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낚시를 가자는 제안에 선택의 기로에 빠진 나는, 어떠한 신념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갈등을 하다 주저하며 나섰다. 낚시의 매력이라는 그 손맛?은 뭘까 보다는 가보지 못한 공간의 궁금증이 컸다. 그러나 다녀온 현재 나는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주말 시간을 결국 회 두접시를 들고온 결과와, 채식주의에 대한 배반의 자책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인천의 섬과 섬을 연결한 끝자락에 위치한 낚시터를 가던 도중 칼국수 집에 펼쳐진 풍경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채 한시간이 안되어 이런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니 마음이 훵 뚫렸다. 햇볕은 뜨겁지만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칼국수는 꿀맛이었다. 





 또 가는 도중 낚시 도구 가게를 들렸는데, 처음 보는 물건들이 산더미였다. 새로운 풍경들이었다. 지렁이와 새우 미끼등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꽤 많이 필요한 듯 하다. 





 낚시터는 이렇게 생겼다. 앞에 보이는 방갈로 뒤가 바로 바다이고, 바닷물을 가둔 인공 낚시터 였다. 바로옆이 바다래서 수문으로 물을 순환한다고 한다. 그래서 낚시터 중에서도 물이 깨끗하단다. 토요일은 이렇게 해가 저무는 모습을 감상하며 놀러온 기분을 만끽했다. 


 낚시에 빠진 지인은 원래 오랜 게임 중독자 였기 때문에 그나마 새로운 취미에 몰두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처음의 이러한 기분도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갓 돌아온 지금에선 그다지 추천할 만한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돈이 많이 들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손맛) 생명을 죽이는 일이고, 무엇보다 가족 혹은 타인과 고립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은 점 같다. 낚시가 자연과 함께,가만히 앉아서 명상의 어떤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속 뭔가 일을 해야한다. 어릴적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광경은 그림의 떡이다. 그냥 우리 안에 가둔 물고기를 낚는것.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다. 주말마다 낚시터를 온다는데, 한 달에 100만원 이상씩 쓴다고 한다. 낚시터 입장료부터 모든 자질구레한 것들이 비싸다. 세명이서 이틀동안 쓴 비용이 총 30만원이었다. 





 다음날 오전까지 8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다. 물론 내가 아닌 낚시광인 지인이, 우리가 잘 동안 밤새 낚시를 하며 잡았다. 아침에 보아하니 외모가 어촌계장 같이 생긴것 같았다. 토요일 밤까지 나도 낚아 볼라고 눈에 불을 키고 찌를 응시했다. 하지만 낚시란게 뭔가 잡을려고 하는 마음을 물고기가 아는 건지 항상 방심하고 있는 사이, 입질을 했다. 결국 내 낚시대는 밤 12시에 문제가 생겨, 그냥 자버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잡혀 끌려온 물고기를 보며. 왠지 짜증스런 마음이 일었다. 병신같이 날카로운 바늘에 걸린 미끼를 알면서도 욕망에 못이겨 덥썩 물고 고통스런 사투가 보기 싫었다. 그 물고기와의 힘 겨루기를 손맛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시시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다음날 7마리가 든 어망을 회뜨는 곳으로 들고 갈때, 그 물고기들의 난리는 처절했다. 말 못하는 아우성은 내 안에서 지장보살을 되뇌이게 했다. 이율배반적이었다. 끔직한 장면이지만 집에가서 아버지와 누나네 식구들이 먹을 생각을 하니,,  예전에는 노량진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 바로 앞에서 회떠가서 먹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앞으로 더 이상 회를 먹지 말아야 겠다는 신념이 확실해 졌다. 4개월여 만의 채식주의 중 잠시 일탈은 나를 재차 확인하는 것이 되었다. 간혹 누군가의 담배 한개비를 빌려 펴보고  이렇게 맛없는걸 왜 피우지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현재 갑자기 몸이 안 좋다. 


 돌아올때 지방 국도엔 지방 특산물인 복숭아와 포도를 직접 팔고 있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유통가를 빼고 파니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괜찮다고 판단하여, 다들 샀다. 근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맛이 없다. 씨~뎅.. 그리고 또 지인의 집인 개봉동 삼호아파트를 가야 했는데, 인천의 삼호아파트를 네비가 안내해 줘서, 길도 무지 막히는 곳에서 정말 삽질했다. 난 다 물고기의 저주라 생각한다. 미안합니다..참돔. 병어돔. 점성어 님들..다시는 볼 일이 없을겁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노여움 푸시고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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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HCP 의 공연을 보다 보면, 이 곡을 연주할 때 그들은 어떤 화룡정점에 오른 영혼 혹은 어떤 정신의 끝에 다다른 느낌이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록 스피릿의 발현이다. 특히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 연주는 감성과 테크닉의 절묘한 조화다. 그는 마치 오선지 위의 예수님과도 같은. 정말 자유자재로 거침없고, 어떠한 것에도 걸림이 없는듯 하다. 몰입의 경지는 4인조 밴드 음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인크레더블 존..


