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을 걸어다녀야 운동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도 꼭 앉아 있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서 일하는 것이 기순환에 좋다. 손발은 제2의 심장이라서 많이 움직이면 정맥의 나쁜 피가 심장으로 올라가서 깨끗한 피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손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손과 발에 어혈이 고여 기순환이 안 되므로 손발이 차가워진다. 

  • 우리는 평생 오늘만 살고 있을 뿐이다. 영원히 오늘 하루만 살고 있는 하루살이일 뿐이다. 하루만 잘 살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는 것을 깨달을 때 삶이 진지해지고 충실해져 삶은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 일을 한다는 것은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랑의 실천 행위이다. 그리고 아무리 반복하고 반복해도 지겹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무조건 주는 것이다. 이타심으로 화를 내면 놀아드레날린이 인체에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이기심에 의한 분노는 놀아드레날린이 인체에 거부감을 주는 스트레스가 되어 기가 막히게 된다. 즉 아무리 나쁜 것을 먹어도 기분이 좋으면 기가 뚫려 인체의 해독기능을 활발하게 해주므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류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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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같은날 동물원의 북극곰 심정이 조금은 헤아려진다. 빙하 위에서 뛰놀던 새끼곰이 마취총을 맞아, 어느덧 깨나 보니.. 말도 안되는 동물원의 감옥..간혹..나 또한. 그런 굴레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본다. 한국인의 습속. 과는 뭔가 섞이지 않는 나는, 휘엉청한 오늘 같은 달 의 방아 찧는 토끼 마냥..기이하다. 매운 음식이나..기후..요즘 시대의 세태 등등.. 모두. 내게는 맞지 않는다. 특히나 커피의 공화국인양..널린 커피 전문점에서의 은근한 스트레스는..그것을 인지하고 나서는..계속 불쾌감으로 남는다.  내가 돈을 내고 마실(먹을) 음식을 충분히 선택할 시간을 빼앗긴(강요하는) 그 상징적인 맥도날드화 는 심신을 피곤하게 한다. 예전의 카페 문화가 그립다. 청바지를 입은 예쁜 여대생이 직접. 메뉴판과..커피를 날라주는 그런..여유, 은근한 눈빛과. 청춘의 공기, 물론 그런 카페를 가면 되지만,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예전 같은(20대 초반에 커피숍을 다녔던) 그런 감흥이 아니다. 비싼 프랜차이즈 커피를 밥 보다 선호하는 요즘의 세태를 비난하기 보다는 단지. 커피 한잔의 여유와 안락의 향취가 그리울 따름이다.

     역시나 세월의 흐름에 뒤쳐지는 내가 문제인건가..내 삶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말하자면..복고적 이다. 스마트한 것 보다는 자연의 풍류와..아날로그적인 걸 좋아한다.
     몇년전 유럽 배낭을 갔다 왔던 친구가 나보고 하는 말은 너의 삶의 패턴은 유럽인들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아침에 간단한 점심거리를 싸들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공원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등산하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고..등등..그들의 삶에 내가 동조한다기 보다. 최소한 자연적인(합리적인)..삶에 근접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자전거로 어디를 어떻게 다닌다고 하면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사실. 별것도 아닌 것인데.. 또 언젠가. 휴일의 서울대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뒹글뒹글 책 읽으며 한나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사람이군 하는 여자가 있었다. 물론 혼자 그러는 거에 대해 걱정어린 시선이었을 거다. 내 생각엔..연인과의 최고의 데이트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혼자? 그게 뭐가 문제인가.. 앞의 이 문장을 써놓고..잠시 반성했다. 더 큰 즐거움을 생각하라고..  

     어떤이는 이런거에 대해 토이남..초식남을 떠올를지 모르겠다. 그것의 자세한 정의는 모르지만..나는 일단..록 음악..(펑크) 를 좋아하고..음담을 즐기며. 여성적취향을 경멸한다. 그러나 내 안의 여성성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여성성이 많은 것이다.

     나는 언젠가? 부터 남의 시선에 그리 많이 신경 쓰지 않고 산다.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다 가 맞겠다. (아저씨가 되는 전초?)
     최근에 에메랄드 그린 색깔의 스웨이드 가죽으로 된 로퍼(신발)을 샀다. 종로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칠부바지에 그 로퍼를 신었다. 문제는 발목 양말을 ( 복숭아뼈만 가릴정도로 최대한 접어서 내렸음 ) 신었다는 거에 있었다. ( 사진을 찍어뒀는데..나중에 올려야 겠다.) 내가 보기엔 깔끔하고 위생적으로 그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대다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것 같다. 본의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발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다들 양말을 안 신고..로퍼를 신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양말이나 팬티에 그리 신경 쓰며 살지 않았다. 기능적 요소이지  패션의 범주라고 생각은 안 했다. 뚫어진 곳을 꿰멘 양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캘빈 클라인이 아니면..안 입는다. 
     그 날 양말을 벗었다. 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괜한 고집을 부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무한도전에 나온. 정재형이 반바지에 샌들에 양말을 신을 모습을 보고..저거봐 저거봐..하면서 되게 반가웠다. 

     동물원의 북극곰 마냥..더위먹은 망상은 내 몸에서 풍기는 마늘 냄새에 의해 사그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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