 레드핫의 여러 공연중. 가장 최고는 당연히 아일랜드 슬레인 캐슬 공연과.  위의 2006년 파리 공연인것 같다. 최근에 유투브에서 2007년 3월 폴란드에서 한 공연 풀 영상을 보았는데, 역시 존의 연주는 스타디움 아케디움 투어의 막바지, 밴드 탈퇴를 앞두고서 인지, 절정을 보여준다. 비오는 날 들으니 더더욱..



후지필름의 디지털 카메라를 샀다. 초기 출시 가격보다 많이 내려갔다.(그래도 비싼듯하지만) 덤으로 정품 가죽 케이스랑 여분의 배터리. 8기가 메모리도 받았다. 지금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구동은 못시키고, 필름 시대를 추억하게 하는 멋드러진 외관을 감상하고 있다.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는 좀 사용해보고 올려야겠다. 


 인터넷 서칭을 하는중에 또다른 멋드러진 카메라를 발견했다. 후지필름에서 2009년에 출시된. 6x6. 6x7판 RF 필름 카메라였다. 대단한 회사다. 역시 세계적인 필름 회사 답게 디지털이 잠식한 시대에 필름카메라 신품을 출시하다니.. 니콘의 F6의 발매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후지는 한 술 더 뜨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니콘과 후지를 좋아한다. 오래된 가치에 존중하는 그런 감성. 


 생긴것도 얼마나 멋진지. 보기에도 좋은 카메라가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법.ㅋㅋ 흑백 필름이야 그렇다 쳐도. 이제 칼라 필름은 어찌할꼬.. 현상소도 점점 없어지고, 퀄리티도 안 좋아지는 것 같고. 사진은 점점 더 모니터로 감상하고 마는게 되버리는 것 같다. 


 이건 또 새로나온 고정형 광각렌즈가 달린 모델.  대단하신 후지필름. 코닥 처럼 필름 사업 망하거나 절대 접지 말기를 기원해 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X100을 구입했다? 


뚜껑을 닫으면 렌즈가 접혀 쏙 들어감. 중형 카메라인데 휴대성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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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브먼트와 스티븐 말크머스의 솔로 음반은 제깍제깍 CD로 다 소장하고 있지만, 이 음반의 발매는 뒤늦게 알았다. 더욱이 프로듀서가 벡 이라니, 이미 페이브먼트 5집과 솔로 1집에서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와 작업한 바 있으나 90년대의 음악 천재 아이콘인 벡 과의 조우는.. 심히 설레이지 않을수 없다. 벡은 오버와 인디를 넘나드는 뮤지션이니 말크머스와의 작업은 그리 이질적이진 않다. 암튼 두 천재의 만남은 더욱 좋은 노래와 연주로 화답한다. 말크머스의 천재적 작곡은 여전하고, 기타톤의 다양함은 흥겹다. 예전 읍반의 연주의 산만함과 개성은 좀 더 곡의 충실도에 있어서 집중적으로 변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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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성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참 숙연하게 영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후반부는 소녀의 사후세계가 많이 그려지지만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소녀의 차분하고 담담한 나레이션으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14살 소녀의 비극적인 살인사건은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한 소녀의 성장통속에 가족의 사랑과 과거의 그리움이 녹아있다. 그리고 사랑으로서 치유와 유대를 드러낸다. 죽은 소녀와 남겨진 가족의 참담한 심정이 저절로 숙연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감독의 이름값 보다는 나오는 배우들 때문이었다. 주인공 소녀의 순수한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로 나오는 레이첼 와이즈와 마크 월버그의 연기 조합도 궁금했다. 주인공 배우 이름이 시얼샤 로넌. 영화 웨이백에서 처음 보았는데, 내게는 무슨 여신 같은 외모로 보임..


 미디어에 의해 연실 흉흉한 뉴스가 횡횡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그저 뉴스로 소비되어 기억에서 금새 사라지는 요즘.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마음깊이 공감으로써 나눠보자. 마음의 치유와 위로의 정이 이 영화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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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퍼져서 이리저리 채널 돌리다 우연히 보게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쭉 보게된 이유는 막 시작하는 오프닝 타이틀 부분이었고, 야구에 관한 다큐였기 때문이다. 포스터 사진에서 보듯이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에 관한 이야기,

 너클볼 투수가 현역 메이저리그에서 단 2명 이었는데, 포스터사진속 팀 웨이크필드는  통산 200승을 달성하고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올해 초 은퇴했다. 나머지 한명은 뉴욕 메츠의 R.A. 디키. 이 둘이 영화의 주축이고. 왕년의 너클볼 투수들이 나온다. 그들은 우정어린 교류와 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너클볼 투수는 흔치않은 존재이고, 꽤 흥미로운 소재이자, 은근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사진속 저 그립폼으로 던지는게 너클볼이다. 이것은 속도와 힘, 정확한 제구력을 우선시 하는 야구에서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공을 손톱으로 쥐고 던지기 때문에, 공이 회전하며 날라가는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라가, 타자가 보기엔 공이 흔들려 보이고 포수는 정확한 포구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심지어 던지는 투수 조차도 던지고 나서 어디로 공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구.

 

 속도가 지배하는 야구판에서 오히려 힘을 빼고 속도를 늦춰, 가공할 힘과 스피드의 타자들을 제압한다는 것이 이 너클볼 투수들이다. 영화의 나레이션에서도 마치 선승의 수행과도 같은게 너클볼 투수라고 한다. 힘과 힘의 맞대결이 아닌, 어떤 공함 이나 무심함으로 힘을 제압하는 이상한 볼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너클볼 투수는 흔치않고. 야구판에서 고독한 존재로써 편견에 맞서고 자신의 주어진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 두 너클볼 투수가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과 너클볼 투수가 되는 사연들이 감동적이었다. 주어진 삶의 한계에서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 너클볼 투수가 된 것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두어경기 망칠수도 있고
제대로 안 떨어지는 너클볼을 던질수도 있으니까요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됩니다
가끔 안 풀릴 때가 있는 거죠

너클볼 투수가 된다는건 
죽었다 살아나는 걸 반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면 안 되죠

일단 내 손에서 벗아나면
나머지는 세상에 맡겨야 하니까요

 

여기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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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지인의 결혼식에 갈 채비를 했다. 평소보다 뜬금없이 너무 늦게 일어났다 (9시반) 이런 적이 없는데, 비오는 어제 밤, 왠지 속이 허하고 적적해서 라면에 김치국물 한 사발을 먹었다. 한 시간여 기타치며 소화시키고 누웠던게, 너무 푹 자버렸다. 


 11시에 강남의 예식장에 도착을 목표로 초인적 노력으로 밥먹고. 샤워하고, 옷 차려 입고, 준비물인 사진액자와 여타 등등 챙기고,(눈뜨고 40분여 동안) 최대한 차가 안 막힐것 같은 지름길로 차를 잘 몰았으나, 노들길. 현충원 가기전 부근에서, 엄청 큰 교통사고가 나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그냥 올릭픽대로를 탈걸 하는 후회) 멀쩡한 차가 A4 용지라면, 야구공 만들듯이 막 구겨서 방바닥에 내 팽겨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삼류 소설가의 방구석에 구겨진 종이도 그렇게 처참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엄청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내공과 운빨로, 생각보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했다. 시간이 흘러 지인들이 도착했는데, 나의 옷차림(복식)에 대해 몇몇이 지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넥타이의 색이 문제였다. 검정색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고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나는 검정색 넥타이에 대한 사회적 통념 보다는 블랙과 화이트의 조합의 디자인이나 패션적인 관점에서 코디를 한 건데, 검정색 타이 때문에 결혼식에 장례식 복식 처럼 되 버린것을 지적 받은 것이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 사회적 관습이나 예범에 대한 나의 불찰 혹은 생각의 짧음에 대해 각성했다.

  " 내가 너무 할리웃 영화를 많이 봤나 보다.." 라고 자책성 말을 농담조로 했다. 

 또 몇몇은 양복 핏이 좋다고 칭찬을 했는데, 누군가가 " 신랑 외로 (내)~가 눈에 제일 띄어요.." 라고 말했다. 

 밥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예전의 방송 프로그램 미수다에 나왔던 짧은 머리컷의 독일인 베라 씨의 책에서 어떤 일화가 생각났다.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솔직한 에세이 였는데, 지인의 결혼식에 너무 튀는 의상을 하고 갔다가, 우리의 검은색 계통의 차분한 여성 정장의 옷차림의 관례와 너무 판이해서, 난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신부나 신랑보다 더 이쁘거나. 멋있어 보이면 그것도 실례?.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양복 핏은 누군가가 말했듯 " 맞춤정장 같아요." 


 그랬다. 사실. 머리크기를 줄이거나 다리길이를 늘일수는 없는 법. 주어진 한계에서 가능한 것은 운동을 해서 몸을 적당한 근육량으로 만드는 것 뿐. 헬쓰와 자전거. 채식을 하니 몸이 내적,외적으로 좋아져서 양복발이 더 잘 사는 것일게다. (살짝 나온 배는 약간의 귀여움ㅋ) 쓰다보니 왠지 자화자찬 하는 것처럼 되었지만, 나의 패션에 대한 지론은 신체적 결점을 보완, 커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론 나의 옷차림에 대한 추구가 아닌 사회적인 복식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겠다는 깨우침. 


 비오고 매우 습한 아침부터 이젤과 액자를 좀 날랐더니, 땀이 무척 나서 새 양복과 셔츠에 땀이 젖었다. 덕분에 정장 크리닝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다. 

 다행히 왁스로 머리에 힘주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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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신기루를 본 것과 같다. 황홀했던 순간은 기억에 붙들고 싶어도 더욱 빠르게 휘발되어 버려 내가 그것을 정말 본 건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마치 첫눈에 반한 여자의 얼굴 생김새가 도통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그냥. 멋진 음악과 한여름의 분위기가 순간 지나갔다. 설명할 수 없는 이쁨이 왜 그렇게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지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듯이 내가 좋아하는 록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는 일은 그저 황홀했었다. 


 토요일의 헤드라이너 였던 북아일랜드 출신의 스노우 패트롤과 일요일 헤드라이너 였던 영국 웨일즈 출신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는 정말 멋진 공연을 펼쳤다. 록페를 보러가는 이유는 이 헤드라이너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지산 록페 같은 경우. 라디오헤드와. 스톤 로지스 도 물론 영국 음악의 기라성 같은 거물급이지만, 교통편. 숙박. 터무니 없는 대기업의 횡포 같은게 신경이 쓰여, 집에서 가기도 편하고 좀 더 록페스티발의 원조인 펜타포트에 2일 가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밤 10시에 시작하는 헤드라이너 공연에 비해 그 이전의 공연은, 40~50분 공연하고 30~40 그 뒤 밴드가 장비 셋팅할 동안. 작은 스테이지에 펼쳐지는 공연을 보며 왔다갔다 하는데, 딱히 땡기는 밴드도 없고, 그다지 사운드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록페의 꽃인 헤드라이너 공연은 자기네 스태프들이  이미 완벽히 장비와 조명등등의 셋팅이 이루어져 바로 이전의 밴드 공연에 비해 소리도 매우 좋았고, 완벽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역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하는 사람의 힘이 큰거 같다. 어쩌면 기분상. 주인공의 공연은 더 기대감이 크고 마음의 비판을 완전히 내려놓아서 그럴 수 도 있겠다 생각할수 있지만, 소리가 객관적으로 차이 나는 것은 확실하다. 









 토요일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헤드라이너인 스노우 패트롤 이었다. 보컬인 게리 라이트보디 는 관객의 반응에 놀라고 감동하는 눈빛을 바로 뒤의 영상 패널에 고스란히 전해줬다. 한마디로 뮤지션과 관객이 서로 감동받아..열정의 공연을 내내 펼치는 멋진 광경. 이때 느낀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은 성공한 록 밴드 라는 것. 전세계를 공연 투어를 도는..록 밴드.. 지구 반대편의 동양의 작은 나라에 와서, 이렇게 관객이 거의 모든 노래를 같이 불러주고. 후렴구의 코러스 같은건 알아서 우렁차게 호응해 주는, 이런 관객앞에서 어떤 뮤지션 이라도 절정의 행복감을 느낄것이다. 


 스노우 패트롤은 비교적 뒤늦게 안 밴드임에도. 역시 음악은 훌륭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영국적인 감성 충만한 밴드였다. 프론트 맨인 게리 라이트보디의 음색과 노래 실력은 남자인 나 조차도 빠져들게 만들었다. 백인 남자 록 가수 치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순박하고 진정성이 엿보이는 외모다. 키도 크고, 멋지다. 요즘 안 그래도 펜더 72텔레 디럭스에 꼿혔는데, 보컬과 기타리스트의 메인 기타가 그것이다. 


 이날 별로였던 공연은 일본 펑크록 밴드 팩트 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밴드인 칵스.. 일본 펑크록 밴드는 다 비슷한 노래들..막 달리는 곡들인데 다 똑같이 들림..그냥 소리질르고, 젊은 관객은 슬램 혹은 모싱이라 불리는 격렬함을 즐기고, 디스토션 걸린 일렉기타 3대의 소리는 다 뭉그려지고 섞여서 무슨 연주를 하는지도 모르겠는..한마디로 그냥 크렁크렁 대고 꽥꽥대는 소리만 줄창 함. 그 다음날 또다른 일본 펑크록 밴드도 똑같았음.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으면 편견이 없다지만, 그건 적어도 내겐 맞지 않는말. 정말 병신 같은 밴드들도 수두룩함..


 칵스는 보컬이 한국말 노래를 하는데..무슨말인지 하나도 전달이 안됨. 소리도 안좋고. 노래를 만들때부터 가사 전달력이 약한듯하다. 내 생각엔 가사가 있는 경우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의 차이점은 가사가 잘 전달되는냐..그냥..대중 음악에 뭉게느냐의 차이인것 같음. 다음날 김씨의 뜨거운 감자 같은  경우. 어쨌거나 한국말 가사의 확실한 전달력이 있으니까. 음악의 공감. 소통이 되어 그냥 흥에 겨워 분위기만 취하는 음악과는 급이 다르게 느껴졌다. 뜨거운 감자의 기타리스트 도 매우 좋았다. 









 일요일날은 여지없이 비가 내렸고, 밤 10시 대망의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미친 거리의 전도사들/ 이하 매닉스라 부름)의 공연을 할 때는 비가 그쳤다. 매닉스의 공연 바론 전 팀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혼성 듀오 였는데,(아마도 크리스탈 캐슬 이었던 듯) 이 때 가장 짜증이 솟구쳤다. 어제의 스노우 패트롤 때 관객의 수준높은 취향과 매너가 급실망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된, 내 딴엔 지랄스런 공연이었다. 말초적인 전자 음악에 맞춰 이펙팅 잔뜩 걸린 귀신나올까말까한 이상한 소리의 괴성만 질러대는.. 사람들은 클럽에 온듯 피상적인 감각에..무아지경 재밌어 했다. 내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음악이라 부르기엔 그 듀오의 수준이 저급이었다. 사람들은 페스티발이니까 그냥 즐기는 거고, 나는 나이들어서, 음악을 감상하러 온 것이고, 그건 내겐 포르노의 말초적 자극 같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시간과 비와의 인내를 감수하며, 드디어 매닉스가 등장했고, 90년대 밴드의 향수로 귀환이 시작됐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좌파의 메시지. 쿠바 의장 피델 카스트로가 최초로 초대한 서양 밴드로 쿠바에서 공연도 한 매닉스는 현재에도 꾸준히 좋은 음반들을 내고 있다. 보컬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레스폴 커스텀 흰색 기타는, 그들의 연륜 만큼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되어가고 있었다. 나오자 마자. 그들의 명곡. 유독 이 노래를 언제쯤 부를까 기대했던 모토사이클 엠티네스 를 불렀다. 그 특유의 기타 리프가 울려퍼질때, 우와..참 신기하다..이 눈과 귀와 피부의 감각이,, 그건 진짜였지만, 마치 모니터로 공연 DVD감상하는 것과도 같은.. 보컬의 듬직한 체형과 중년의 마피아 같은 풍모 이지만 고음의 시원시원한 음색과 기타 솔로 실력은 진정한 록 스타였다.

 

 노래 한곡 한곡이 워낙 유명하고 좋은 곡이어서, 그만큼 활홀한 시간은 스피디하게 흘러갔다. 에버라스팅..쓰나미. 아 디자인 포 라이프 등등등. 어찌 저런 노래들은 만들었을까..혀를 내두르게 된다. 멋지고 멋지도다. 웨일즈의 영웅들은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열정적으로 치뤘다. 일요일 밤이라 관객이 좀 적은듯 했으나, 공연 자체는 좋았다. 진정한 록음악을 느끼고 싶다면..매닉스의 베스트 음반의 필청을 권한다. 가사까지 이해하며 들으면 더 좋겠지만.. 음악 자체의 힘은. 메시지의 내용을 몰라도 그 본질의 감정은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가 이 공연을 본게 맞나 하는 실감이 안난다. 그만큼 좋은 기억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 이 실제의 감각은 찰나의 마주침. 스쳐지나가는게 아쉽긴 하지만. 삶의 본질은 원래 그런것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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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석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니 가림이란 곳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험하진 않았지만. 4시간 정도는 걸린것 같다. 폭염속에서 뜸하게 오는 진주행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1시간여를 달려서 진주에 도착했고, 콩국수와 야채 만두를 먹고, 다시 통영행 버스에 올랐다. 그냥 지리산만 갔다가 올라가기에는 아까워서, 통영엘 들렀으나. 너무나 더워서, 돌아다닐 엄두가 안났다.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조금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차를 가지고 와서 제대로 돌며 여행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통영의 맛뵈기만 봤다. 다음에 통영에 올때는 둘이 와야지..


 모텔에서 빨래도 하고 글 좀 쓸까했더만은, TV만 멍때리며 보다가 거북선 구경하고. 열대야의 사람 풍경 구경하고, 몇일 동안의 피로에 지쳐 배고픔도 잊고 잠에 빠져들었다. 거리엔 충무김밥집과 꿀방집만 수두룩 보이고.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벽화마을의 제일 맘에 들었던 그림은 저 손자국 얼굴 이었다. 





 저 팥빙수 너무 맛있었다. 나중에 다시 꼭 먹어봐야 겠다. 너무 더워서 더욱 꿀맛이었던 듯. 




 중앙시장에서 세병관을 가다가 미용실이 있어서 그동안의 덥수룩한 머리를 자르려 들어감. 미용실 이름이 엘레강스 였던거 같은데, 서울 얼뜨기가 큰 배낭메고 들어와. 할머니 두분과 중년의 미용사가 조금 재밌어 하며 놀랬다. 역시 현지 사람은. 통영이 뭐 볼게 있다고.. 이 더운데..고생하냐며.. 한평생 여기서 산게 답답하신 투로 얘기했다. 뭐가 맛있냐고 물어봤고, 우묵과 우모의 중간 발음으로 말했는데, 경상도 사투리는 우묵을. 우모와 가깝게 발음한다는 걸 시장에서 이것을 주문할 때 확인했다.

 사진속 어쿠스틱 기타의 나무 무늬가 예사롭지 않다. 경상도 아줌마 답게..두피 마사지 하는게 억척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시 시장으로 와 물어물어 이것을 먹었다. 일반 관광객은 알지도 못할 이 음식은 콩국수 국물 비슷한거에 묵이 국수처럼 든.. 시원하고 담백한 별미 음식이었다. 





 시외버스터미날로 가는 시내버스를 25분째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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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침상에 누우니 속에서 할배의 끄응~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참고로 산속의 저 세석대피소가 보기에 그럴싸해 산장이나 콘도로 생각하시면 절대 오산입니다. 세면실이나 취사장이 없고..단지 내 몸뚱아리 폭의 잘 공간과.. 재래식 화장실 밖에 없습니다. 땀에 쩔은 몸을 서로 냄새 풍겨가며 그저 누워 잘 수 있는 좁은 공간에 감지덕지 해야 하는 상황. 귀마개를 가져갔는데 정말 유용했다. 사람들이 부산거리는 9시에 누워 12시까지 내리 잤다. 의식이 드니, 산공기가 쌀쌀하게 느껴졌고, 귀마개를 빼니 여기저기서 우렁창 코골이 소리. 다시 끼고 눈을 감으니 또 얼마간은 자고, 깜깜한 새벽.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부산하게 또다시 움직인다. 몸과 정신이 떨 깬 상태에서 옷을 입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길을 나선다. 바로 옆의 촛대봉으로부터 어둠이 깨이고. 나는 서둘러 일출을 맞이 하러 몸이 덜 풀렸음에도 부랴부랴 올랐다. 그 와중에. 뒤돌아 보니 하룻밤 묵은 세석대피소가 벌써 아득하다. 참 아름다운 장소에 있는 집이다. 




 8월 1일의 태양은 이렇게 떠올랐다. 여름의 한복판 태양은 어김없이 뜨거운 더위를 선사할것이다. 지금 이곳은 선선한 가을향취가 나는 바람이 불었지만 저 태양의 힘은 콘크리트의 도시에선 가공할 열기를 뿜어낼 것이다. 일출을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나.. 어떤 다짐이나 소원의 기도보다는 그냥 오늘은 더 이상 가기 싫다. 가 정확했다. 태양이 떠오르는 걸 한참 동안 앉아서 보았다. 시시각각 변화는 만물의 변화는 드라마틱했다. 검푸른 뿌연 띠가 태양에 의해 와해되며 밝은 빛으로 세상을 채우는 그 순간순간을 오롯이 만끽했다. 차가운 바람과 따듯한 태양. 어제의 최악의 자연환경과는 극과 극인. 어제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 했다. 




 햇빛이 쏟아지는 와중에 어느 아마추어 사진가는 잘 찍은 사진한장을 건져야 한다며 위험한 바위 위에 여친내지 여자동료를 위험한 곳에 세워놓고 무수히 셔터를 눌러댔다. 디지털의 폐해라고 생각된다. 막 눌르다. 하나 건진다는 심보.. 필름 시절에는 일단 적정 노출로 찍혔을까. 노심초사하며 셔터의 누름에 심사숙고해 지거늘.. 자신의 사진실력을 탓하기 보단, 모델에게 강압적 강요를 하면서, 사진 한장에 왜 그리 목메는지.. 사진은 이 공간의 느낌. 이 분위기를 기록으로 증거할 뿐이지.. 사진 자체로는 전달하지 않는다.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각과 감흥을 환기하고, 소환하는 동기로써만 기능할 것이다. 그러니 이 순간에 몸과 마음을 완벽히 자연과 동화시키는 자유를 누려보시라고..




 오늘 목적지였던 저 멀리 보이는 천왕봉을 마주보며 사과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멋들어진 철학적 상념보다는 왜 인사돌이 생각나는 거지.. 스티브 잡스도 아니고 말야. 베어문 사과 속살에 피가 안 묻어나니 내 잇몸은 건강하군..

 5키로만 더 가면 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인데, 지금 여기가 너무 완벽히 좋아. 갈 생각이 안 들었다. 사람들이 이 촛대봉에 올라 왔다갔다, 사진찍고..금새 갈길을 가는 것을 보며, 오늘은 이만 그대로 내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산은 맹목적으로 목표를 기어코 성취할려고 하기 보단. 그냥 즐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연속에서 걷는 과정이 좋았다. 어젠 너무 힘들었지만. 오늘은 더 고생하면 정말로 산에 진절머리가 날 것 같다. 바위 위에서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뒹굴었다. 이 높은 곳에서의 일광욕은 덥지도 않고..따사로왔다. 




 해는 빠르게 대지를 비추고, 만물은 오늘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산에서 내려가면 오늘은 내게 어떤 선물의 시간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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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하루의 목적지인 세석평전(위사진)을 보기위해서 장장 14시간여를 악전고투속에 걸어왔다. 가운데 세석대피소와 평전이 펼쳐지자, 마음속에 기쁨의 희열과 안도가 뿜어져 나왔다. 3년전의 종주 경험 과는 천지차이인 이날의 산행은 최악의 산행기라고 각인될 것이다. 능선으로 부는 한점의 바람도 없이, 막 비가내리려고 후덥지근한 환상적인 습도가 마치 2차대전의 과달카날 섬에 끌려온 조선인 청년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벽소령..까지도 무척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3년전엔 이렇게 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그때도 힘들었지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경향 때문에 좋았다고 느끼는 건가.. 아니다. 분명 그때는 가을의 쌀쌀함이 능선을 타고 넘나들며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초심자에 대한 행운의 친절도 있었을 것이고, 나름 대비를 했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지리산을 얕봤다. 뭐, 세석 까지 하루에 갈 수 있겠는걸..  생각보다 널널하던데.. 하는 자만심이 문제였다. 


 습기에 미끌미끌해진 바위는 등산화의 접지력을 무마시켜 시도때도 없이 미끌어졌다. 아마도. 무릅과 발목의 힘이 풀어져 점점 다리가 제멋대로 휘청이고, 머리위에 분수대라도 달렸는지. 땀이 쉴새없이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배낭속에 든 식량이 고갈되면서 무게가 가벼워져야 하거늘, 더 무거워지는 것은, 땀이 배낭의 어깨와 등판의 패드에 스며들어, 전혀 가벼워지질 않았다. 그래서 고가의 배낭은 이런점을 개선시켜서 나오는 것인가..써보질 않았지만 왠지 비싼게, 장땡이구나. 라는 생각.


 연하천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내 또래의 젊은 남자가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발가락은 시퍼래져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이어 헬기가 이들을 찾으려 상공을 한참동안 선회했다. 남의 불운 속에 경각심이 정신을 깨웠다. 실족하면 안돼.. 산에서의 한 순간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벽소령 까지, 힘겨이 도착했다. 3년전에는 여기서 1박을 했는데, 4시간 정도의 길을 더 가야 한다. 근데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너무나도 힘겨워 했다. 바람한점 없는 날씨가 몇 배는 더 체력을 고갈 시켰다. 다시는 한여름에 이런 장거리 산행은 절대 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 벽소령 부터 세석 까지는 더욱.. 꽤 많이 걸을 것 같은데도.. 표지판에는 겨우. 0.6 키로 밖에 안 왔네.. 예전 같으면 이미 목적지 까지 다왔을 체력을 쏟았음에도. 채 절반도 못 오고, 아아.. 산신령님의 장난이 너무 심하시군요.. 그러다 다리에 힘이 다 풀릴 무렵, 오후 6시 반. 위 사진의 세석 평전이 펼쳐졌다. 땀을 너무 쏟아서..나올 눈물도 메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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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을 생각하면, 내가 미쳤지. 미친놈이지.. 그 폭염속에 지리산 종주를 하다니.. 

 산에 다니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이날 오후부터 난 내가 얼마간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산을 저주하며 길을 걸었다. 향후 한 2년간은 산에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내 몸의 모든 수분이 후두둑 이마로 떨어져, 반바지와 팬티까지 홀랑 다 적시는 축축함 속에 넋을 놓고 걷고 걸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땀을 하루에 쏟아도 죽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새벽 4시 40분 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걷는 동안,  대략 4리터의 물을 마시고. 그 만큼의 땀을 흘린것 같다. 


 위 사진은 막 동이 트고 있는 와중의 노고단 대피소에서의 본격적인 종주 길을 알리는 거리 표지판과 나의 장비들이다. 천왕봉까지 25.9 키로미터. 오늘 내가 자야할 세석 대피소까지는 약 20키로 미터. 3년전 가을에 2박3일 코스로 종주를 처음 해봤었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이번에는 1박2일로 축소 시켜, 새벽에 성삼재에서 시작해..세석까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산을 얕보면 이날과 같이 생고생길이 열린다. 그것도 한여름의 산은 더더욱, 역시 산은 어떤 가르침을 준다. 만만히 보거나 경솔하지 말라고..스텝 바이 스텝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원래는 등산을 하지 않는 친구 2명을 데려가려 했으나 대피소 예약문제와 이런저런 장비문제로, 좀 급작스레 나혼자 구례구행 심야기차를 타게 되었다. 데려가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내 계획에 동참시켰더라면 향후 몇년간은 욕을 솔찬히 쳐드시고 수명이 더 늘었을 것이다. 

 여수 엑스포의 영향인지 밤 10시 40분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영등포에서 만원기차가 되었고, 자정을 가르며 남쪽으로 달렸다. 아주 오랬만에 기차를 타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거지에 눈길이 갔는데, 어느 건장한 남자의 등산복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옷과 신발을 최고급으로 두른것은 둘째치고, 대형 배낭의 크기와 포스가 라인홀트 메스너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다 쌔삥. 체격의 건장함과 장비의 번쩍번쩍함에도 불구하고..  어슴푸레 동이트는 와중의  노고단 대피소에서 주먹밥과 사과를 먹는사이, 이 남자가 올라오는걸 보았는데, 털퍼덕 앉는 모양새가 그 큰 배낭의 무게에 벌써 지친 모습이었다. 성삼재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보게 마련인데..이 남자는 그 후 한번도 못 봤다. 


 이삼일을 버틸. 식량과 물..등을 꾸리다 보면. 배낭 무게가 어깨를 거쳐 폐를 압박해 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를 단축하며, 버너와 코펠을 안 꾸리고. 하루치 먹을 주먹밥을 만들었다. 사실. 대피소 취사장에서 밥을 해먹는것도 몸이 힘드니까 귀찮음. 여럿이서 가면 밥을 지어먹는것도 재미고 추억이겠지만, 난 산에서 삼겹살에 진수성찬 반찬을 꾸려와 해먹는 아저씨들 보면 좀 이해가 안됨. 지금은 더더욱 산에서 풍기는 삼겹살 냄새는 증오스러움. 내가 준비한 식량은 야구공 크기의 현미 주먹밥 7알. 사과 4개. 에너지바 4개. 홍삼엑기스 4봉. 햇반 4개, 물 2리터. 구운검은콩 한되. 말린 현미쌀. 한되. 3년전 처음 배낭을 꾸릴때 보단, 훨씬 가벼워졌다. 여름이라 옷도 많이 챙길필요도 없고, 취사장비가 없으니..오전까지는 뭐 이까짓거..하며 널널한 심정이었다. 



 7월3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일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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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에 찐감자 몇알을 먹고  후다닥. 반바지와 널부러진 아무 티셔츠를 걸치고 나왔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지만, 이미 그 빗줄기는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동안 가뭄의 실상을 안양천 자전거 도로의 말라가는 풀들을 보며 심각함을 느끼고 있었다. 5년여동안 다니면서, 풀들이 밑둥부터 누렇게 말라가는걸 처음 보았다. 작년만해도. 이맘때 물살을 가르며 집에 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는 동안 내내, 아침에 일어날 즈음에도 창 밖으로 시원하게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전에 빗소리와 함께 소일거리를 하다,  숲속 나무의 기쁨들을 같이 느끼고 싶어졌다. 올해는 산엘 2번 갔을까..  예전엔 비오는 날 산에 가는걸 즐기기도 했다.  비오는 숲속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숲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숲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것은 언젠가 내면의 상처를 입었을 때, 숲속에서 위로와 치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와 안개의 산. 고요속에서 내면은 정적의 춤을 춘다. 수분에 동화되어 증발하듯 내 존재가 무위의 자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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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스트라입스 음반에 수록되지는 않고, 라이브에서만 불렀는데, 원곡은 돌리 파튼의 졸린 이란다. 졸린 이란 이름을 저렇게 처절하고도 절박하게 부르는데, 가사 내용이, 그렇게 부를수 밖에 없는 아주 절절한 심정이다. 화자가 여자인데..내용이 재미있으면서 정말 슬픈, 특히 빨간글씨 부분은..

 

 

Jolene, Jolene, Jolene, Jolene
I'm begging of you, please don't take my man
Jolene, Jolene, Jolene, Jolene
Please don't take him just because you can.

Your beauty is beyond compare
With flaming locks of auburn hair
With ivory skin
And eyes of emerald green

Your smile is like a breath of spring
Your voice is soft like summer rain
I cannot compete with you, Jolene
he talks about you in his sleep
And there is nothing I can do to keep
From crying when he calls your name, Jolene

Jolene, Jolene, Jolene, Jolene
I'm begging of you please don't take my man
Jolene, Jolene, Jolene, Jolene
Please don't take him even though you can

Now I can easily understand
How you can easily take my man
But you don't know what he means to me, Jolene

Well you could have your choice of men
But I could never love again
He's the only one for me, Jolene

And I had to have this talk with you
My happiness depends on you
And whatever you decide to do, Jolene

Jolene, Jolene, Jolene, Jolene
I'm begging of you please don't take my man
Jolene, Jolene, Jolene, Jolene
Please don't take him even though you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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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날 장비가방을 들다가 허리 힘줄이 살짝 놀랬는데.. 허리 근육이 엉덩이 높이 만큼 부었다. 모양새가 미쉐린 타이어 로고 처럼 되는게 문제가 아니라, 걸음걸이가 어그정 거리는게, 초딩5년때 고래잡는 수술하고 나선 걸음걸이와 흡사했다. 청담동의 럭셔리와는 완전 딴판인 나의 상태가 그냥 사람다웠다. 그래서 주말내내 거의 아무것도 하지않고 내내 누워만 있었다. 기대치 않은 반가운 메일이 왔었고, 나는 마음이 좋아졌다. 


  참회하건데, 금요일밤 본의아니게 뱀장어집에 가게 되었다. 주먹밥에 계란찜을 먹다가.. 장어 몸통이 구워들어가면서 그 허리라인에 하얗고 길게 삐죽나온 장어의 허리 힘줄을 보고. 그만 나의 아픈 허리를 생각하며 몇 점 집어 먹었다. 식감이 무척 맛있었다. 꼬돌거리는 그 힘줄이 내 허리에 약이 되리라 생각했다. 내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그중에 제일 큰 이유는 피와 살이 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었다. 살아있는 동물의, 죽임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취하지 말자. 라는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이기심에 의한, 나의 쾌락을 위해 수많은 고통이 양산되는 순환에서 벗어나자는 작은 실천이 채식주의였다. 아프니까 이기심이 발동했고, 후회는 하지 않지만. 다시 각성했다.  보신음식이면 사족을 못쓰던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홍대앞의 토마스터란 식당을 갔었다. 거의 모든 요리가 토마토가 주 재료인 식당이다. 토마토 야채 스튜를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가격이나 양도 적당하고. 골목 안쪽이라 장사가 그리 잘 되지 않는것 같았지만..그래서 한적해서 우리는 좋았다. 토마토가 소화가 잘 되는 모양인지..오래지 않아 금새 배고파져 진짜 오랬만에 서브웨이에 갔다. 내가 싫어하는 주문방식이라..살짝 멘붕이 되었다. 그냥 앉자마자..국밥이 떡 상에 올라오는 그런 집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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